- ‘디펄핀’ 잇몸 괴사·쇼크 부작용
- 남은 2880명 투약 분량만 압수
- 신경치료 환자에 불법처방 파장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 수입이 금지된 치과의료 약제 ‘디펄핀(Depulpin)’을 밀반입해 유통하고 처방한 일당이 세관에 적발됐다.
수만 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양의 디펄핀이 전국 치과 병·의원에 유통됐는데 투약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진료기록을 적지 않은 탓에 피해자조차 파악되지 않아 파장이 크다.
부산본부세관은 외국인 여행객을 이용해 디펄핀을 밀수입한 40대 남성 A 씨를 밀수입,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밀수입된 디펄핀을 전국의 치과 병·의원 등에 유통한 치과 재료상 23명과 이를 환자에게 투여한 치과의사 8명도 밀수품 취득,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디펄핀은 신경치료인 치아근관치료 시 신경 비활성을 위해 사용하는 임시 수복재의 일종으로 1급 발암물질인 파라폼알데하이드가 주성분이다. 디펄핀을 잘못 사용하면 잇몸 괴사, 쇼크 증상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2012년 6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펄핀에 대한 의료기기 허가를 취소해 수입이 금지됐다.
부산세관에 따르면 평소 러시아 사정에 밝은 A 씨는 2014년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무역상을 통해 디펄핀을 구매한 뒤 항공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로 디펄핀을 배송하도록 했다. 이후 국내로 들어오는 러시아인 여행객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다량의 디펄핀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밀수입했다. A 씨는 러시아 무역상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밀반입에 동원될 러시아 여행객 모집을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 등이 밀수입한 디펄핀은 273개로 1회 기준 성인 3만2000여 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자택에 다량의 디펄핀을 보관하던 A 씨는 직접 치과 병·의원에 방문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홍보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이 중 대부분은 전국의 치과의원에 유통돼 신경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불법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치과 병·의원 측은 투약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진료기록을 적지 않아 현재 피해자조차 파악이 안 된다. 붙잡힌 치과의사 중 일부는 디펄핀을 쓰면 다른 약제에 비해 약효가 세 신경치료가 간편하다는 이유로 불법인 줄 알면서도 환자에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세관 측은 치과 병·의원 종사자가 디펄핀을 사용했다는 내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과 함께 디펄핀을 판매한다는 A 씨의 게시글 포착해 지난 2월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세관은 A 씨 등이 보관 중이던 디펄핀 24개(2880명 투약 분량)를 압수했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유사한 방법으로 디펄핀을 불법으로 수입·유통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