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번역 지원센터 설치 등
- 이주민 지원 7개 과제 포함
- 내년도 관련 예산 동결로
- 정책 추진의지 체감 어려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주민이 주거권과 의료권, 언어권 등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국제신문 지적(지난 3일 자 1·3면 등 보도)에 따라 부산시가 ‘이주민 거점의료기관’을 1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부산시는 이주민 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제2차 부산시 인권정책 기본계획(2020~2024년)’을 수립했다고 17일 밝혔다. 2차 인권정책 기본계획에는 ▷시민과 함께하는 도시 ▷안전한 도시 ▷건강한 환경 도시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도시 ▷더불어 행복한 도시 등 5대 정책목표와 10대 핵심과제 등 총 100개의 인권정책과제가 담겼다. 원전안전소통협의회 운영,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지원, 청소년 및 청년 노동권리 보호, 시설 거주 장애인 등의 탈시설 자립 단계적 추진 등이 10대 핵심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미등록 이주민도 치료받을 수 있는 이주민 거점의료기관 추가 지정이 눈에 띈다. 현재 부산의료원과 부산대병원 등 6곳이 이주민 거점의료기관으로 지정·운영되는데, 4곳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강서구 등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민간 병·의원이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공병원으로 사실상 한정되던 이주민 치료를 각 지역 민간 의료기관으로도 확대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며, 공공병원이 감염병 확산 등 특수 상황에서 이들의 진료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다는 취지도 있다. 감염병 확산 시기에 공공병원이 이주민 치료까지 맡을 여력이 없자 이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 기능 분산·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는 의료기관 추가 지정 외에 ▷이주민 종합지원 계획 수립 ▷이주민 실태조사 ▷통·번역 지원센터 설치 등을 100대 인권과제로 포함했다. 이주민 관련 인권과제로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시는 재난 상황에서 이주민 언어권을 보장하고자 긴급 재난문자 송출 때 여러 언어로 번역해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별도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단체는 이 같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내년 이주민 거점의료기관 지원 예산이 올해(3억7000만 원)와 같아 추진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더욱이 이주민 노숙인 등 소외계층 진료를 담당할 1차 의료기관 설립 계획은 아예 빠졌다. 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관계자는 “소외계층 건강권 보장을 위한 시립의원 설립은 2018년 시와 의료계가 1년간 함께 논의, 장기 대책으로 정했는데도 계획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이주민과함께’ 정지숙 상임이사는 “정책 목표 제시는 진일보했으나 구체적인 예산 확보 계획이 없어 실행 의지를 크게 체감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예산을 늘릴 수 없었지만 중장기 목표를 세운 만큼 이주민에 더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