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챙긴 혐의로 기소된 부산 해운대구 현직 공무원들의 죄가 법정에서 인정됐다. 업체 측에 성접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물론 여러 차례 현금도 수수한 이들이 동료 공무원의 ‘선처 탄원’에 신분을 유지하게 돼 공직사회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제기된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 1부(염경호 부장판사)는 수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운대구 직원 A 씨에게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 씨는 2016년 1월부터 2년간 해운대해수욕장을 관리하는 관광시설관리사업소 운영팀 주무관으로 근무하며 구조물 설치·철거업을 하는 B 씨로부터 유흥주점에서 수백만 원대 술접대를 받고, 160여만 원의 현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관광시설관리사업소장으로 근무하던 C 씨 또한 수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피고인들의 자격정지형 선고(A 씨 자격정지 2년, B 씨 1년)는 유예됐다. A 씨는 평소 “생활이 어렵다”고 말하며 B 씨에게 안마비 등 현금 169만 원을 받은 혐의를 재판에서 모두 부인했다. 또 A 씨는 성접대를 요구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B 씨에게 보냈고, 2017년 7월과 8월 이들이 방문한 업소 술값 269만 원을 B 씨가 대납한 데 대해 “돈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현금이 오간 사실을 적어둔 A 씨 본인의 수첩 기록과 금융거래내역 등을 근거로 이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특히 “피고들이 공모해 B 씨가 술값을 대납도록 한 것은 직무 관련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들이 공무집행의 공정·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으나, 동료 공무원들의 선처 탄원 등을 고려해 자격정지형의 선고는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앞서 수천만 원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공무원 D 씨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국제신문 지난 7월 15일 자 8면 보도)받은 사례와 ‘판박이’다. 해운대구는 항소 등 재판 과정이 남았다고 보고, 이들 3명(A, C, D 씨)에 대한 징계 등 처분을 유예해 공무원 신분이 유지되고 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해운대구 공무원 복무규정은 공사 구분과 법령 준수 등 내용을 강조한다. 특정 부서에서 반복되는 수뢰 범죄에 대한 선처 탄원은 도 넘은 제 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