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설치할 땐 공공예술, 증개축 땐 고철 취급…작가들 분통

88올림픽때 정부 권고로 제작된 구 노보텔 호텔 앞 조형물 작품, 새 호텔이 증개축하며 철거 착수

  •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   입력 : 2020-09-24 22:02:05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다른 8m 조형물은 벌써 사라져

- ‘1%미술’법 제정 전 작품으로
- 호텔 측 원상회복 의무 없어
- 작가들 “동의도 없이 이럴 수가”

부산 해운대 한 특급호텔이 증개축되는 과정에서 설치돼 있던 조형물 등 예술작품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작가도 모르는 사이에 작품이 종적을 감추거나 제작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전될 처지여서 작가들이 분노한다.
24일 부산 해운대 신세계조선호텔 그랜드조선부산에 있는 ‘Point-산 바람 바다’ 조형물. 1988년 설치된 이 조형물은 25일부터 이전돼 작가와 호텔이 갈등을 빚는다. 왼쪽 사진은 이곳에 설치됐다가 사라진 조형물인 ‘수직 형상’. 전민철 기자·CICA 미술관 제공
24일 신세계조선호텔 그랜드조선부산 운영사와 이 건물 임대인 측에 따르면 한국현대조각회장을 지낸 임동락 전 동아대 교수의 조형물 ‘Point-산 바람 바다’를 25일부터 이전한다. 이 작품은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전국의 고급관광호텔에 조형물 등 예술작품 조성을 권고하면서 설치됐다. 당시 하얏트호텔이었던 이 건물이 이후 노보텔을 거쳐 최근 그랜드조선으로 증개축되기까지 이 작품은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러다 증개축 과정에서 새 호텔의 이미지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호텔 측이 지난 6월 작품의 이전을 추진하면서 작가와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문화예술진흥법은 1995년 7월 이후 건립되는 연면적 1만㎡ 이상 건물을 신·증축할때 건축 비용의 1% 이하 범위에서 조형물 등 예술작품을 설치하도록 규정(일명 1% 미술법)하고, 작품을 폐기하거나 이전하려면 지자체(부산시)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임 교수 작품은 이 법이 만들어지기 전 설치됐다. 호텔 측이 부산시를 경유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질의한 결과 “(해당 작품을) 철거 훼손 용도변경 분실하더라도 관련법이 적용되지 않아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에 이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작품이 설치될 당시 작품의 위치, 공공성 문제 등을 놓고 시의 건축심의를 거쳤다. 심의를 거쳐 지정된 장소인 만큼 이전할 때도 마찬가지 절차를 밟는 것이 마땅하다”며 “30년 같은 자리를 지킨 예술작품을 민간기업 이윤 논리에만 맞게 이전한다는 것은 지역 문화예술 발전 차원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곳에서 실종된 작품도 있다. 김종호 CICA 미술관장(전 동아대·상명대 교수)의 ‘수직 형상’으로, 1980년대 하얏트호텔 운영 때 이곳에 설치된 높이 8m의 조형물이다.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철을 소재로 만든 옥외 조각품이었다. 현재 경기도 김포시에서 미술관을 운영하는 김 관장은 부산의 동료 예술가로부터 작품이 사라진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이후 김 관장은 작품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다. 호텔 측은 “2018년까지 해당 작품이 제자리에 있었던 것을 확인했으며 현재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문화예술진흥법 시행 이전 유명호텔에 설치됐던 예술작품들이 고철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다. 작가가 호텔에 설치한 조형물의 행방을 몰라 찾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조형물의 경우에도 철거를 해야 한다면 최소한 작가에게 설명을 구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주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4. 4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5. 5[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10. 10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7. 7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8. 8[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9. 9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0. 10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5. 5“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30일
  8. 8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9. 9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10. 10“대화 거부한 건 대주주…당당하면 왜 국회서 소명 안 했나”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한 아이의 내일을 바꾸는 '부산의 힘'
한부모 가장 장애자녀 셋 돌봄…낡고 좁은 집 ‘위태’
위기가정 긴급 지원
홀로 질병과 생활고 견디는 독거노인…수도까지 끊겨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