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ature, signal, design, assign, significant의 어원은 라틴어 signum이다. 표시라는 뜻이다. signature 약자인 sign은 서명이다. 이름을 쓰는 것이라 서명(書名)일까? No! 서명은 책 이름이다. 하나의 관청처럼 개인 존재를 공적으로 표시한다는 뜻에서 관청 서(署)를 써서 서명(署名)이다. 손(手)으로 결재(決裁)하기에 수결(手決)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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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로자나불 수인(왼쪽), 처칠수상 V 사인. |
서양에서 주로 수결로 서명했다면 동양에선 주로 도장(圖章)을 찍었다. 인장(印章) 신장(信章)이라고도 한다. 붓글씨나 수묵화에는 작가의 도장인 낙관(落款)을 찍었다. 임금은 옥새(玉璽)나 국새(國璽)로 불리는 큼지막한 도장을 찍었다. 회사나 단체의 조직은 직인(職印)을 찍는다. 개인도 관공서에서 공적으로 인정된 인감(印鑑)을 찍는다. 모두 하나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나타내는 표시다. 수결이 아니라 손가락 지문으로 찍는 지인(指印)이나 손바닥 손금으로 찍는 수인(手印)도 있다. 부처님 조각상들의 손 모양도 수인이다.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약사여래불 비로자나불의 손 모양을 유심히 보면 제각각 수인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개인도 제각각 자기 수인을 가질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수인은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의 수인이다. 그는 승리의 V(Victory) 사인을 그으며 히틀러의 나치군을 잠재우고 2차대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사진 찍힐 때마다 하는 V 사인은 현대인의 대표적 수인이다. 서로 사는 상생(相生)을 서로 이기는 윈윈(Win-Win)이라 말하고 딱히 싸울 일도 없는데 파이팅이라며 싸움(fighting)을 말한다. 좀 부드러운 수인으로 사인하며 말해도 될 텐데.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