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엄마 돌연사 뒤 딸 아사 추정
- 사회적 단절로 사인 규명 어려워
- 친권자 학대로 딸 복지시설 생활
- 7년 뒤 “성인되자 엄마가 데려가”
- 공적심의 도입 등 제도 개선 시급
경남 창원에서 정신질환을 앓아 온 모녀가 원룸에서 숨진 지 무려 20일이 지난 후에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이번 모녀의 죽음을 계기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중 친권자가 퇴소를 요구하면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가정으로 돌려보낼 수 밖에 없는 현 제도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산동부경찰서는 지난 5일 오전 11시5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원룸 거실에 엄마 A(52) 씨와 딸 B(22)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들 모녀의 사망 사실은 “며칠 째 세입자가 보이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집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드러났다.
경찰은 원룸의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집 거실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는 모녀를 발견했다. 경찰은 부패 정도로 볼 때 이들이 발견된 날로부터 20일 전 에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지난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지만 국과수는 사망 원인을 ‘불명’으로 잠정 결론 냈다. 시체 부패 정도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고, 유서 등이 발견되지 않은 것을 미뤄 볼 때 엄마가 돌연사한 뒤 딸은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집 안에서 20㎏ 쌀 15포대가 발견됐으며 냉장고 속에도 김치 등 반찬류가 몇 가지 있었기 때문에 석연찮은 점도 있다.
이들 모녀는 엄마의 일용직 노동 수입으로 생활한 것으로 확인됐다. 딸은 이웃 중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집 안에서만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5, 6급으로 분류 가능한 경미한 지적장애(경계성 지능 장애)가 있었으며, A 씨도 2011년부터 몇년간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엄마의 학대로 13살이던 2011년부터 2018년 4월까지 7년 동안 사회복지시설에서 떨어져 지내다 성인이 된 뒤 다시 함께 살다 이 같은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창원시에 따르면 2018년 4월 A 씨는 경제 활동이 가능하니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달라는 취지로 지원금 수급 중단 의사를 밝혀 왔다. 수급 대상자인 딸은 13살이던 2011년 사회복지시설에 입소하면서 지원금 수급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딸이 성인이 된 뒤 복지시설에서 나오자 엄마가 지원금 수급을 중단했다. 또 복지시설 퇴소자는 5년간 사례 관리를 받게 되지만 이마저도 엄마의 반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딸은 시설의 도움을 받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가정으로 돌아간 뒤에는 사회생활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시설 관계자는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직 자립할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엄마가 나타나 ‘딸이 다 컸으니 알아서 잘 살겠다’며 강압적으로 퇴소했다”며 “친권자가 강제적으로 퇴소를 요구할 때 공적심의 등의 대안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