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 개선 따라 삶의 질도 변화
- “비용 탓 체계적 지원 제도 필요”
“아이가 태어날 때는 아토피가 없었는데 이전 집에 살면서 계속 긁고, 빨갛고 그랬죠. 그런데 이 집에 와서 한 달 정도 지나고부터는 거의 긁지도 않아요.”
주거빈곤 상황이 개선되면 아이들의 삶은 확연히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 상태가 안정되고 가족과의 갈등도 줄었다. 교우관계 역시 개선됐다. 서울사이버대 임세희 교수와 협성대 김희주 교수가 지난해 함께 내놓은 보고서 ‘아동주거빈곤가구의 주거 지원 후 삶의 질 변화’에서는 민간 재단의 지원을 받아 주거 환경을 개선한 아동주거빈곤 13가구를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담았다. 보고서에서는 주거 개보수 혹은 보증금 지원을 받아 주거 환경이 변화된 참여자들의 경험을 개선 이전, 개선 과정, 개선 이후로 구분해 분석했다.
주거 지원을 받기 이전 참여 가정은 모두 ‘더 나빠질 수 없는’ 수준의 집에 살고 있었다. 한쪽 벽이 무너지거나 사무실을 개조한 ‘집 같지 않은 집’, 냉난방이 안 되고 모든 공간에 곰팡이 퍼진 집 등 사례도 다양하다. 열악한 주거상황으로 인해 이들 가족은 스트레스와 우울, 분노와 같은 심리적인 문제도 겪고 있었다. 한 가정 엄마는 “공장식당 방 한 칸에 애들 셋이 있었는데, 큰 애가 동생들을 무지하게 때려 둘째는 집을 나가버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으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의 방이 생긴 한 참여가족 아동은 “이제 내 방이 있으니 나가고 싶지 않다. 공부도 할 수 있고 자기도 편하니 좋다. 공간이 생기니 생각도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정의 엄마는 “이사하면서 집안에 활기가 생겼다. 사람이 여유가 생기니 그런 점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족관계도 돈독해졌다. 한 참여자는 “이전에는 집도 좁고 사는 게 힘드니까 애한테 (이혼한) 아빠에게 가라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지금은 애들이랑 셋이서 나름 재미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주거개선으로 아동주거빈곤 가구의 삶이 전반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여러 측면에서 보여줌으로써 주거개선의 효과성과 이를 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주거빈곤 문제는 비용이 많이 요구돼 다른 빈곤의 영역보다 민간의 자선에만 의지해 해결하기는 어렵다. 아동 주거권 보장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