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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3 <1> 10월의 트라우마- 해직언론인 강경수

“부마 취재했다 A급 중대사범 찍혀…7년간 기자생활 못 해”

  •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   입력 : 2020-10-15 22:20:52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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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매일신문 신입기자였던 강 씨
- “멀리서 보고 와라” 상사 말 어기고
- 부마항쟁 현장 취재하다 경찰에 잡혀
- 5·18때도 신군부 만행 적극 비판
- 결국 보안사령부 끌려가 고초 겪어

- 회사 돌아왔지만 일방 해고 당하고
- 경·검·군에서 ‘영구취업 불가’ 낙인
- 동료의 외면, 가족 희생에 고통받아

- “비교적 희생자 없었다는 이유로
- 부마항쟁 피해자들 상처 가볍게 봐
-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보살펴야”

“좋지 않은 기억을 이제 와서 되새긴들 뭐가 나아지겠어.”

어렵사리 인터뷰를 수락한 강경수(74) 씨는 41년 전 기자였다. 그는 부마민주항쟁과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큰 변곡점이었던 현장을 경험했다. 다니던 마산의 신문사에서 강제 퇴사당했고, 7년 넘게 언론계에서 추방됐다. 지난 13일 울산 울주군 커피숍에서 2시간 동안 강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그는 과거의 기억 탓인지 힘겨워했다.

■부마항쟁과 5·18을 몸으로 겪었다

   
부마민주항쟁 취재현장에 나섰다가 해직돼 트라우마를 앓은 해직언론인 강상수(74) 씨가 국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41년 전 기억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벌어졌을 때 그는 2년 차 기자였다. 긴급조치 9호로 대표되는 유신정권의 언론 탄압으로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하자 강 씨의 몸은 더 달아 있었다.

“부마항쟁을 겪은 마산과 부산시민이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생각했어요. 동료기자, 지인과 함께 ‘시민의식 강한 우리가 전두환 신군부 만행을 막자’고 이야기하고 다녔습니다.”

‘반체제 악질 언론인’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군부는 5월 이후 언론 통폐합 등 언론 정화 작업에 나섰다. 8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는 언론인 정화 대상자를 A급(극렬 인물로 순화불가능), B급(미행 필요), C급(비판성향 잠재) 등으로 분류했다. 강 씨는 A급이었다. 지역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였다.

부산에서 촉발된 항쟁의 불씨가 마산으로 번진 1979년 10월 18일. 그는 도심인 창동과 오동동 현장으로 나갔다. 어린 여공을 막무가내로 폭행하는 경찰에 반기를 들었다. 기자수첩을 접고 “당신은 동생도 없냐”며 항의했다. ‘멀리서 보고 간략하게 기록하라’는 특별취재팀장의 취재지침을 어겼고, 그는 경찰에 연행됐다. 그가 속한 경남매일신문(현 경남신문)은 당시 사회부장을 필두로 7명의 취재팀을 꾸렸다. 5선 국회의원으로 한나라당 부총재를 지낸 강삼재 씨도 취재팀에 있었다.

이 일을 겪고 그는 1980년 울산 주재기자로 발령받았다. 8월 2일, 느닷없이 양산사무실에 국보위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1주일간 양산경찰서에 수감됐던 그는 보안사령부로 옮겨진 뒤에 끊임없는 추궁을 받았다. “부마사태 때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 광주사태 때는 왜 선량한 주민을 선동했나” 같은 억측과 날조였다. 배후에 김대중 등 정치인이 연계됐는지 추궁하며 강 씨를 몰아세웠다.

“B급이었다면 허위진술이라도 받으려 구타하고 고문했겠죠. A급 중대사범으로 분류된 탓인지 되레 보안사가 저를 조심스럽게 여겼어요.”

이후 부산 15P 헌병대 군법재판에도 회부됐다. 지인을 통해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던 그는 한 달 만에 풀려났다. 변호사는 군에 “경력 2년도 안 된 기자면 정의감이 있을 수 있고, 실수로 술자리서 군부를 비판할 수 있지 않으냐. 전과 없는 강 씨를 A급으로 몰아세우면 당신들이 벌이는 사회정화운동이 제대로 평가 못 받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강상수 씨가 최근 수기로 작성해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에 제출한 항쟁참여 일지. 김화영 기자

■7년간 언론퇴출·‘영구취업불가’ 낙인

트라우마로 얼룩진 피폐한 삶은 그 다음부터 이어졌다. 9월 2일 석방돼 회사에 갔지만 강 씨는 이미 8월 31일 자로 퇴사처리된 상태였다.

“징계위원회 회부도 없는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문제 삼았죠. 회사는 ‘힘이 없다’는 말만 했어요.”

그는 고향에도 가지 못했다. ‘데모했다가 삼청교육대 끌려간 빨갱이’라며 이웃들이 수군거린 탓이다. 3년이 지나 답답한 마음에 고등학교 동기가 간부로 재직 중인 문화공보부 신문과를 찾아가 “언제쯤 복직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동기가 들고 온 서류를 보며 또 충격받았다. “강경수 이름 위에 경찰·군·검찰이 ‘A급’ 시뻘건 도장을 찍어 둔 거예요.” 악몽으로 남은 문구도 있다. ‘영구취업 불가.’

함께 부마항쟁 취재에 가담한 동료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B급이었던 이는 취업이 번번이 좌절돼 학습지와 전집을 방문판매 하는 외판원이 됐다. 절에 들어가 서무를 보며 밥을 얻어먹은 기자도 있다.

가슴을 저미게 한 것은 신문사에 재직 중인 동료였다. “해직기자와 접촉 말라는 무언의 지침이 있는 듯 했어요. 술잔 한 번 부딪혀주기만 해도 큰 위로가 될 텐데, 우릴 모두 내쳤어요.” 그는 절감했다. “무능한 기자는 시류를 타며 살아남는다. 기자정신이 있어서 불로 뛰어든 이만 타죽고 만다.”

가족을 생각하면 가장 아프다. 고통이 대물림 되는 듯 해서다. “당시 다섯 살짜리 아이는 TV에서 전두환 이야기만 나오면 꺼버렸다. ‘너희 아버지 저 사람 때문에 백수 됐다’는 말을 어린 꼬마도 이해한 모양이다.” 다 큰 자녀는 ‘항쟁’ ‘민주화’ ‘전두환’ 단어가 섞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움츠러든다고 했다.

국가폭력으로 상처받은 이를 보듬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씨는 “5·18 등 다른 항쟁과 비교해 희생자가 없었다는 이유로 우리의 고통은 아무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암울한 현대사를 통한 상처의 크기는 대소를 가리기 어렵지 않으냐. 트라우마를 적극적으로 치유하기에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으나, 정부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해직됐던 기자직 4명 동료 중 지금 제대로 연락이 닿는 이가 없다고 했다. 그는 “보안사에서 전기고문을 받았던 이는 뇌를 다쳐 후유증을 크게 앓았다. 복직 후 편집국장까지 지내며 명예를 되찾았으나 결국 후유증으로 숨졌다”고 말했다.

강 씨는 1987년 10월, 7년 2개월 만에 신문사에 복직했다가 법조팀장, 울산취재부장을 거쳐 10년 뒤 퇴사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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