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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그의 길 위에서 생각한다 <37> 하동 칠불사와 가야불교

수로왕 일곱 아들이 짓고 성불한 ‘칠불사’…가야불교의 발상지로

  • 김정현 객원논설위원
  •  |   입력 : 2020-10-18 19:32:2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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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 42년께 가야에 불교 전래
- 왕자들 불가 귀의 ‘운상원’ 세워

- 사방에 벽 둔 도량 ‘아자방’서
- 지혜 깨치기 위해 수행 집중
- 2년 뒤 형제 한날한시에 성불
- 치원, 용맹정진의 기상 느껴

■이 땅에 처음 불교 전한 장유화상

   
정면 저 멀리 지리산 주능선이 보이는 가운데 동국제일선원으로 불리는 하동 칠불사 전경. 사진 가운데 전각들 중 맨 아래 것이 ‘아자방’인데 현재 복원 공사 중이다. 이곳에는 지혜의 문수보살을 따로 모신 문수전이 있다. 일반 사찰에선 드문 경우이다. 맨 오른쪽 하단 전각이 ‘아자방’을 그대로 복원한 ‘아자방체험관’이다. 드론 촬영. 하동군 제공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372년 고구려에 이어 384년 백제, 신라는 527년 이차돈의 순교로 공인된 것으로 전해진다. 석가는 기원전 6세기~기원전 5세기께 태어나 35세에 깨쳐 부처가 되었다니 신라가 불법을 받아들인 것은 거의 천 년이 흐른 뒤다. 그 1000년의 세월 동안 원시불교에서 부파불교(部派佛敎)를 거쳐 대승·소승 등으로 분화되고 발전하였으니 애초 석가의 가르침과는 달라진 면도 있을 것이다.

한편 남쪽 변한 땅에서는 서기 42년께 김수로가 가락국 왕으로 등극하여 인도 아유타국의 왕녀 허황옥을 왕후로 맞이했다. 허왕후는 인도에서 건너올 때 오빠인 장유화상(長游和尙)과 함께 그 지역 파사석으로 만든 파사석탑을 가져왔으니 그때 이미 불교가 전해진 것으로 볼 수 있고, 실제 여러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현재 김해시 구산동에 있는 파사석탑과 장유암에 있는 장유화상 사리탑이 대표적이며, 하동 칠불사(七佛寺·옛 칠불암)도 또렷하다.

칠불암은 높은 산중 깊은 곳에 숨은 듯 들어앉았지만 길을 나서면 사통팔달이다. 남쪽 길은 화개와 하동으로 나 있고, 서쪽 고개를 넘으면 구례 쪽 옛 백제 땅이다. 북쪽 재를 넘어 뱀사골로 내려서면 남원이고, 동쪽 벽소령을 넘어서면 천령군(함양군)이다.

치원은 무영을 앞세워 칠불암에 들어선다. 암자는 아직 저쯤 위에 보이는데 아래쪽에 제법 번듯한 연못이 우선 보인다. 무슨 사연이 깃든 듯싶어 돌아보는데 무영은 먼저 걸음을 서둔다. 주지를 찾아 치원의 발걸음을 알려 번거로움을 줄이려는 것이다.

■수로왕 일곱 왕자가 세우다

   
숨을 고르고 암자를 향해 발길을 내딛는데 승려가 무영과 함께 가파른 돌계단을 바삐 내려온다. 치원도 걸음을 서둔다. “고명하신 고운 선생을 이리 뵙습니다. 담공이라 합니다.” 합장하는 담공에게 치원도 합장으로 예를 표한다. “오는 길에 옛 가야 땅에서 오래 수행하셨다 들었습니다. 가야불교를 알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허허, 잘 오셨습니다.”

산중 암자에 청정한 기운이 가득하다. 본당 옆 작은 법당에 특이하게 ‘문수전(文殊殿)’이라 현판이 붙어있다. “문수전은 처음 봅니다.” “지리산은 예부터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것으로 여겼고, ‘지리’라는 이름도 ‘대지문수사리보살(大智文殊師利菩薩)’에서 얻었으니 지혜의 산이지요. 상봉 천왕봉과 반야봉은 지리산의 주봉으로 문수보살의 대지혜를 상징하며, 그 심장에 해당하는 이곳에 칠불암을 세운 것은 생문수도량으로 지혜를 탐구하라는 뜻입니다. 언젠가 도선국사께서도 들리셔서 소가 누운 와우(臥牛)형의 명당으로 제일의 양택이라 했으니 맞춤하지요.” 법당 왼편의 건물은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듯싶은데 현판이 감히 ‘동국제일선원(東國第一禪院)’이다. “현판이 당당합니다.” “용맹정진의 각오인 셈이지요.” 담공이 암자의 유래를 말한다.

수로왕에게는 10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는 왕위를 잇고, 둘째와 셋째는 어머니 허왕후의 성을 이어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되었다. 다른 7형제는 외숙인 장유화상을 따라 불가에 귀의해 가야산 등지에서 수행하다가 101년 이곳에 암자를 지어 ‘운상원(雲上院)’이라 이름 짓고 정진하다 2년 뒤 한날한시에 모두 성불(成佛)하니 뒷사람들이 ‘칠불암’이라 했다. 당시는 ‘선종’이 태동하기 전이니 ‘운상선원’이 아니라 ‘운상원’이었다.

“아래에 연못을 보셨지요?” 치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담공이 말을 잇는다. “일곱 왕자의 성불 소식에 수로왕과 허왕후께서 찾아와 만나기를 원하셨지만 왕자들은 산문 출입을 막고 만나지 않으려 했습니다. 왕과 왕후께서 며칠을 지나도 떠나려 하지 않으시니 일곱 왕자께서 연못에 그림자를 비쳐 위로하셨습니다. ‘영지(影池)’라 이름 지어진 연유입니다. 그처럼 수행의 기상이 서릿발 같았으니 마땅히 그를 따라 동국제일선원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치원은 그 안이 궁금해진다.

■‘아자방’서 엿보는 수행 결기

   
아자방체험관 내부. 참선과 공부를 한 방에서 할 수 있는 구조다.
선원 안의 구조가 특별하다. 가운데 바닥을 중심으로 양쪽 출입문을 제외하고 사방 벽을 향해 두 자 조금 넘게(약 70㎝) 바닥을 높였다.

“벽을 향해 높인 건 무슨 연유입니까?” “방의 구조가 ‘아’ 자를 닮아 ‘아자방(亞字房)’이라 하는데 높은 바닥은 벽을 향해 면벽참선하는 좌선대이고, 아래 바닥은 불경을 읽고 공부하는 곳입니다. 한 번 불을 때면 100일 동안 좌선대, 아랫바닥 구분 없이 일정하게 온기가 유지됩니다. 한 번 들면 100일 동안 출입을 자제하고 용맹정진하라는 뜻이지요.” “100일 동안 온기가 유지된다는 것이 가능한 일입니까?” “구들을 깊이 파고 구조를 특별하게 했습니다.” 설명을 들어도 쉬 이해되지 않지만 깊은 수리(數理)가 적용된 듯하다. 담공의 근기가 엿보인다.

“아무래도 가야불교는 오늘의 대승불교와는 다른 부분이 있을 듯합니다.” 치원의 물음에 담공도 어렵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답을 한다. “허왕후와 장유화상이 이 땅에 오실 때는 천축에서도 오늘 같이 불상을 모시지 않았습니다. 다만 성인의 유체(遺體) 위에 오늘날 탑처럼 흙을 쌓아올린 것이 사리(舍利)를 봉안하는 탑으로 발전하였는데 그곳 말로는 ‘스투파’라 합니다. 두 분이 이 땅에 오실 때 가져와 지금 허왕후 능 앞에 있는 파사석탑도 스투파입니다. 당시엔 아직 경전이 없었으니 장유화상께서 석가의 말씀을 가져온 것이 곧 불법을 들여온 것이지요. 여기 칠불암도 처음에는 당연히 불상을 모시지 않았을 테니 운상원이 중심이었겠지요. 보신 바와 같이 지금은 칠불암도 불상을 모십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깨치는 지혜가 칠불암의 근거이니 선원과 문수전을 근본으로 삼지요.”

치원이 또 묻는다. “깨쳐서 얻으려는 지혜는 무엇입니까? 그것이 가야불교의 실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담공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렇습니다. 석가가 고행에 든 것은 생로병사에 고통 받는 인간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몸과 정신의 모든 일체가 무상함에도 영원불변이 존재하는 듯 집착으로 고통 받는 것임을 깨쳐야 열반에 들 수 있다 가르쳤습니다. 열반에 드는 길은 도덕적인 행위의 삶을 사는 계(戒),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잡는 정(定), 사물에 대한 올바른 통찰, 즉 혜(慧)를 닦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오늘 대승불교의 가르침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아직 경전이 없었던 그때는 선원이 중심이 되었고 대중적이지 못하였던 것이지요.” “오늘의 선종(禪宗)과는 무엇이 다릅니까?” “교종(敎宗)이든 선종이든 궁극은 해탈로 모두가 열반에 이르게 하려는 것이지요. 가야불교 역시 마찬가지였겠지요. 그저 자신이 중심인지 대중을 향하는지 정도의 차이랄까….” 불상과 같은 상징을 모신 신앙화와 그에 이르지 못한 차이를 말하는 듯싶다.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일러스트 = 백정록 / 제자(題字) = 이희순

취재협조 및 자료제공 = 허명철 김해 향토사학자(김해 금강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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