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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대가’ 옥보고가 곡조 30곡 지은 곳…지혜의 기운 가득

하동 ‘칠불사’는 어떤 곳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0-18 19:26:5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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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초의선사는 다서 초록
- 지세 좋고 맑은 기운 넘쳐

숨은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다. 불가와 인연이 짧지 않은데도 칠불사는 취재하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책에서 배운 불교 전래 훨씬 이전에 세워진 절터라니! 다행히(?) 수도권 지인들 중에 아는 이가 없으니 내 과문한 탓만은 아니다. 부끄러움을 덮는다.
칠불사 영지. 수로왕과 허왕후는 이곳을 통해 일곱 왕자를 봤다. 애틋한 부모의 마음과 서릿발 같은 수행의 기상을 상징한다.
우리나라 차(茶) 시배지인 하동은 곳곳에 야생 차나무가 사철 푸르다. 차 맛도 다른 어느 지역의 그것보다 청량하고 향은 빼어나다. 진감선사께서는 당나라에서 돌아온 뒤 쌍계사에 주석하며 불교음악인 범패(梵唄)를 가르쳐 수많은 제자를 배출했으니 범패의 본향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칠불사에도 그 인연이 있었다. 아니 앞섰다.

옥보고(玉寶高)는 신라 경덕왕(742~765년 재위) 시대 인물로 육두품 사찬 공영(恭永)의 아들이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지리산 운상원(雲上院)에 들어 50년 동안 거문고를 배우고 익혀 새로운 곡조 30곡을 지었다. 그가 거문고를 타면 현학(玄鶴)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고 전해지니 진감선사 이전 칠불암에 먼저 음악의 큰 기운이 서렸던 것이다.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선사(草衣禪師)는 1828년 칠불사 아자방에서 참선하며 청나라 모환문(毛煥文)이 지은 ‘만보전서(萬寶全書)’의 차 관련 부분인 ‘다경채요(茶經採要)’에서 ‘다신전(茶神傳)’을 초록했다. 몇 년 뒤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다서(茶書) ‘동다송(東茶頌)’을 찬술했다. 차와의 인연은 물론 문수도량의 기운이 명저의 근기가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7년 전 입적한 통광 스님의 상좌인 주지 도응 스님(사진)으로부터 칠불사의 유래와 전래된 이야기를 듣고 하룻밤을 묵었다. 밤새 비바람이 몰아쳐 잠을 설쳤지만 새벽예불에 참예하고 나와 절 마당에서 사방 산중으로 번져오는 여명을 맞았다. 감히 지세(地勢)를 운운할 재주는 없지만 느껴보지 못한 신성한 기운과 함께 머릿속에만 담았던 일들을 시작하고 싶어졌다.

떠나기 전 차담에서 도응 주지 스님은 작품을 쓰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오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칠불사의 기운을 빌리고 싶던 참이었다.

그보다 먼저 해외공관에서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지인에게 칠불사 이야기를 꺼냈더니 한걸음에 먼저 다녀갔다. 이 좋은 기운을 모두가 품어 오늘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맑은 지혜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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