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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빈곤 시즌2-아이에게 집다운 집을 <6> 우리 집이 달라졌어요

“쥐 들끓던 부엌은 옛일… 공부방도 생겼어요” 웃음꽃 활짝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20-10-28 20:06:47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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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넘은 주택 살던 정현이네

- 방 3개 딸린 집에 보금자리 마련
- 성별 다른 둘째 개인 공간 생겨
- 가족간 대화 많이 늘어 화기애애

# 폭우로 집 기울어졌던 은수네

- 튼튼한 2층 주택으로 이사하며
- 이전 집서 느끼던 불안 사라져
- 제대로 된 부엌·화장실 꿈 같아

국제신문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와 함께 극심한 주거빈곤 상황에 놓인 아동에게 전세 보증금과 개·보수비 지원을 시작했다. 지원을 통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은 아이들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하나같이 밝아졌고, 가족은 좀 더 화목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불만에 갇혀있던 아이들은 새로운 곳에서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새 집을 가지게 된 두 가정을 통해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을 엿보았다.
   
지난 22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한 주택가에 있는 정현(가명)이 집에서 정현이 가족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 등이 입주식을 열고 자축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정현이네 집

“입주 축하합니다. 입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 입주 축하합니다~”

지난 22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한 주택가에서는 일주일 전 새 보금자리를 찾은 정현(가명·여·14)이네 입주식이 열렸다.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 직원들은 인형, 과일, 케이크 등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정현이네를 찾았다. 학교를 마치고 지역아동센터까지 들렀다 온 정현이는 피곤할 법도 하지만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손님들을 맞았다. 좀처럼 속내를 잘 보이지 않던 정현이 남동생(12)도 이날은 가장 먼저 집에 돌아와 집을 꾸밀 풍선을 직접 불고 상차림도 도왔다. 파티가 열리는 동안 정현이네 가족은 작은 농담에도 크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정현이 엄마는 “정말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정현이 동생이 자신의 방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자기 방이 생긴 건 처음이다.
정현이네 새 보금자리는 방 3개에 거실과 부엌, 화장실이 있는 주택 2층이다. 가장 작은 방은 정현이와 여동생(9)의 공부방이 되었고, 가운데 방은 세 남매 중 성별이 다른 둘째가 혼자 쓰기로 했다. 큰 방은 엄마와 아빠가 쓰지만 잠잘 때면 방 안에 놓인 2층 침대는 정현이 자매 차지가 된다.

여전히 산복도로변에 자리 잡은 전셋집이지만 정현이 가족에게는 아주 특별하다. 정현이가 원래 살던 집은 40년이 넘은 낡은 주택(국제신문 지난달 23일 자 1면 등 보도)이었다. 마룻바닥은 진즉에 내려앉았고, 부엌에는 쥐가 득시글거렸다. 겨울이면 찬바람이 방 안까지 불어닥친 데다 ‘푸세식’ 화장실에 가려면 현관 밖으로 나가야 했다. 좁고 작은 방에서 정현이 세 남매와 엄마가 끼어있다시피 생활하다 보니 불편함이 일상이 됐었다. 정현이 남매는 이런 집에서 태어나 여태껏 살았다. 정현이 엄마는 “아이들이 다른 집에 가서 수세식 화장실 사용법을 모를까봐 노심초사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었다.

입주식에서 만난 정현이에게 뭐가 가장 좋으냐 물었더니 “공부방이 생겨서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저는 밤에 혼자 있어야 집중이 잘되거든요. 그래서 이전에는 공부하려면 동생과 엄마가 다 자는 자정이나 새벽 1시까지 기다렸었어요. 지금은 공부방이 있고, 내 책상도 있어서 늦게까지 조용하게 공부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요즘 시험기간인데 공부하고 방에서 혼자 자요.”

친구를 데려올 수 있게 된 것도 정현이에겐 꿈만 같은 일이다. 이전 집에선 엄마의 반대로 한 번도 친구를 데려오지 못했다. 조금 큰 뒤에는 집이 너무 초라해 학습지 선생님이 오는 것도 꺼렸었다. 정현이는 “이사 갔다는 소문이 나면서 친구들이 서로 집에 와보겠다고 해 순번을 정해야 할 정도”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변화는 정현이 가족 모두에게 찾아왔다. 혼자서는 대문 앞 화장실을 못 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도 유아 변기를 썼던 막내는 무엇보다 화장실이 좋아졌다며 신이 났다. 정현이 남동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만의 공간을 갖게 되면서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현이 엄마는 “둘째가 하루는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더니 ‘엄마 호텔에 온 것 같아 진짜 푹 잤어’라고 하길래 ‘니가 호텔에 가본 적은 있냐’며 다같이 웃었었다”며 “지금도 우리가 며칠 콘도에 여행을 온 것인지, 아니면 우리집이 여기가 맞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쥐가 들끓던 부엌도 이제 옛날 일이 됐다.

“너무 좋아서 설거지도 다 내가 하겠다고 못 하게 해요. 이전 집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었거든요. 부엌이 너무 좁아서 냉장고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청소도 엄두를 못 냈는데, 이번에 이사오면서 깨끗하게 청소했더니 못 알아볼 정도로 달라졌다니까요.”(정현이 엄마)

정현이 가족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섯 식구가 온전히 둘러앉을 공간이 생기면서 대화도 늘어났다. 정현이는 “거실에서 TV 보면서 야식을 시켜 먹는 적이 있었는데, 대화도 많이 하고 좋았다”며 “이전보다 훨씬 화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이 가족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대한지역아동센터 차갑란 센터장은 “이사 하고 나서 며칠만에 아이들이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다. 학습 의욕도 부쩍 증가했다”며 뿌듯해 했다.

■은수네 집

   
은수(가명)가 이전에 살던 집 부엌(왼쪽)과 이사한 집 부엌 모습.
같은 날 은수(가명·7)네 집에서도 조촐한 입주식이 열렸다. 엄마, 아빠, 할머니, 삼촌과 함께 살던 은수는 지난여름 덮친 폭우로 살던 집이 기울어지면서 쫓겨나다시피 나왔다. 100개도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화장실도 제대로 없는 10평 남짓한 집에 살던 은수는 이사를 하면서 작은 꿈을 이루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잘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 집에선 더위 때문에 할머니, 삼촌과 자야 했다.

튼튼한 2층 주택으로 이사가면서 ‘혹시나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사라졌다. 작은 마당도 생겼고, 넘어질까 조마조마했던 계단도 크게 줄었다. 걸어서 15분은 걸리던 등굣길은 5분으로 짧아졌다.

무엇이 가장 좋으냐는 질문에 은수는 “부엌이 집에 있으니까 좀 이상해요”라며 웃었다. 은수가 살던 이전 집에는 부엌이라고 부를 만한 공간이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가스레인지와 작은 개수대가 부엌의 전부였다. 공간이 좁은데다 집이 너무 가파른 곳에 있어 싱크대를 설치해주겠다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고, 마 화장실이 좋다고 하지. 이전엔 밖에 있는 데다가 쪼그리고 앉았다 아이가.” 은수 할머니는 신이나 뛰어다니는 손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온 은수 엄마는 “이전 집은 언제 무너질지 몰라서 무섭고 불안했는데, 지금은 불안한 마음이 싹 다 사라져서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조윤영 관장은 “오랜 시간을 보내는 주거 환경은 아동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주거빈곤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삶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사회가 주거빈곤 아동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기획: 국제신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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