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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높이고 차이 줄이자 <2-3> 지역별 틈새 메우기- 전문가 좌담회

“소지역 격차시대… 부산 동서 아닌 동네별 도시계획 짜자”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0-10-29 20:01:03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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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0년 10월 27일

◇장소: 부산광역시의회 의원회관

◇참석자(가나다순)

▶박민성 부산시의회 의원(시의회 ‘격은 높이고 차는 줄이는 모임’)

▶박청일 부산시의회 입법정책담당관실 정책연구위원

▶여성준 ㈜도시와공간연구소 이사

▶이미선 부산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부산의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시의회 의원과 전문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견해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이제 ‘동서격차’의 시대가 아니라 소지역 간 격차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동네마다 보완돼야 할 도시 서비스 분야도 각기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 전역을 일괄하는 보편적 정책보다는 각 지역에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추진될 앞으로의 도시계획은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해야 하는 곳’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7일 부산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국제신문이 연속 보도한 ‘격차’ 시리즈의 결산 좌담회가 열렸다. ㈜도시와공간연구소 여성준(왼쪽부터) 박사, 박민성 시의회 의원, 시의회 입법정책담당관실 정책연구팀 박청일 연구위원, 부산시교육청 이미선 교육정책연구소장이 참석해 좌담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격은 높이고 차는 줄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국제신문 지난달 1일 자 1면 등 보도)를 해석하자면.

▶여성준 = 눈에 띄는 게 몇 가지 있다. 격차를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는 지역은 개선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지역은 원래 그래’라며 놔두면 격차는 퍼지게 된다. 영도구가 그런 사례였다. 청년과 노인의 격차 인식이 달랐다. 격차가 작을 거라고 여겨진 동부산 안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고 있었다. 지역마다 격차를 보이는 분야들도 각기 달랐다. 보편적인 격차 해소방안 대신 각 지역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원도심의 격차 해소 방안으로 나왔던 도시재생은 주민의 편의보다는 하드웨어가 강조돼왔다. 이제는 마을기업처럼 주민이 참여할 수 있고, 사업이 계속 이어질 방안을 찾아야 한다. 2가지 제도적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먼저 소상공인의 입장에서 인건비는 줄일 수 있어도 임대료는 고정비용이다. 건물주가 인하해주면 고마운 거다. 조례를 통해 매출이 하락하면 일부를 보완해주거나 임대료를 인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다음으로 마을기업에 대한 지원 체계화다. 마을기업은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기업이다. 마을기업 활성화는 경제적 소득의 지역 분배로 이어진다.

▶박청일 = 코로나19 이후 지역 간 격차가 더욱 심해졌을 거란 우려가 설문 결과로 나타났다. 필요한 상황을 빠르게 포착해 법적 제도를 구축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얼마만큼 주민 목소리를 반영했는지도 중요해졌다. 동구 이바구길의 사례가 보여주듯, 지역민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은 주민과 소통해 그들의 의사가 더욱 반영돼야 한다.

-영도구처럼 객관적 지표가 나쁜데도 삶의 만족도는 높은 곳도 있다.

▶박민성 = 익숙해짐으로 인한 포기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는 행복지수가 높은 국가로 유명했다. 그런데 전 세계적 관심과 지원이 모인 뒤 지수가 오히려 낮아졌다. 격차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그렇다고 또 눈에 보이는 격차를 가만 놔둘 수만은 없다. 지금의 격차는 돈이 모이는 데 사람이 모이고 사람 모이는 데 돈이 모이는 구조가 낳은 것이다. 동부산 일부 구의 아파트 한 채로 서부산의 아파트 2~3채를 살 수 있는 현실이다. 방치했다간 격차의 간극은 더 깊어진다. 그만큼 사람은 빠지고 지역은 낙후한다.

▶이미선 =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아니라지만, 그래도 개천을 풍부하게 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2010년부터 10년간 진행한 종단연구가 있다. 여기서 저소득층 학생과 나머지 학생 편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수학 점수가 5점 정도 차이 난다. 5학년이 되면 35점으로 벌어지고, 중학교 1학년이 되면 51점까지 커진다. 저소득층과 상위층이 수학에 있어서 50점 이상 격차가 난다는 것이다. 이미 문제가 되는 교육 격차는 온라인 상황에서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 격차가 얼마나 벌어질 것 같냐고 물어본 조사가 있는데, 74%는 격차가 더욱 벌어질 거라 우려했다. 제도를 정비하지 않고서는 격차 줄이기가 대단히 어렵지만 제도가 바뀔 때까지 그냥 기다릴 수 없는 일이다. 다행복교육지구처럼 마을 교사가 마을 아이들을 케어하는 사업이 확대돼야 한다. 또, 아이들은 각기 다른 씨앗을 가지고 태어난다. 복숭아도 있고 사과도 있는데, 모두를 사과로 키우려는 표준화 교육으로는 학생 간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 잘 사는 아이들만 사과가 된다.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그렇게 해도 잘 살 수 있어야 개천이 풍요로워진다.

-지역 격차 중에서도 산업경제분야의 간극이 두드러졌다.

▶박민성 = 대기업을 유치하면 소위 낙수효과가 일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부산의 현실에서 대기업 유치가 가능한가. 여기에만 매달리는 사이 격차는 계속 벌어진다. 파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일단은 삶의 기본적인 안정을 지켜줘야 한다. 부산에 살면 삶의 적정선이 유지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산형 기본소득 같은 개념을 고려해봐야 한다. 여기에 더해 생활임금을 손봐서 계층별 소득 격차를 메워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직업별 급여의 갭이 너무 크다. 생활임금을 통해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선 내에서 그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박청일 = 기본소득이나 생활임금은 아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둘 다 세수로 충당된다. ‘사회를 위해 환원하자’는 합의가 있다면 좋은 방편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합의에 이를 만큼 대화가 진전됐는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호주는 첫 번째 직업의 소득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 두 번째 직업은 세금이 30% 정도다. 그래도 불만이 없다. 다시 내게 돌아온다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세금을 많이 내면 ‘뺏긴다’고 생각한다. 이런 합의만 있으면 산업 기반이나 산업 활성화를 통해서 해낼 수 있는 것보다 오히려 진일보할 수도 있다.

▶이미선 = 외국 어디를 다녀봐도 부산만 한 곳 없다. 부산은 천혜의 자원을 가지고 있다. 관광업 측면에서 특화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 그런데도 계속 아파트만 짓는다. 엘시티 같은 대규모 주거단지를 만드는 것에 열을 올려선 안 된다. 부산역 앞에 아파트가 크게 세워지는 것도 안타깝다. 북항을 잘 살리면 열악한 동구를 살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우리가 부산의 장점을 잘 살려내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지역 간 균형을 맞추는 데는 도시계획이 결정적이다. 부산시의 도시계획을 평가한다면.

▶여성준 = 도시계획은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해야 하는 곳’에 필요하다. 현 도시계획은 그렇지 못하다. 산업 공간이나 공공임대주택을 도입할 때 필요한 곳이 아니라 지을 수 있는 공간에 가버린다. 낙후한 원도심에도 산업 기반이 있으면 주거수요가 생긴다. 하지만 정치적 경제적 문제로 할 수 있는 곳만 찾고 있다. 사람들은 원래 살던 곳에 계속 살고 싶어 한다. 도시계획이 이런 식이면 이 사람들은 낙후된 지역에 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만족도도 떨어진다.

▶박민성 = 2010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우리는 동서격차를 이야기했다. 지금은 마을 안에서도 격차가 발생한다. 부산이 추진해온 도시계획이 이런 지역 간 격차를 오히려 부추긴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교육의 경우 옛날에는 소위 ‘좋은 학교’가 어디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특정 지역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지역 격차가 점점 회복하기 힘든 구조로 가고 있다. 말씀하신 대로 지역의 인프라가 해야 하는 곳보다 하기 쉬운 곳에 자꾸 들어가고 있다. 격차가 벌어지는 핵심이라고 여겨진다.

-지역 격차 해소의 핵심은?

▶박청일 = 먼저, 이미 고착화된 격차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시급한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지를 중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국제신문 설문조사 결과에도 나왔지만 산업경제 분야와 생활환경 분야의 격차가 가장 크다. 이 중 시와 시의회 차원에서 개선을 꾀할 수 있는 것은 생활환경 분야다. 생활환경 인프라의 핵심은 ‘그 동네에 살고 싶다’다. 그러려면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소속감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동네에 기초적인 주거환경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최소한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주거 여건부터 조금씩 해나가야 한다. 인구에 따른 지역 격차를 생각해보자. 부산 인구 340만 선이 무너졌다. 지금의 인구부터 지켜야 한다. 부산과 수도권과의 격차만큼이나 부산 안에서의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 시의 출자·출연기관부터 지역별로 안배해야 한다. 도시자원의 고른 분배와 균등한 발전에 초점을 두자.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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