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들여 민속보존협회가 주관
- 역대 청장·의장 헌관으로 참여
- 여성 의장은 전례 없다며 배제
- 협회 “앞으로 변화 고심하겠다”
부산 수영사적공원 내 25 의용군을 기리는 제례에서 여전히 여성이 배제돼 논란이 인다. 수영구의회 의장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헌관에서 연거푸 제외되면서 양성평등이라는 시대 흐름에 뒤처지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수영구민속보존협회에 따르면 다음 달 10일 수영사적공원 내 ‘25 의용단’에서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맞서 순국한 25 의용군을 추모하는 제례인 ‘25의용연례제향’이 열린다. 이 제례는 1853년 조선 철종 때 이들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진 뒤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진행됐다. 최근에는 수영구기로회, 수영구민속보존협회가 매년 가을마다 제례를 주관하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도 지역 주민 2, 3명이 야밤에 일제의 눈을 피해 제례를 올리며 명맥을 유지했을 정도로 유서가 깊은 제례다.
그동안 제례에서 술잔을 올리는 헌관은 구민을 대표해 구청장과 구의회 의장이 맡았다. 그러나 구의회 의장이 여성일 경우는 전부 배제됐다. 2014~2016년 이정희 전 의장과 2018~2020년 박경옥 전 의장은 제례에 참여하지 못했다. 현 김진 의장도 마찬가지의 처지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헌관 초청자가 없다. 지난해는 남성 부의장이 구의회를 대표해 헌관을 지냈다. 김진 의장은 “관의 예산으로 진행돼 공적 성격이 강한 행사이지만 의장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헌관에서 배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처사”라며 “성차별은 양성평등이라는 시대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옹호할 것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적폐”라고 말했다. 구는 매년 250만 원을 제례 예산으로 집행한다.
앞서 지난 1일 경북 안동 도산서원에서 열린 퇴계 이황 선생 추모제례에서는 60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인 이용배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이 초헌관을 맡았다. 지난해 북구서 열린 ‘구포동 대리당산제’에서도 정명희 북구청장이 헌관으로 참여했다. 부산시의회 박인영 전 의장은 “2018~2020년 의장 시절 부산공동시장 초매식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사에 참석하는 문제를 놓고 논의가 진행됐다”며 “시대가 바뀌었으니 규칙을 새로 정비해야 한다. 세금이 들어가는 공적 행사에서 남녀 차별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영구민속보존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이 헌관으로 참석한 적이 없다. 지역 어르신의 나이가 대부분 80~90대라 설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다만 시대 변화에 따라 내년에는 (여성의 참석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