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처럼 몸을 달구는 불물이 술이다. 술의 어원이 물 수(水)+불이라 수불이 술이 되었다는데 그럴 듯하다. 그런데 술은 물이나 불처럼 우리말인 듯하다. 술을 술술 마시면 일이 술술 풀린다는데 살살 슬슬 마시지 않으면 질질 줄줄 꼬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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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양탕처럼 술술 마시면 안될 반야탕. |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통한 지혜를 반야(般若)라 하는데 반야탕은 술의 최상급 표현이다. 술을 마시면 반야인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술은 길한 물인 길수(吉水), 복된 샘물인 복천(福泉), 지혜를 주는 지액(智液)이다. 아니라면 술은 흉한 물인 흉수(凶水), 화를 불러 일으키는 화천(禍泉), 어리석게 하는 우액(愚液)이다. 슬기탕인 반야탕(般若湯)은커녕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혼미탕(昏迷湯)이자 미혼탕(迷魂湯)이다.
술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술의 양이 문제다. 마시는 양에 따라 순한 양→용감한 사자→더러운 돼지→추태부리는 원숭이가 된단다. 조용한 선비→춤추는 광대→미치광이가 된단다.
술에 대해 겁을 내야 한다. 오죽하면 조상들은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을 만들었을까? 수행자들은 술을 곡차(穀茶)라고 완곡하게 말하는데 정말로 차 마시듯 점잔케 마셔야 하겠다.
반야탕처럼 음식이나 약으로 먹는 탕 아닌 탕이 있다. 음양탕(陰陽湯)이다. 뜨거운 물 위에 차가운 물을 부은 미지근한 물이다. 맹물을 끓여 식힌 미지근한 백비탕(白沸湯)이나 백번 끓여 식힌 백비탕(百沸湯)도 좋다지만 음양의 조화가 위아래로 어우러진 물이라 몸에 더 좋단다. 일리 있다. 음양탕을 술술 마시면 지혜를 깨우는 반야탕이 되기 쉽다. 고기를 끓인 탕은 아니어도 몸을 보하는 맑은 보신탕(補身湯)이겠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