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흰여울마을의 역설…주민 떠나고, 카페만 남았다

37억 투입된 도시재생사업

  •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   입력 : 2020-10-29 22:21:50
  •  |   본지 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관광지 변질·지가 3배 급등
- 주민 4년새 30% 떠나버려
- 카페 점령… 문화공간 3곳뿐

- 영도구, 다음 달 4일 완공식

사람과 문화 중심의 마을환경 개선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려던 도시재생사업이 오히려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의 판을 깔아주고 있다’는 불편한 현실에 직면했다. 재생사업으로 관광객이 유입되는 순기능도 있지만 외지인의 ‘묻지마 투자’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집을 가진 원주민은 팔고 떠났고, 없는 이는 급등한 임대료로 쫓겨 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애초 기대했던 ‘문화와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카페 거리’라는 자본의 위세만 남았다.
29일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카페 거리’를 걷고 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외지인의 부동산 투자 등 부작용으로 세금이 투입된 도시재생사업의 취지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의 역설은 현재 원도심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영도구는 다음 달 4일 흰여울문화마을 재생프로젝트 완공식을 갖는다고 29일 밝혔다. 2015년 국토부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올해까지 국·시비 37억5000만 원이 투입됐다. 테마형 담장 및 친환경 골목길 조성, 급경사 계단 정비, 안내센터와 전망대, 쉼터 등이 조성됐다.

마을 정비가 이뤄지면서 영화 촬영도 진행됐다. SNS와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제2의 감천문화마을’이 된 것이다. 부산관광산업 동향분석에 따르면 2016년 27만5000명이었던 방문객은 지난해 82만8000으로 3배 늘었다. 관광객을 불러들인 것은 문화가 아닌 카페였다. 마을번영회에 따르면 이 곳에 입점한 33개 상가 중 카페는 27개로 전체 시설의 82%에 달한다. 예술 작가 공간을 비롯한 공방은 3개에 불과하다.

‘흰여울 카페 마을’은 부동산 투자의 결과물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소에 따르면 카페 등이 들어선 상업지구 쪽은 3.3㎡ 당 매매가격이 2000만 원에 이른다. 3, 4년 전 600만 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수도권의 투자자들이 물건만 있으면 가격도 묻지 않고 시세보다 웃돈을 주고 바로 매입한다”며 “실제로 상가를 운영하는 대다수가 외지인이다. 원주민 거래는 마을 골목 안쪽에 있는 집을 팔고 나가려는 정도”라고 말했다.

4년 사이 원주민 30%가 마을을 떠났다. 2016년 1월 654명이던 주민은 지난 1월 기준으로 463명으로 줄었다. 마을의 명소로 꼽혔던 ‘흰여울 안내소’도 올해 문을 닫는다. 건물을 무상임대했던 소유주가 내년부터 본인이 사용하겠다며 임대 기간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세금이 투입된 재생사업의 과실이 원주민 보다는 외지 부동산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부작용은 흰여울문화마을의 지속가능한 생명력과도 직결된다. 동의대 강정규(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은 자본이 투입되는 동안만 성장이 유지되는 반짝 효과가 대부분”이라며 “인구 소멸이 심한 영도구는 도시재생 이후의 방향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으면 자연 회귀는 물론 더 가파른 쇠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0. 10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전, 개인정보 유출 1만1000명 추가 “조사 과정서 발견”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8. 8“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57년 평생 심한 말더듬에 고통…소통 연결고리 이어주길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