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지 변질·지가 3배 급등
- 주민 4년새 30% 떠나버려
- 카페 점령… 문화공간 3곳뿐
- 영도구, 다음 달 4일 완공식
사람과 문화 중심의 마을환경 개선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려던 도시재생사업이 오히려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의 판을 깔아주고 있다’는 불편한 현실에 직면했다. 재생사업으로 관광객이 유입되는 순기능도 있지만 외지인의 ‘묻지마 투자’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집을 가진 원주민은 팔고 떠났고, 없는 이는 급등한 임대료로 쫓겨 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애초 기대했던 ‘문화와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카페 거리’라는 자본의 위세만 남았다.
 |
| 29일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카페 거리’를 걷고 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외지인의 부동산 투자 등 부작용으로 세금이 투입된 도시재생사업의 취지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의 역설은 현재 원도심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영도구는 다음 달 4일 흰여울문화마을 재생프로젝트 완공식을 갖는다고 29일 밝혔다. 2015년 국토부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올해까지 국·시비 37억5000만 원이 투입됐다. 테마형 담장 및 친환경 골목길 조성, 급경사 계단 정비, 안내센터와 전망대, 쉼터 등이 조성됐다.
마을 정비가 이뤄지면서 영화 촬영도 진행됐다. SNS와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제2의 감천문화마을’이 된 것이다. 부산관광산업 동향분석에 따르면 2016년 27만5000명이었던 방문객은 지난해 82만8000으로 3배 늘었다. 관광객을 불러들인 것은 문화가 아닌 카페였다. 마을번영회에 따르면 이 곳에 입점한 33개 상가 중 카페는 27개로 전체 시설의 82%에 달한다. 예술 작가 공간을 비롯한 공방은 3개에 불과하다.
‘흰여울 카페 마을’은 부동산 투자의 결과물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소에 따르면 카페 등이 들어선 상업지구 쪽은 3.3㎡ 당 매매가격이 2000만 원에 이른다. 3, 4년 전 600만 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수도권의 투자자들이 물건만 있으면 가격도 묻지 않고 시세보다 웃돈을 주고 바로 매입한다”며 “실제로 상가를 운영하는 대다수가 외지인이다. 원주민 거래는 마을 골목 안쪽에 있는 집을 팔고 나가려는 정도”라고 말했다.
4년 사이 원주민 30%가 마을을 떠났다. 2016년 1월 654명이던 주민은 지난 1월 기준으로 463명으로 줄었다. 마을의 명소로 꼽혔던 ‘흰여울 안내소’도 올해 문을 닫는다. 건물을 무상임대했던 소유주가 내년부터 본인이 사용하겠다며 임대 기간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세금이 투입된 재생사업의 과실이 원주민 보다는 외지 부동산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부작용은 흰여울문화마을의 지속가능한 생명력과도 직결된다. 동의대 강정규(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은 자본이 투입되는 동안만 성장이 유지되는 반짝 효과가 대부분”이라며 “인구 소멸이 심한 영도구는 도시재생 이후의 방향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으면 자연 회귀는 물론 더 가파른 쇠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