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군사 정권에 맞서 분연히 일어선 부마민주항쟁 당시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서 노동자들이 유신 철폐를 요구한 시위가 일어났었다는 증언이 다수 확보됐다. 증언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한국 노동운동사의 암흑기로 평가받는 1970년대에 노동자가 임금 등 근로조건이 아닌 불의에 저항한 ‘정치적 시위’를 했다는 사례가 확인되는 셈이다. ‘시대 저편에 숨어있던 새로운 역사가 발견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진상위)는 1979년 10월 16일 부마항쟁 당시 부산 영도구 대한조선공사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유신 철폐와 독재 타도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2일 밝혔다. 진상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3명의 증언자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구술받았다. 진상위는 증언을 토대로 한진중공업 현장조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
증언자는 김모(72·사하구) 씨 등 세 사람이다. 모두 당시 조선공사에서 근무하던 직원이었다. 이들은 1979년 10월 16일 오후 3시께 400명의 생산직 노동자가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선각공장(선박의 절단과 조립이 이뤄지는 공장)과 수리 조선소 등에서 몰려나와 정문 인근에 자리했던 독(Dock·부지를 깊게 파 놓은 운하 형태의 건조장)까지 행진했다고 한다.
세 사람은 독에서 200m쯤 떨어진 정문 구름다리에서 시위를 목격했다. 지금은 없어진 이 구름다리는 조선공사 정문과 별관을 잇는 일종의 개방형 복도로 건물 3층 높이에 설치됐다. 김 씨는 “주동 인물 없이 모두 울분에 찬 채로 나선 것처럼 보였다. 당시로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다”고 회상했다.
증언자 찾기를 주도한 진상위 차성환 상임위원은 “1970년대에는 노동운동이 억압돼 있었다. 자주적인 노동운동을 실천한 일부 사업장의 노동자들도 근로 조건의 개선을 벗어난 정치적 주장을 금기시할 때였다. 남북 분단과 극단적 반공주의라는 시대적 상황 아래 노동자의 정치적 주장은 불온한 것으로 몰렸다”며 “당시 조선공사에서 노동자들이 정치적 구호를 외치며 짧은 시간이나마 시위를 했다는 건 경천동지할 사건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사에 새 장으로 기록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