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많아 학령인구 유입에도
- 기업 수·공공기관 채용 부족 탓
- 25~29세 수도권·울산·경남행

- 핀테크·관광·마이스산업 육성
- 전통적인 제조업도 혁신 필요
- 시 "공공기관 이전·기업 유치"

최근 10년간 20대 후반(25~29세) 청년 인구의 ‘탈부산’ 추세는 맹렬하게 이어졌다. 지난해 부산을 떠난 20대 후반 청년은 약 6만 명. 전입은 5만3000명으로 순 이동은 7000명 감소를 기록했다.

11일 부산대 학생들이 취업전략과에서 진로상담을 받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windstorm@kookje.co.kr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울산과 경남으로 향한 20대 후반 청년이 많다. 부산지역 대학에 진학했다 졸업과 동시에 수도권으로 떠나거나 울산과 경남으로 돌아가는 현상의 원인은 결국 일자리 문제다.

■“부산 살고 싶지만… 먹고 살게 없다”

부산을 선택한 대다수의 청년들은 삶의 질에서는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쇼핑과 교통, 교육, 주거, 문화, 여가 등 삶의 지표가 서울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지지만 ‘생활 비용의 가성비’ 측면에서는 충분한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자리다. 현재 부산지역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부산은 취업하기 수월한 곳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엇보다 취업할 기업이 부족한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울산에서 동아대에 진한학 권인식(28) 씨는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7년간 부산에서 생활하면서 국제금융도시로 거듭나는 부산의 모습에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금융 공기업 외에는 부산에 본사를 둔 금융계 기업이 적다는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권 씨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만들어지면서 금융 공기업이 본사를 이전하고 지역 청년채용에 할당량을 두는 것은 큰 이점이다. 하지만 그 외에 사기업이나 은행은 대부분 수도권에 본사가 있어 선택지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의 부족이 두드러진다. 손은호(26) 씨는 “일자리나 직군이 수도권보다 다양하지 않아서 나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마지못해 수도권 쪽으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부산에서 살고 싶은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산업의 다양성에도 수도권과의 격차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전북 전주에서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에 진학한 이서원(24) 씨는 영화 제작 관련 업체를 희망하지만 지역의 산업 기반은 열악하다. 이 씨는 “기업도 많이 없고 관련 공공기관은 채용하는 인원수가 적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토로했다.

■유입된 청년, 지역에 뿌리내려야

부산은 심각한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부산지역 합계출산율은 0.83명까지 추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 유출과 저출산으로 50년 뒤인 2070년에는 부산의 인구가 현재 334만 명에서 42.2%가 줄어든 193만 명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부산에는 4년제 대학 15개를 포함해 22개 대학이 청년 인구 유입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앞으로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유입된 청년 인구가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가두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핀테크와 관광·마이스산업에 대한 육성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선기자재와 자동차부품, 기계 등 전통적인 제조업도 혁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도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블록체인 특구와 국제금융도시를 활용해 금융기업 및 국책은행 유치 계획에 나서는 한편 공공기관의 추가적인 지방 이전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형 상생일자리 사업으로 전기차 부품기업인 코렌스EM을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유치했다. 국내 최초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관광·마이스 분야를 비롯해 3차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된 해양모빌리티 사업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지역 청년의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신산업 분야의 대표 기업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