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립지에 조성돼 지반이 연약한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1년 만에 또 같은 곳에서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해 주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의 한 도로가 침하해 물이 흘러넘쳤다. 편도 4개 차로 중 3개 차로에 걸쳐 1m의 균열이 생겼고 횡단보도와 인도도 7m 길이의 균열과 함께 8㎝가량 가라앉았다.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이튿날인 13일까지 복구공사를 진행했다. 이번 사고는 현장 시공업체가 상수도관 세척 작업을 위해 상수도 밸브를 개방하자 물이 지상으로 흘러넘치면서 도로가 갈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1년 전 같은 형태의 지반침하 사고가 일어난 곳이라 우려가 크다. 지난해 4월 상가건물 앞 도로가 지름 15m, 깊이 1.6m 규모로 가라앉고 많은 양의 물이 흘러나왔다. 15일 주민 현주선(38·강서구 명지동) 씨는 “지난번보다 가라앉은 부분이 작긴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반복된 지반 침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실한 부지 조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 이헌승 의원실은 LH가 대한토목학회를 통해 실시한 ‘부산 명지지구 도로침하 현상 원인 분석 및 대책 수립 학술연구용역’ 결과, 명지신도시 상업지구를 중심으로 지반침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물이 흐르지 않도록 하는 차수벽을 추가로 보수했지만, 침하가 계속돼 지반 자체의 보강을 통한 안정성 확보도 필요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LH가 연약 지반임을 확인하고도 땅을 메우는 성토 작업을 기준치보다 3배 이상 빠르게 하도록 설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반침하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연약지반 설계 자문회사 ㈜오름엔지니어링 옥치남 대표는 “각종 오수관·하수관·가스관 등을 매설하면서 주요관과 건물 진입관 사이의 단차로 이음 부분에 문제가 생겨 누수 사고가 반복되고 지반을 연약하게 만든다”며 “녹산공단지대는 현재 당초 계획보다 1m 이상 더 가라앉아 일대 신도시 조성 자체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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