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장비 미착용 벌칙 없어 단속 못해
- 업체 숙원 풀어줬다는 비판 목소리 거세
- 전문가 “차도 주행만이라도 규제해야”
다음 달부터 면허가 없는 중학생도 차도나 자전거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몰 수 있어 가뜩이나 도로 여건이 열악한 부산지역 교통 체계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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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한 시민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부산 동래구 온천천의 자전거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
경찰청은 다음 달 10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돼 면허가 없는 만 13세 이상은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게 된다고 15일 밝혔다. 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도 허용된다.
그동안은 최소 원동기면허 소지자에 한해 차도만 주행할 수 있었다.
전동 킥보드 운행 시 헬멧 등 안전장비 착용은 의무 사항으로 유지되지만 위반해도 벌칙 조항이 없어 사실상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된 뒤 ‘공유형 전동 킥보드’ 업체의 숙원을 풀어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부산지역에는 3000대가 넘는 공유형 킥보드가 운행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유 킥보드 사업 도입 초창기인 지난해 말 해운대·광안리에는 해변 관광객을 겨냥한 ‘라임’이, 남구 대학가엔 ‘윈드’ ‘씽씽’ 등이 진출했다.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최근 온천천 일대에는 ‘다트’ 공유 킥보드가 영역을 넓힌다. 사업자가 거리에 장비를 깔아놓으면, 이용자는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하고 필요한 곳까지 주행한 뒤 다시 길에 세워두는 방식이다.
공유 킥보드 업체가 생겨난 이후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 4월 해운대구에서 라임 킥보드를 몰던 무면허 30대 운전자가 건널목을 건너던 중 차에 치여 숨졌다. 이후 경찰이 집중단속을 벌인 지난 5월 한 달 동안에만 음주, 무면허, 안전모 미착용 등 479건이 적발됐다. 한국소비자원 통계를 보면 개인형 이동수단에 따른 사고 시 ‘머리 및 얼굴’ 부상 39.5%, ‘머리 및 뇌’ 부상이 27.6%를 차지할 만큼 전동 킥보드를 타다 사고가 나면 치명적이다.
각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정구는 이달 중 지역 내 5곳에 전동 킥보드 67대를 주차할 수 있는 전용 주차장을 마련한다. 건널목과 버스정류장 등 공유 킥보드의 무분별한 주차를 막고 최소한의 보행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해운대·수영구는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노상적치물로 규정해 수거하고 적치물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규제책을 시행 중이다.
이번 개정안은 전동 킥보드 규제를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등지선 전동 킥보드가 인도를 침범하면 최고 징역형을 선고하고, 공유형 킥보드에 접이식 헬멧을 내장해 이용자가 헬멧을 쓰지 않으면 구동되지 않게 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도로교통공단 노유진 면허시험처장은 “무면허자도 운행할 수 있게 된 만큼 차도 주행이라도 규제해야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