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악장애물 존치한 김해안
- 안전 아닌 절차 문제로 둔갑시켜
- 수도권 이익 위한 억지 논리
경운산과 임호산.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확장)안 검증위원회는 지난 17일 경남 김해시의 시가지 중심에 자리잡은 두 산을 깎든지 아니면 (계획의)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김해신공항안대로 현재의 활주로에 V 자형 활주로가 신설되면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두 산 위로 지나가야 합니다. 공항시설법에 따르면 활주로를 신설할 때 일정 기준(항공기 진입표면)보다 높은 산악장애물은 없애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방치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부산시)와의 협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산악장애물 존치를 전제로 한 김해신공항안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검증위원회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이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2002년 돛대산 민항기 사고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검증위가 내놓은 결과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이른바 ‘서울 언론’은 어떻게 보도할지 내심 궁금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서울 언론은 ‘고추말리는 공항’까지 언급하며 김해신공항안 폐기와 가덕신공항 추진에 부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였습니다.
A 신문은 검증위가 문제 없다고 판단한 사안을 장황하게 소개하면서, 일부를 문제 삼아 김해신공항안을 뒤집으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안전·소음·시설운영·환경 등 네 분야 주요 쟁점 11항목을 살펴본 검증위는 객관성 확보를 위해 문제가 없는 부분도 보고서에 충실히 담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본 것입니다. 그러면서 검증위가 산을 깎지 않고 두는 것 정도만 문제 삼았다며 마치 대수롭지 않은 듯하게 표현했습니다. 지금이라도 6000억 원 넘게 들여 산을 깎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해시민의 ‘허파’인 경운산과 임호산을 허무는 게 그리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B신문은 경운산과 임호산의 존치를 단지 절차상의 문제로 치부하며 공항 계획 전체를 백지화하는 근거로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치명적 안전 문제를 절차적 문제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검증위는 소음피해 지역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도 공항 인근은 물론이고 항공기 이착륙 항로와 가까운 곳에 사는 일부 김해시민도 만성적인 항공기 소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서울 언론은 단순히 소음 저감이 가능하다거나 아예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물론 공항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서쪽 유도로 건설 필요성에 대해서도 눈을 감았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보수와 진보 언론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가덕에 낮은 점수를 준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평가는 불변의 진리처럼 신뢰하면서 최고 행정기관인 국무총리실의 검증위는 못 믿겠다고 합니다. 대구경북 주민의 가덕신공항 반대 목소리도 서울 언론에는 ‘호재’처럼 보입니다.
서울과 수도권 이익을 위한 서울 언론의 억지에 가까운 보도 태도에 안쓰러운 마음마저 듭니다. 오늘 아침 선배가 보내준 부산지역 한 원로 지식인의 페이스북 글 일부를 옮깁니다. ‘돛대산 민항기 사고 때 환갑여행 갔다오던 마누라 친구가 죽었어요. 120명이 사망했죠. 김포공항에서 이런 사고가 나도 (서울언론은)문제가 있느니 없느니 하겠어요’.
최정현 부국장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