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위기의 가출 청소년 <중> 방치된 아이들

가출 8500명(부산 지난해 추산)인데 실종신고 1777건 뿐 … 탈선 관리 한계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0-11-19 20:17:15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가출팸과 생활하고 있던 A양
- 지원 단체서 귀가 권유하자
- “집에 한 번씩 가 … 나온거 아냐”

- 원인으론 부모와의 갈등 최다
- 단순 미귀가로 여기고 방임
- 집계 안 된 청소년 더 많을 듯

- 코로나로 학교 학생지도 한계
- “청소년 관리기관 분할돼 있어
- 종합적 지원 전담 시설 신설을”

가출 청소년이 몇개월씩 집을 비우는 일은 드물다. 대부분 일주일가량 가출했다가 가정으로 돌아온 뒤 다시 집을 떠나는 ‘간헐적 가출’이다. “친구 집에서 지내다 오겠다”는 식으로 가정을 벗어난 뒤, 실제로는 바깥에서 생활한다.

가출 뒤 ‘비호세력’과 생활하면 주거지와 술·담배, ‘신변 보호’가 주어지는 대신 조건 만남 등 성을 대가로 줘야 한다. 가출한 청소년끼리 모여서 생활하는 통상적인 의미의 ‘가출팸’을 이룰 때도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공가나 폐가에 모여 궁핍하게 산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탓에 절도 같은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가출 청소년 대부분은 수시로 집을 나갔다 들어오기 때문에 가정에서 실종 신고조차 하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다.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 있는 부산청소년종합지원센터 전경. 부산지역에는 이 센터를 포함해 6곳의 청소년 쉼터가 있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이용률이 저조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가출팸 중 ‘가출 청소년’ 없었다

지난해 봄, 학업중단위기학생 복귀지원단체 ‘틴스토리’에 부산시교육청의 연락이 왔다. 중학생 A양이 가출해 2주 가까이 학교에 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미인정 결석(무단결석)이 7일 이상 이어지거나, 30일 누적된 학생은 학교 판단으로 학업중단위기 숙려제 대상 학생으로 지정된다. 결석 사유가 가출인 경우엔 틴스토리가 직접 학생을 수소문해 찾아가기도 한다.

A양을 찾은 곳은 부산 어느 후미진 주택이었다. 구멍가게 내부에 안방이 딸린 형태의 폐가였다. 발견 당시 A양은 혼자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가출 청소년 약 20명과 함께 한 달 가까이 생활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가출팸’이었다. 이들이 머문 공가는 가출 청소년 중 한 명의 아버지가 한때 운영하던 에어컨 설치업체로 사용하다가 비워둔 곳이었다.

A양과 그녀의 가출팸이 지낸 거주 환경은 형편없었다. 빈 술병이 바닥을 굴러다녔고,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실내 구석구석에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난잡한 상황이었다. 처참한 환경에 살고 있으면서도 이들은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바깥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SNS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된 이들은 그저 같이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오토바이를 타고, 서로 성관계를 맺으며 지내는 데 만족하고 있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20여 명의 가출 청소년 중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가 A양 한 명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가정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자 “우리는 가출한 적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종 신고가 없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가출’ 청소년이 아니었던 거다. 집을 들락날락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통에 가정이 사실상 관리를 포기한 청소년들이었다.

결국 A양만 차에 태운 채 사무실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자 남성 청소년이 거세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차량을 향해 “네가 뭔데 A를 데려가느냐”며 욕설을 퍼부어댔다. A양의 휴대전화로 계속해서 전화와 문자를 시도하기도 했다. 틴스토리는 경찰에 신고해 우범소년 송치(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을 소년보호사건으로 경찰이 법원에 송치하는 제도)를 요청했다. 또 이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막고자 다시 가출팸의 폐가로 차를 돌렸다.

도착했을 무렵, 현장에는 경찰차 2대가 와 있었다. 알고 보니 가출팸이 경찰에 “웬 사람들이 A양을 납치해갔다”며 ‘맞불 신고’를 놓은 것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결국 우범소년으로 송치 처분됐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틴스토리 박용성 센터장은 “경찰은 내게 ‘인근 주민의 신고로 예의주시하고 있던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켜 보고는 있었지만 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거다. 가출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청소년들이었던 탓”이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가정·학교도 한계 임박

A양의 가출팸처럼 가출했지만 가출한 것으로 집계되지 않는 게 희귀 사례는 아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청소년(만9~19세) 실종 신고는 총 1777건이다. 지난해 부산에서 최근 1년 내 가출을 경험한 청소년(만 10~18세)이 8500여 명으로 추산(국제신문 지난 17일 자 1면 등 보도)된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가출 청소년 대부분은 ‘가출’ 청소년이 아닌 셈이 된다.

청소년이 오랜 시간 ‘팸’을 꾸려 집단생활을 영위하는데도 가출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부모’다. 여성가족부 ‘2020 청소년 통계’를 보면 청소년이 가정을 뛰쳐나가는 주된 이유는 부모와의 문제(61.7%)다. 부모와의 갈등이나 부모의 방임 등이 자녀의 가출로 이어진다. 이 같은 가출은 대부분 ‘미귀가’로 여겨지고, 가정에선 굳이 행방을 찾지 않아도 머지않아 집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조부모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처럼 집안의 통제력으로는 도저히 관리가 불가능한 경우다. 부모가 자녀의 일상을 신경 쓸 겨를이 없거나, 부모가 밤에 출근하는 탓에 자녀가 가출해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금까지 이 같은 청소년을 관리해온 건 학교다. 적어도 출석만 한다면 최소한의 돌봄이 제공됐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한 최근에는 학교의 기능도 한계에 이르렀다. 일종의 ‘커뮤니티 케어’ 시설로 역할을 한 학교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면서 청소년 관리는 한층 더 어려워졌다.

가정과 학교 이외에 청소년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기관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 관련 시설은 기능별로 쪼개져 있다. 박 센터장은 “청소년 상담 시설은 상담만, 문화 시설은 문화만 다룬다. 잠시 지낼 곳이 필요한 청소년이 상담 시설을 찾으면 다른 곳을 재방문해야 하는데, 여기저기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청소년 시설 이용 자체를 포기하는 일이 잦다”며 “가정과 학교를 대신해 가출 청소년이 필요로 하는 기능 전반을 두루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부산지역 청소년쉼터 운영현황

구분

주소 

보호인원

일시 쉼터(고정형)

부산 사상구 덕포동 ‘부산광역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1층

신청자 현황 따라 상이

일시 쉼터(이동형)

버스를 통해 상시 이동·상담용 시설

 

단기 쉼터(남자쉼터)

부산 사상구 덕포동 ‘부산광역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2층

15명

단기 쉼터(여자쉼터)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부산시여자단기청소년쉼터’

15명

중장기 쉼터(남자쉼터)

부산 사상구 덕포동 ‘부산광역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2층

 7명

중장기 쉼터(여자쉼터)

부산 금정구 남산동 ‘영희네 집’

10명

※일시 - 7일 이내 / 단기 - 3개월 이내(2회 연장 가능) / 중장기 - 3년 이내(1회 1년에 한해 연장 가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공항, 또 피격 12명 사망 309명 부상
  2. 2한화 김승연 회장 “한화DNA로 난관 뚫어내자”
  3. 3[속보]임은정 광주중수청장 “중수청 1호 감찰 대상 돼 안타깝고 서글퍼”
  4. 4[속보]'가평 계곡살인' 이은해, 남편 유족연금 2년넘게 1300만 원 챙겨… 환수 0원
  5. 5찬바람 부는 건설업…'비자발적 이직' 35개월來 30만명 돌파
  6. 6경기 안성 한 국도서 승용차 비탈길 추락, 30대 운전자 사망
  7. 7주진우 "대구 천장 붕괴사고 때 이 대통령 골프, 참사때마다 벌써 세 번째"
  8. 8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9. 9윤호중 행안부장관, 임은정 광주 중수청장 감찰 지시
  10. 10극지해양미래포럼, 오륙도 조간대 체험·플로깅 행사 개최
  1. 1주진우 "대구 천장 붕괴사고 때 이 대통령 골프, 참사때마다 벌써 세 번째"
  2. 2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3. 3이 대통령 "팬스타아크로호 귀항 축하, 이번 성과 바탕으로 북극항로 시대 준비"
  4. 4우크라 갈등에 한미 정보협력 난기류까지…靑 고심
  5. 5국힘 이소희 의원, 첫 국정감사서 ‘일일 우수의원’
  6. 6노무현·박원순 소환한 이 대통령 "품격없다 비난해도 SNS 소통 계속할 것"
  7. 7[2026 국감 브리핑] 정진욱 “이전지역인재 의무채용, 꼼수 방지 위해 예외 조항 재검토해야”
  8. 8與 김용민 “자리 탐하려 정치한것 아냐”…李 대통령에 반박 해석
  9. 9與 “한동훈 딸 수사 덮었나”…법무장관 당시 수사개입 의혹 공세
  10. 10나경원 ‘젤렌스키 감사 서한’에 與 “매국”…나 “친북 정권”
  1. 1한화 김승연 회장 “한화DNA로 난관 뚫어내자”
  2. 2찬바람 부는 건설업…'비자발적 이직' 35개월來 30만명 돌파
  3. 3극지해양미래포럼, 오륙도 조간대 체험·플로깅 행사 개최
  4. 42030년엔 로봇용 D램, 20배 증가 전망…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호재’
  5. 5"국세 체납액 116조원 돌파…미납에 따른 가산세 급증"(종합)
  6. 6“농지 전수조사 내용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세요”
  7. 7삼양사, 최근 3년 반 동안 공정위 과징금 가장 많이 매겨져
  8. 8배달 문화 자리 잡으면서 불만도 급증… 5년여 간 소비자 상담 9430건
  9. 9‘개 식용 종식’ 순조롭게 진행… 농가 1537곳 중 1339곳 문 닫아
  10. 10동남권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 부울경 스타트업 11곳 IR 데모데이
  1. 1[속보]임은정 광주중수청장 “중수청 1호 감찰 대상 돼 안타깝고 서글퍼”
  2. 2[속보]'가평 계곡살인' 이은해, 남편 유족연금 2년넘게 1300만 원 챙겨… 환수 0원
  3. 3경기 안성 한 국도서 승용차 비탈길 추락, 30대 운전자 사망
  4. 4윤호중 행안부장관, 임은정 광주 중수청장 감찰 지시
  5. 5경남도, '걸으면서 느끼는 단풍 여행지' 4곳 소개
  6. 611일 부울경, 구름많고 경남 서부내륙엔 소나기 소식도
  7. 72027학년도 대입 수시, 지역인재·지역의사제 전형 전년대비 40% 지원 증가
  8. 8'대구 상가 천장 마감재 붕괴사고', 경찰 합동감식 진행
  9. 9울산 5개 구·군 재정자립도 모두 4년 전보다 하락
  10. 10'이웃 간 강력범죄'까지 부르는 층간소음, 10년간 전화상담 35만 건 넘어
  1. 1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2. 2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3. 3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4. 4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5. 5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6. 6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7. 7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8. 8“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9. 9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10. 10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우리은행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기초생활수급비로 홀로 생계…병원비 부담에 치료 막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