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출팸과 생활하고 있던 A양
- 지원 단체서 귀가 권유하자
- “집에 한 번씩 가 … 나온거 아냐”
- 원인으론 부모와의 갈등 최다
- 단순 미귀가로 여기고 방임
- 집계 안 된 청소년 더 많을 듯
- 코로나로 학교 학생지도 한계
- “청소년 관리기관 분할돼 있어
- 종합적 지원 전담 시설 신설을”
가출 청소년이 몇개월씩 집을 비우는 일은 드물다. 대부분 일주일가량 가출했다가 가정으로 돌아온 뒤 다시 집을 떠나는 ‘간헐적 가출’이다. “친구 집에서 지내다 오겠다”는 식으로 가정을 벗어난 뒤, 실제로는 바깥에서 생활한다.
가출 뒤 ‘비호세력’과 생활하면 주거지와 술·담배, ‘신변 보호’가 주어지는 대신 조건 만남 등 성을 대가로 줘야 한다. 가출한 청소년끼리 모여서 생활하는 통상적인 의미의 ‘가출팸’을 이룰 때도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공가나 폐가에 모여 궁핍하게 산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탓에 절도 같은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가출 청소년 대부분은 수시로 집을 나갔다 들어오기 때문에 가정에서 실종 신고조차 하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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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 있는 부산청소년종합지원센터 전경. 부산지역에는 이 센터를 포함해 6곳의 청소년 쉼터가 있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이용률이 저조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가출팸 중 ‘가출 청소년’ 없었다
지난해 봄, 학업중단위기학생 복귀지원단체 ‘틴스토리’에 부산시교육청의 연락이 왔다. 중학생 A양이 가출해 2주 가까이 학교에 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미인정 결석(무단결석)이 7일 이상 이어지거나, 30일 누적된 학생은 학교 판단으로 학업중단위기 숙려제 대상 학생으로 지정된다. 결석 사유가 가출인 경우엔 틴스토리가 직접 학생을 수소문해 찾아가기도 한다.
A양을 찾은 곳은 부산 어느 후미진 주택이었다. 구멍가게 내부에 안방이 딸린 형태의 폐가였다. 발견 당시 A양은 혼자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가출 청소년 약 20명과 함께 한 달 가까이 생활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가출팸’이었다. 이들이 머문 공가는 가출 청소년 중 한 명의 아버지가 한때 운영하던 에어컨 설치업체로 사용하다가 비워둔 곳이었다.
A양과 그녀의 가출팸이 지낸 거주 환경은 형편없었다. 빈 술병이 바닥을 굴러다녔고,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실내 구석구석에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난잡한 상황이었다. 처참한 환경에 살고 있으면서도 이들은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바깥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SNS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된 이들은 그저 같이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오토바이를 타고, 서로 성관계를 맺으며 지내는 데 만족하고 있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20여 명의 가출 청소년 중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가 A양 한 명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가정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자 “우리는 가출한 적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종 신고가 없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가출’ 청소년이 아니었던 거다. 집을 들락날락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통에 가정이 사실상 관리를 포기한 청소년들이었다.
결국 A양만 차에 태운 채 사무실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자 남성 청소년이 거세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차량을 향해 “네가 뭔데 A를 데려가느냐”며 욕설을 퍼부어댔다. A양의 휴대전화로 계속해서 전화와 문자를 시도하기도 했다. 틴스토리는 경찰에 신고해 우범소년 송치(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을 소년보호사건으로 경찰이 법원에 송치하는 제도)를 요청했다. 또 이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막고자 다시 가출팸의 폐가로 차를 돌렸다.
도착했을 무렵, 현장에는 경찰차 2대가 와 있었다. 알고 보니 가출팸이 경찰에 “웬 사람들이 A양을 납치해갔다”며 ‘맞불 신고’를 놓은 것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결국 우범소년으로 송치 처분됐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틴스토리 박용성 센터장은 “경찰은 내게 ‘인근 주민의 신고로 예의주시하고 있던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켜 보고는 있었지만 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거다. 가출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청소년들이었던 탓”이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가정·학교도 한계 임박
A양의 가출팸처럼 가출했지만 가출한 것으로 집계되지 않는 게 희귀 사례는 아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청소년(만9~19세) 실종 신고는 총 1777건이다. 지난해 부산에서 최근 1년 내 가출을 경험한 청소년(만 10~18세)이 8500여 명으로 추산(국제신문 지난 17일 자 1면 등 보도)된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가출 청소년 대부분은 ‘가출’ 청소년이 아닌 셈이 된다.
청소년이 오랜 시간 ‘팸’을 꾸려 집단생활을 영위하는데도 가출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부모’다. 여성가족부 ‘2020 청소년 통계’를 보면 청소년이 가정을 뛰쳐나가는 주된 이유는 부모와의 문제(61.7%)다. 부모와의 갈등이나 부모의 방임 등이 자녀의 가출로 이어진다. 이 같은 가출은 대부분 ‘미귀가’로 여겨지고, 가정에선 굳이 행방을 찾지 않아도 머지않아 집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조부모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처럼 집안의 통제력으로는 도저히 관리가 불가능한 경우다. 부모가 자녀의 일상을 신경 쓸 겨를이 없거나, 부모가 밤에 출근하는 탓에 자녀가 가출해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금까지 이 같은 청소년을 관리해온 건 학교다. 적어도 출석만 한다면 최소한의 돌봄이 제공됐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한 최근에는 학교의 기능도 한계에 이르렀다. 일종의 ‘커뮤니티 케어’ 시설로 역할을 한 학교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면서 청소년 관리는 한층 더 어려워졌다.
가정과 학교 이외에 청소년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기관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 관련 시설은 기능별로 쪼개져 있다. 박 센터장은 “청소년 상담 시설은 상담만, 문화 시설은 문화만 다룬다. 잠시 지낼 곳이 필요한 청소년이 상담 시설을 찾으면 다른 곳을 재방문해야 하는데, 여기저기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청소년 시설 이용 자체를 포기하는 일이 잦다”며 “가정과 학교를 대신해 가출 청소년이 필요로 하는 기능 전반을 두루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부산지역 청소년쉼터 운영현황 |
구분 |
주소 |
보호인원 |
일시 쉼터(고정형) |
부산 사상구 덕포동 ‘부산광역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1층 |
신청자 현황 따라 상이 |
일시 쉼터(이동형) |
버스를 통해 상시 이동·상담용 시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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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쉼터(남자쉼터) |
부산 사상구 덕포동 ‘부산광역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2층 |
15명 |
단기 쉼터(여자쉼터) |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부산시여자단기청소년쉼터’ |
15명 |
중장기 쉼터(남자쉼터) |
부산 사상구 덕포동 ‘부산광역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2층 |
7명 |
중장기 쉼터(여자쉼터) |
부산 금정구 남산동 ‘영희네 집’ |
10명 |
※일시 - 7일 이내 / 단기 - 3개월 이내(2회 연장 가능) / 중장기 - 3년 이내(1회 1년에 한해 연장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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