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위기의 가출 청소년 <하> 성착취 엄벌로 다스려야

“그 오빠 착해요” 가해자 두둔…늘어나는 그루밍 성범죄

그루밍- Grooming·길들이기

  • 국제신문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0-11-23 19:59:24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집 뛰쳐나와 거리서 만난 오빠들
- 호의·경제적 도움 베풀며 접근
- 성폭행 당해도 피해 인식 못해
- 진술 거부하거나 존재 숨기기도

- 과거 피해 여학생들 진술 보면
- 성매매 똑같은 혐의 공범인데
- 돈 잘 나눠주면 ‘좋은사람’ 착각

- 만 13세 넘는 청소년과 성관계
- 경우에 따라 미성년강간죄 안돼
- 성매수 평균 형량도 18개월뿐
- 처벌 강화해 접촉기회 차단해야

정신분석학에서 ‘라포(Rapport)’는 상호 간의 친밀감이나 신뢰 관계를 뜻한다. 라포가 두터울 때 환자는 의사에게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라포가 깨지면, 환자는 의사가 하는 말을 전부 거짓으로 여긴다.
   
전문가들은 가출 청소년이 성착취 피해를 당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경찰과 청소년 시설의 정기적인 합동 순찰을 통해 이들을 찾아내고 청소년 시설의 존재를 알리는 등 능동적 연계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 경찰이 관내 지역을 순찰하는 모습. 국제신문 DB
가출 ‘비호세력’(국제신문 지난 17일 자 1면 등 보도)의 성매매 강요에 상처 입은 청소년 상당수는 처음엔 자신이 당한 일을 피해로 느끼지 못한다. 그릇된 라포가 형성된 탓이다.

■성착취 인식 못 하는 피해자

가출 청소년 대부분은 부모와의 불화로 집을 뛰쳐나온다. 집 밖에서 만나는 ‘오빠들’은 가정에서 느끼지 못했던 호의와 친절, 그리고 경제적 여유를 베푼다. 이 때문에 자신을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시킨 이들에 관해 진술하기를 거부하거나, 존재를 숨겨주기까지 한다. ‘착한 오빠’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한다.

성매매로 번 돈을 많이 뜯어가면 ‘나쁜 오빠’, 적게 가로채면 ‘착한 오빠’다. 혹여 경찰이 오빠들을 체포해도 착한 오빠만큼은 처벌받지 않길 바란다. “그 오빠는 착해요. 약하게 처벌해주세요”라고 호소하거나, 아예 피해 진술 자체를 회피한다. 이처럼 비뚤어진 라포를 형성시키는 행위가 바로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이라 불리는 성 착취 예비 범죄다.

2016년, 부산 기장군에서 남성 7명이 가출한 여학생 4명을 윤간하는 등 성폭행을 저질러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피해자들은 고등학생 1명, 중학생이 3명이었다.

당시 가해자 7명 중 6명이 구속됐다. 가해자들이 아직 중학생밖에 되지 않은 가출 여학생들이 성매매하도록 몰아갔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처벌에 이르진 못했다. 가해자들은 여학생들이 성매매로 벌어온 돈을 피해자들과 나눠 썼다. 법원은 여학생들이 ‘자의로 성매매를 했다’고 판단했다. 가해자 중 주범 격이던 당시 20세 B 씨는 ‘초범이고 동종전과가 없다’며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전자발찌를 채워달라는 청구 또한 기각됐다.

학업중단위기학생 복귀지원단체 ‘틴스토리’는 피해 여학생들에게서 당시 겪었던 일들에 대한 진술을 받았다. 뜻밖에도 피해자들은 성폭행을 당했다거나, 성매매를 강요받았다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가해자 7명에 관해 느끼는 호감도를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고 있었다. 자신에게 폭언을 일삼으며 성매매 대가를 많이 가로채는 가해자는 ‘나쁜 오빠’였다. 술과 담배를 자주 사주고, 비교적 친절하게 말을 걸거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가해자는 ‘착한 오빠’로 불리기까지 했다.

최근 가출한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10여 명을 16차례 윤간한 혐의로 구속된 C(20) 씨에게 당한 피해자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C 씨는 자기 일을 돕는 공범 D 군을 데리고 다녔다. 피해자들은 C 씨에 대해선 “화를 자주 내고 돈도 잘 안 주는 나쁜 오빠”라고 했지만, 공범 D 군에 대해선 “착한 오빠”라며 두둔했다고 한다.

■가해자 엄벌만이 악순환 끊는다

그루밍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를 엄벌해 피해자와의 접촉 기회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 또 가출 청소년에게 성착취 피해를 분명히 인지시키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피해 진술은 성매매를 알선하는 등의 범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전문 김현주 국선전담변호사는 “성폭행을 당한 청소년 피해자 중에는 가해자와의 최초 라포가 잘못 형성돼 자신이 본 피해를 진술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피해 상담을 지속하다 보면, 뒤늦게 ‘제정신’을 차린다. 그제야 피해 사실을 설명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엄벌은 현행법상 쉽지 않다.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은 그 자체로 처벌하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기준 연령이 만 13세 미만이다. 만 13세가 넘은 청소년은 상황에 따라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느냐를 판단해야 하는 탓이다. 상해가 없었다면 현 양형기준상 2년 6월~5년 형을 받는 게 보통이다. 전자발찌를 청구해도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자라고 판단되지 않으면 기각되는 일이 흔하다. 2018년 기준 법원의 전자발찌 기각률은 63.2%다.

청소년의 몸을 사는 성 매수자에 대한 처벌도 관대한 편이다. 2019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 분석’을 보면 2018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 매수 혐의로 처벌받은 사람은 268명이다. 이 중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29명(10.8%)에 그친다. 나머지는 집행유예(163명·60.8%) 또는 벌금형(74명·27.6%)이었다. 징역형의 평균 형량도 18.1개월에 불과했다.

미성년자 성매매자는 1~10년의 징역형 또는 2000만~5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는다. 그러나 이 경우 자신과 성관계한 여성이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랜덤 채팅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할 때 가해자들은 가출 청소년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숨긴다. 김 변호사는 “랜덤 채팅에서는 성인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실제 모텔 등에서 만났을 땐 중학생티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성 매수자들은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항변한다.

가출 청소년 성착취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피해자 보호’를 넘어 ‘가해자 엄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틴스토리 박용성 센터장은 “가해자들은 주거지와 생계를 미끼로 가출 청소년을 유혹한 뒤 성매매를 유도한다. 이들을 강하게 처벌해 양측의 연결 기회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기준 연령을 만 16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끝-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언주·박형준 싸움 도 넘어…검증 통해 한 명 자격 박탈을”
  2. 2여야 앞다퉈 부산행…불붙은 쟁탈전
  3. 3서부산의료원 예타 면제 확정…2026년 준공
  4. 4깜깜이 실거래가 봉쇄…매매계약 취소 내역 공개한다
  5. 528일 태풍급 강풍…부울경 29일 영하로 ‘뚝’
  6. 6부산은행장 후보 4명 물망…빈대인 행장 연임 가능할까
  7. 7 씨앤투스성진 코스닥 상장
  8. 8김영춘 1차 경선 과반 얻어도 안심 못해
  9. 9 서장 관사 내 수상한 돈·황금 출처 제대로 밝혀라 /이준영
  10. 10오늘의 운세- 2021년 1월 28일(음력 12월 16일)
  1. 1“문 대통령 비핵화 노력 지지”…시진핑 상반기 방한 가능성
  2. 2청와대 “윤석열 정직처분 옳고 그름, 소송서 가려질 것”
  3. 3김영춘 1차 경선 과반 얻어도 안심 못해
  4. 4“이언주·박형준 싸움 도 넘어…검증 통해 한 명 자격 박탈을”
  5. 5청년선대본부 출범·신공항 논평…야당 보선 주자들 6色 홍보전
  6. 6김종인 수습에도…주호영 또 신공항 딴지
  7. 7당정, 손실보상금 대신 4차 지원금 논의 급물살
  8. 8박인영"국민의힘은 TK만 생각하나…부산시민 분노 알면 깜짝 놀랄 것"
  9. 9여당 3파전, 야당 6명 압축…‘보선 라인업’ 나왔다
  10. 10국민의힘 지지율 출렁에 깜짝…김종인·주호영 가덕도 찾을까
  1. 1[브리핑] 씨앤투스성진 코스닥 상장
  2. 2[브리핑] 에어부산 대마도 무착륙 비행
  3. 3[브리핑] 한은 동전교환 온라인예약제로
  4. 4주가지수- 2021년 1월 27일
  5. 5대리점 대신 온라인서 산다…‘자급제폰’ 인기
  6. 6[경제 포커스] 부산 대표 기업들 휘청대는데…바라만 보는 市
  7. 7탈부산 인구 97% 수도권行…최다 이유는 ‘일자리’
  8. 8부산 남구, 작년 4분기 땅값 상승률 전국 2위
  9. 9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하> 동원개발③
  10. 10‘간편한 한끼’ 밀키트 작년보다 3배 잘 나가
  1. 1위기가정 긴급 지원 <1> 뇌질환 투병 김소망 씨
  2. 2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8일
  3. 3위기의 대우조선, 올 77억弗 수주 목표
  4. 4양산 물금 황산로 1→ 2차로 확장 추진
  5. 5울산에 철새 여행버스 다닌다
  6. 6진주시 공모사업 대거 선정…작년 국·도비 391억 확보
  7. 7부마항쟁 전초 ‘9·17 못골 시위’ 주역, 명예회복 길 열렸다
  8. 8초등 저학년·유아부터 3월 신학기 등교수업 확대
  9. 9가덕신공항 기술검토 용역 진행…6월까지 활주로 등 최적안 도출
  10. 10“월세 안 받을게요” 양산 착한 건물주 화제
  1. 1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1> 부산시체육회 장인화 회장
  2. 2류현진 든든한 내야 우군 얻었다
  3. 3kt 2연패…공동 5위로 밀려
  4. 4롯데 루키 나승엽 1군 스프링캠프 포함 눈길
  5. 5김시우 PGA 시즌 2연승 도전
  6. 6프로야구 ‘유통더비’ 눈앞…롯데 지갑 열까
  7. 7손흥민 시즌 ‘10-10 클럽’(10골·10도움 이상) 가입
  8. 8새 부산농구협회장, 전철우 대표 당선
  9. 9프로축구 아이파크, 미니프런트 7기 모집
  10. 10‘첼시의 전설’ 램퍼드 감독 불명예 퇴진
위기가정 긴급 지원
뇌질환 투병 김소망 씨
부울경 메가시티의 길
일본·독일 등 해외 사례의 교훈
눈높이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發 재활용쓰레기, 근본 해결책 필요
부산 재도약의 해, 새 리더십 선택이 중요
뉴스 분석 [전체보기]
부산 정시 경쟁률 2.3 대 1…11개大 정원미달 현실화
“이명박·박근혜 사면 국민 공감대 우선” 당내 반발에 한발 뺀 이낙연
다이제스트 [전체보기]
파크하얏트부산 ‘레디 투 릴렉스’ 프로모션 外
파라다이스호텔부산, 위시 트리 캠페인 外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전체보기]
배달과 박달 : 밝게 살자
중생과 군생 : 커다란 차이
사건 인사이드 [전체보기]
‘우수관 도주’ 외국선원 올해만 6명…감천항 땅밑이 뚫렸다
스토리텔링&NIE [전체보기]
무관세 수입품 가공하면 우리 산업 지킨대요
헬스케어·드론 택배…에코델타에 SF가 현실로
신통이의 신문 읽기 [전체보기]
수학도 인간관계도 깨달음이 성장과정이란다
명란요리 체험 등 색다른 부산여행이 뜬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체보기]
공익확대 vs 개발위축…첫 사전협상제 한진CY 난파 기로
교육감 “재해처벌법 학교장 빼달라” 노동계 “시대착오적”
이슈 추적 [전체보기]
핵심은 사라진 황금계급장·돈 출처인데…변죽만 울린 수사
포토뉴스 [전체보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코로나 확진
나무에 새긴 시
현장 줌인 [전체보기]
‘돌봄 파업’에 교장·교감까지 방과후 보육 총동원
오늘의 날씨- [전체보기]
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8일
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7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