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시생 “당황해 틀려” 피해 호소
- 직접 종친 전국 곳곳 유사 사례
- 표준화된 매뉴얼 필요 목소리

지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일부 고사장에서 4교시 탐구과목 종료령이 잘못 울려 큰 혼란이 발생한 가운데 부산의 한 고사장에서도 타종 오류가 일어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지역의 고사장처럼 시험지를 걷었다 다시 배부하는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수험생은 잘못된 안내 방송에 혼란을 겪었다. 교육계는 9일 수능 타종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부산진고에서 수능을 치른 고3 A 군은 4교시 탐구영역 첫 과목(화학)을 풀던 오후 3시45분 “시험 종료 5분 남았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당황했다. 3시30분 시작된 탐구영역 첫 과목의 종료 시간은 4시인데 10분이나 빨리 시험 종료 안내 방송이 나온 것이다.

5분 뒤인 3시50분께 “안내가 잘못됐다. 현재 5분 남았다”는 방송이 다시 나왔다. 종료까지 10분이 남았지만, 다시 5분이 남았다는 잘못된 방송이 나왔다.

A 군은 “(안내방송이) 잘못된 것은 인지했지만, 문제를 제기할 엄두가 안 났다. 계산 문제가 많은 과목인데 흐름이 끊겼고 매우 당황했다. 방송 안내와 같이 시험이 일찍 끝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서둘러 시험을 마무리했고 틀리지 않아도 될 문제를 틀려 평소보다 등급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부산진고에서 수능을 치른 이는 A군 포함 총 479명이다.

부산진고 관계자는 “방송 제어 업무를 보던 직원의 순간적인 착오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수능에서 전국 수험장 곳곳에서 이런 오류가 발생했다. 서울 덕원여고에서는 4교시 때 시험종료 타종이 4분 일찍 울렸다.

수험생 B 양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종료 5분 전을 알리는 종이 울린 뒤, 얼마 안 돼 종료령이 울렸고 감독관이 시험지를 걷기 시작했다. 시계를 두 개 차고 있었는데 당시 모두 3시56분이었다. 안내가 잘못됐다는 방송과 함께 시험지를 돌려줬지만,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흐름이 깨져 문제를 풀지 못했다. 1등급을 예상했지만, 3등급이 돼 원하는 대학에 못가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덕원여고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 수백명은 교육당국의 공식 사과를 촉구 중이다.

타종 오류가 발생한 것은 시스템이 ‘아날로그 방식’이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에서 수능 타종 지침을 ▷예비령(타종 길게 짧게 울림 반복) ▷준비령(타종 짧게 두 번) ▷본령(타종 길게) ▷종료령(짧은 타종 반복) 등으로 구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시·도교육청과 학교의 자율사항으로 둔다.

최신식 방송설비를 갖춘 학교는 타종 시간을 컴퓨터에 입력해 실수가 없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곳은 감독관 2명이 스마트폰 알람 등을 맞춰 해당 시간에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직접 종을 울려야 했다.

부산시교육청 권혁제 중등교육과장은 “직접 종료령을 울리려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이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육 당국이 표준화된 타종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