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세포 죽고 심장만 뛰는 아영이
- 父 “학대 방지 위해 법개정 절실”
검찰이 ‘아영이 사건’으로 불리는 부산 산부인과 신생아 학대 사건 피의자를 구속 기소(국제신문 10일 자 6면 등 보도)하면서 이 사건을 계기로 불붙었던 의료법 개정안에 다시 이목이 쏠린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야 모두 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21대 국회 또한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피해자 가족은 절규한다. 아영이 아버지는 “CCTV 영상이 확인되는 기간에만 아영이를 포함해 신생아 14명이 학대당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자신이 학대당한 사실을 입증하기는커녕 인지할 수도 없는 게 신생아들이다. 재발을 막겠다던 약속은 모두 없던 일이 됐다”며 법 개정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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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을 맞은 아영이 . 아영이 아버지 제공 |
지난해 10월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각 기관과 정치인들이 앞다퉈 의료법 개정에 나섰다. 신생아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의료기관 폐업 시 진료기록부 관리를 강화해 재발을 막겠다고 했다. 부산시도 보건복지부에 법안 개정을 건의했다. 사건 진상 규명과 대책을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은 빠르게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직접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개정안은 막을 내린 20대 국회와 함께 폐기됐다.
아영이 아버지는 “1년 넘도록 실제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들끓는 여론에 행정가와 정치가들만 잠깐 부산을 떨었을 뿐이라고 여긴다.
일부 진전은 있었다. 시 보건위생과는 사건 당시 신생아실이 있는 의료기관 29곳 가운데 9곳(31.0%)에 CCTV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했다. 시가 이들 의료기관에 대한 방문 설득을 벌인 결과, 설치율은 51.6%(15곳)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력이 부족한 데다 감염 우려로 방문마저 어려워져 지난 6월 이런 작업도 중단됐다.
21대 국회에서도 법안 개정은 기약이 없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의원 수는 20여 명에 달하지만, 현재 법안 재발의를 준비하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여전히 관심을 두고 검토하고 있지만, 의료계 반대가 워낙 거세고 민감한 사안”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최근 극심하게 대립하면서 분위기가 더 험악해졌다. 이른 시일 내 발의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론이 들끓었다 가라앉은 사이 아영이는 돌을 넘겼다. 아영이 아버지는 “뇌세포가 거의 다 죽어 MRI를 찍으면 머릿속이 새까맣게 나온다. 의사들은 심장이 뛰고 있는 게 기적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서 아영이는 집에서 지낸다. 한 달에 10~12일은 통원하며 삽관을 통해 우유를 넘긴다. 아영이에게는 손위 형제가 2명 있다. 아버지가 생업에 종사하며 어머니가 일을 그만두고 종일 아영이를 돌본다.
“출산의 기쁨이 평생의 상처로 남을지 모른다는 부모의 두려움은 언제까지 방치돼야 합니까?” 아영이 아버지는 담담하게 반문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