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갑곤 박사가 쓴 ‘한자어와 관계있는 우리말의 어원’에 의하면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이 아주 많다. 가가(假家)에서 온 가게, 침채(沈菜)에서 온 김치, 내흉(內凶)에서 온 내숭, 설마(雪馬)에서 온 썰매, 악착(齷齪)에서 온 억척, 석유황(石硫黃)에서 온 성냥, 급작(急作)이에서 온 갑자기, 하수분(河水盆)에서 온 화수분 등등등….
이불도 한자어에서 유래했다는데? 수행자가 이불을 덮으면 음심이 생겨 불심이 떠나기에(離) 이불(離佛)이란다. 글쎄? 필자의 주관적 판단으로는 낭설이다. 이치에 어긋나는 걸 억지로 끌어다 붙이는 견강부회처럼 우리말에 한자를 어거지로 갖다 붙여 만든 한자부회(漢字附會)다. 정말로 이불이 그런 뜻인 줄 아는 수행자라면 이불 대신 방석 등으로 배와 다리만 덮고 잘 수도 있다. 하지만 이불은 돌 꽃 물 꿀 바다 엄마 하늘 바람처럼 순우리말이다. 증거가 있다. 한글로 쓰인 15세기 문헌인 석보상절에 이불은 한자없이 니블로 나온다. 한자로 이불은 피(被)다. 이불과 한 세트로 이부자리를 이루는 요는 어떨까? 이불과 달리 요는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로 사료된다. 근거가 있다. 요는 담요의 준말인데 담(毯)은 한자어다. 요는 잠자리 바닥에 까는 욕(褥)이 쉬운 발음으로 변한 듯하다. 결국 담욕(毯褥)이 담요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러 겪는 괴로운 고행(苦行)이 아니라 온전한 수행(修行)을 위해서라도 이불을 잘 덮고 자야 불심이 깃들겠다. 부처님께서도 6년 간의 고행 후에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고는 이불을 잘 덮고 주무셨을 것같다. 수행을 게을리 하며 낮잠자는 제자들을 혼내셨으나 이불 덮고 자는 걸 이불(離佛)이라며 소리치며 야단치지 않으셨겠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