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보험 위한 공동기금도 추진
부산시가 처음으로 ‘평등한 노동 보장’과 ‘취약 노동자 보호’를 골자로 한 노동 정책 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영세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데도 별다른 행정적 제도가 마련되지 못했던 ‘노동 불모지’ 부산에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는 오는 23일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공개한다고 17일 밝혔다. 시가 ‘노동’을 다룬 5개년(2020~2024년) 종합 계획을 발표하는 건 처음이다. 시는 기본계획에 따라 앞으로 5년간 2329억8300만 원을 투입해 ‘노동이 존중받는 부산’을 만든다. 계획은 내년 1월 시행된다.
이번 계획은 ‘취약 노동자 보호’와 ‘노동조건 개선’에 초점이 맞혔다. 이번 사업의 배경에는 ▷저임금 영세사업장 취약노동자용 맞춤형 정책 필요 ▷새로운 노동유형 등장과 노동시장 유연화로 보호 대상 증가 ▷코로나19 장기화로 노동자 삶의 질·노동조건 악화 등 지역사회의 고질적인 열악한 노동 조건이 자리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부산에 평등한 노동을 보장하고, ‘모범 사용자’로서 시의 역할을 정립하는 게 목표다.
시는 보편적 노동권 보장·평등한 노동환경 구축·노동 행정 거버넌스 강화 등 3대 정책목표와 51개 정책과제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10대 핵심 과제와 27개 신규 과제가 포함됐다.
핵심 과제 중에선 ‘부산형 생활임금제 민간 확대’가 눈에 띈다. 먼저 공공부문의 생활임금 적용 이행률과 범위를 넓히고, 생활임금을 적용한 민간 기업에는 공공 계약 입찰 시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또 평등한 노동 환경의 구축을 위해 ‘공공부문 성별 임금 공시제’가 도입된다. 매년 3월 시 산하 6개 공사·공단의 전년도 성별 임금을 공시해 남녀별 임금 격차 해소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다른 광역시·도와 비교해 사회보험 가입률이 저조해 사회안전망이 허술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 내 ‘공동복지기금’ 설립도 준비한다. 지역 중소기업을 포함해 2인 이상의 기업이 공동복지기금 법인을 설립해 일정 금액을 출연하면 시가 출연 금액의 50%를 국·시비로 대응 투자해 복지 격차를 줄인다. 또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인권 보호와 체불 임금 문제를 상담·구제하는 ‘동네방네 노무사’ 제도도 도입된다.
이 밖에도 ▷청소년·청년 아르바이트생의 노동 기본권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 ▷청소년 노동 플랫폼 구축 ▷청소·경비 노동자 지원 등 노동 약자를 위한 정책이 신규 편성됐다. 언어 소통의 문제로 여러 시책에서 소외되기 일쑤였던 이주노동자(국제신문 지난 9월 16일 자 10면 등 보도)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에 산업안전 보건교육 통역을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된다.
이번 계획은 지난해 2월 제정된 시 ‘노동자 권익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조례 제정 이후 지난해 5월 시 노동권익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시·시의회·양대 노총·시민사회가 1년 이상 협의해 기본계획을 짰다. 시 도용회 노동권익위원장은 “민선 7기 이전까지 부산에는 노동 정책이 전무했다. 이번 계획은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부산 노동자에게 좋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부산시 ‘노동정책 기본계획’ 10대 핵심 과제 ※자료 : 부산시 |
과제명 |
추진계획 |
부산형 생활임금제 확대 |
생활임금제의 공공부문 정착 및 민간부문 확산 유도 |
동네방네 노무사 활성화 |
취약 노동자의 인권 보호 및 체불 임금 상담·구제 |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
노동안전보건지킴이단 운영, 소규모 사업장 산업안전보건 재정 지원 |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업 |
피해노동자 보호 및 회복지원 사업 추진 |
공공부문 성별임금 공시제 |
지방공기업의 성별 임금 구분 공시로 성별 임금 격차 파악 및 해소법 마련 |
산업안전보건교육 통역지원 |
이주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사업장에 산업안전교육 통역 제공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
공공기관 상시·지속 업무의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
노동전담 조직 강화 |
노동행정 조직 규모 확대, 신규 사업 수행 인력 확보 |
부산시 공공기관 노사정협의회 설치 |
시 산하 공공기관 노사정 소통창구 마련 |
노동권익센터 설립 및 강화 |
노동환경 실태조사 및 정책 연구로 취약노동자 맞춤 정책 개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