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여파로 시행 곳곳 갈등
- 박스로 잠시 창문 막고 쉬다가
- 주민 민원에 재계약 불발되기도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아파트 경비원에게 ‘강제적인’ 휴게시간을 부여한 것이 주민과 경비원 간의 새로운 갈등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일을 하다 최근 재계약을 하지 못한 A(70) 씨의 사례는 이 같은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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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에 마련된 경비원 휴게공간이 자물쇠로 잠겨 있다.
배지열 기자 |
이 아파트에서 2년간 경비원으로 근무한 A 씨는 최근 용역업체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같은 업체 소속으로 같은 기간 근무한 경비원 12명 중 A 씨만 해고 통보를 받았다.
29일 A 씨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말을 종합하면, A 씨의 재계약 불가 이유는 ‘경비실 창문을 종이박스로 가리고 있다’는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법이 보장한 휴게 시간에 편하게 쉬다 입주민과 눈이 마주쳐 불편한 상황을 겪었던 A 씨는 고육지책으로 종이박스로 경비실 창문 일부를 막았는데 이를 두고 일부 주민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이 아파트의 경비원 휴게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2시30분, 오후 8시에서 밤 10시, 이후 밤 11시에서 다음 날 새벽 5시까지로 정해져 있다.
A 씨는 “휴게 시간에도 크고 작은 민원으로 경비실을 찾는 분이 많아서 가끔 박스를 썼다. 다른 경비원도 쉬는 시간에 그렇게 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휴식을 취하려는 방책이었는데 해고는 너무하다”고 하소연했다. A 씨는 노동청에 구제 방안을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꼭 경비실을 가려야 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다른 아파트의 경우에는 ‘휴게 시간’이라는 팻말 정도를 걸어두는 쉬는 곳도 많은데 A 씨의 ‘법적 권리 챙기기’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한 입주민은 “휴게시간은 알겠다. 하지만 당장 문의하거나 해결해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 지나가면서 보기에도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측도 “그런 모습을 보는 주민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축 아파트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실상 강제된 경비원의 휴게 시간과 휴게 공간의 문제가 입주민과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A 씨의 사례에서도 적절한 휴게 공간이 있었다면 이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이 아파트에는 별도의 휴게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A 씨를 비롯한 경비원은 어쩔 수 없이 24시간 내내 경비실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지난해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남은 초소를 ‘근무자 휴게실’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제로 현장을 확인해 보니 자물쇠로 잠가두고 각종 비품을 쌓아두는 창고로 쓰고 있다.
신축 아파트는 휴게 공간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규칙’ 개정안에 공동주택(아파트·연립 등) 사업주는 공동주택에서 근무하는 경비원과 미화원, 관리사무소 직원의 휴게 시설을 관리사무소 일부로서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반면 구축 아파트는 추가로 휴게시설을 만들어야 해 비용을 놓고 입주민과 건설사 간 갈등도 발생한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도 고용주는 경비인력을 위한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처벌이나 감시 조항이 없어 제대로 된 휴게시설을 갖춘 곳을 찾기 드문 실정이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