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지난해 온 나라를 숨죽이게 했던 코로나19는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맹위를 떨칠 기세다.
코로나 때문에 경제는 끝 모를 바닥으로 추락한 채 회복 기미가 안 보인다. 그나마 숨통을 틔워줘야 할 정치는 바람 잘 날 없는 다툼으로 허송세월하다 해를 넘겼다.
무엇보다 새해 지상 최대의 과제는 코로나 극복일 수밖에 없다. 지난 한 해 코로나가 우리 삶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모두가 다 잘 알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칫하면 올 연말까지도 종식이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지난해 비교적 선방하던 ‘K방역’은 연말 3차 대유행과 함께 위기를 맞았다. 반드시 새로운 변곡점을 찾아야 한다.
새해 집권 5년 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집권 마지막 해인 만큼 국정 동력을 살려 나가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국론은 격심하게 찢어졌다. 새해엔 발등의 불인 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대화와 협치가 복원되기를 바란다.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국내 정치의 안정을 위해 여야의 협치가 중요하다.
부산으로서도 올해는 더없이 중요한 시기다. 오는 4월 보궐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추행 사건으로 오거돈 전 시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부산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가뜩이나 모든 지표가 전국 최하위권인 판국에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났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올해는 나락으로 떨어진 부산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과연 누가 부산의 새 비전을 보여줄 적임자인지를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시장의 역할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마침내 길이 열린 가덕신공항 건설의 선봉장이기도 해서다. 가덕신공항은 부산과 동남권 미래가 걸린 사업이다. 그러나 김해신공항안이 폐기 수순에 들어섰을 뿐, 동남권이 원하는 가덕신공항을 향한 길은 여전히 멀다. 수도권 등의 반대를 넘고 특별법 통과 등 절차를 진두지휘할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올 한 해 부산이 중대 기로에 서 있는 것을 잊지 말고, 현명한 선택이 필요할 것이다.
# 어린이 사설 쓰기
라쇼몽이란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젊었을 때 야구치 요코라는 배우에게 청혼하기 위해 장문의 편지를 썼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전쟁에서 져. ‘일억 인의 명예로운 죽음’에까지 이르면 우리는 어쨌든 모두 죽어야 해.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결혼 생활이 어떤지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닌 듯한데······.” 자신이 보기에도 밋밋한 내용이었지만, 화려한 미사여구보다는 진솔하고 담담하게 이어나가는 것이 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친한 친구를 중개자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대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조바심이 난 구로사와 감독은 직접 그녀를 찾아가 결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두툼한 편지들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이런 사람하고는 결혼할 수 없어요.”
얼떨결에 편지 뭉치를 받아 든 구로사와 감독은 편지를 읽어 본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편지는 그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고 그녀와의 결혼에 중개자가 되어달라고 부탁한 친구가 쓴 글이었는데, 편지의 내용은 온통 자신에 대한 험담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친구의 단점을 아주 다양하고 깊이 있게 적은 편지를 들고 아키라 감독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아키라 감독은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그녀에 대한 민망함이 겹쳐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그때 옆에서 쭉 지켜보던 야구치 양의 어머니가 조용히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관여해도 될지 모르겠다만, 야구치야. 너는 누구를 신뢰하겠니? 친구를 헐뜯는 사람이니, 아니면 자기를 헐뜯는 사람을 신뢰하는 사람이니?” 구로사와 감독과 야구치 양은 곧 결혼했습니다.
신뢰하는 태도는 다른 사람에게도 믿음을 줍니다. 부산의 새로운 재도약을 위해, 어떤 사람을 부산시장으로 신뢰할 수 있을까요? ‘새 부산시장이 갖추어야 할 리더십’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써 봅시다.
감민진 성전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