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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95> 카니발과 카니발 : 페스티벌과 다른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1-01-04 19:23:2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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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글로브(glove)와 지구 글로브(globe)를 혼동하기 쉽다. 세계화가 글로벌(gloval)인지 글로벌(global)인지 고르라고 하면 알면서도 헷갈린다. 우리는 v나 b를 똑같이 ㅂ으로 쓰고 말하기 때문이다. 카니발(carnival)과 카니발(cannibal)도 마찬가지다. 후자의 카니발을 영어 스펠링 그대로 발음하여 칸니발이라 하면 덜 헷갈릴 텐데….
   
성스러운 페스티벌과 다른 카니발과 카니발.
아무튼 전자의 카니발은 부활절과 관계있다. 양력 12월 25일 성탄절과 달리 부활절은 날짜 계산이 꽤 복잡하다. 양력 춘분일 후 음력 첫 보름날 다음 일요일이다. 대개 4월 중 어느 한 주일(主日)이다. 예수님께서 장사한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신 날이다. 알고보면 성탄절(Christ-mas)보다 더 중요한 날이 부활절(Easter)이다. 예수님을 삼위일체 하느님 하나님으로 기리는 천주교나 개신교인 기독교는 예수의 부활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년 중 가장 신성한 날인 부활절 40일 전부터는 금욕하며 경건하고 정결하게 지내야 한다. 일요일을 제외한 네 번의 열흘인 사순절(四旬節)이다. 이 기간에는 고기를 먹지 못하므로 그 전에 실컷 먹고 마시며 신나게 즐기는 축제가 사육제(謝肉祭)다.

사육제에서 사(謝)는 감사의 뜻도 있지만 이별의 뜻도 있다. 사육제 기간은 양력 2월 중 5~7일 정도다. 이 기간이 끝나면 앞으로 40여일 동안 고기(carne, 肉)와 이별해야(vlae, 謝) 하기에 그 전에 요란하게 벌이는 축제가 라틴어로 카니발(carnival)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리우 카니발이 가장 유명하다. 세계 10대 축제 중 넘볼 수 없는 부동의 1위 축제다. 360일 준비하여 5일 동안 삼바 댄스를 추며 질펀하게 논다. 이러한 사육제 카니발과 다른 후자의 카니발은 식인풍습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대서양 건너 카리브해(Caribbean) 사람들이 식인한다고 잘못 여겼기에 생긴 낱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듯이 제 살 깎아먹기를 카니발리즘(cannibalism)이라 한다.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라 한다. 어느 기업의 신제품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그 기업의 기존제품 판매량이 그만큼 감소했다면 이 역시 카니발라이제이션이다.

불교문화에선 노는 카니발과 같은 요란한 축제가 거의 없다. 물론 태국 등 불교국가에서 부처님 불상을 물로 깨끗이 닦는 것에서 유래한 송크란 물축제가 있기는 하다. 물을 마구 뿌리는 제법 요란한 축제다. 그래도 리우 카니발과 비교하면 조용한 편이다.

   
가장 큰 불교행사일인 부처님 오신 날에도 연등(燃燈) 축제를 열며 조용히 부처님을 기린다. 연등 퍼레이드인 거리행진도 조용한 편이다. 성(聖)스러운 성일(festival)이기 때문이다. 20여년 전부터 우리나라도 축제천국이 되다시피 하면서 서로 엇비슷한 페스티벌들이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카니발화 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거시기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너무 조용해지니 그런 축제였어도 참 그립다. ♬아! 옛날이여♪. 다시 오길 간절히 바란다. 한적함보다 북적거림이 그립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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