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장, 위성전화로 상황 전달
- 총 든 軍 "배 틀어라" 위협
- 한국선원 5명 등 20명 억류
- CCTV 모두 꺼져 연락두절
- 정부, 청해부대 현지 급파
- 외교부 이란대사 초치 항의
국내 유조선(화학운반선) ‘한국케미’가 걸프 해역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가운데 당시 선원들이 총기로 위협 받는 등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청해부대를 현지에 급파하는 등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협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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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걸프 해역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경비정(점선 안)에 나포된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의 관리 선사인 디엠쉽핑 관계자가 5일 나포 당시 선박의 CCTV화면을 공개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kje.co.kr |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한국케미(1만7427t)의 선사 디엠쉽핑은 5일 나포 당시 선장과의 통화를 통해 전해진 급박했던 상황을 공개했다.
선박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11시 5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탄올 등 화학물질 7200t을 싣고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로 이동했다. 이 배에는 한국 선원 5명을 포함해 미얀마인 11명 등 20명이 타고 있었다.
나포는 4일 오후 3시15분 선장이 선박 무전기를 통해 “이란혁명수비대가 선박을 조사해야 한다고 한다”며 선사에 알린 시점부터 시작됐다. 5분 뒤 선장은 위성전화로 “이란 측이 배 속도를 낮출 것을 요구한다”고 다시 알렸으며 오후 3시30분께 총기로 무장한 이란수비대가 배에 올라 탔다. 선장은 전화를 끊지 않고 내려놓은 채 이란수비대와 대화를 나눴다. 수비대가 선장을 위협하는 대화 내용은 수화기 너머로 디엠쉽핑 측에 그대로 전달됐다.
배에 오른 이란수비대는 “항구에서 선박을 조사해야 하니 운항 방향을 이란 쪽으로 바꾸라”고 선장에게 지시했다. 선장은 “여기는 공해상인데 뭐가 문제냐”고 항의했지만, 총기를 소지한 수비대가 선박을 점령하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수비대는 모든 선원을 갑판 위에 모은 뒤 오후 4시께 한국케미의 선수를 이란 방향으로 돌렸다.
선장은 30분 뒤 선박보안경보시스템(SAS)을 눌렀다. SAS는 해적에 납치됐을 때 사용하는 것으로, 선박의 위·경도가 해양수산부 상황실과 선사, 인근 선박 등에 표시돼 구조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디엠쉽핑 측은 나포 이후 선박에 설치된 CCTV로 상황을 지켜봤지만 밤 9시3분 이마저도 모두 꺼졌다.
이란수비대는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해당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 위반한 데 따른 것”이라며 나포 배경을 설명했다. 이란수비대는 헬기까지 동원해 나포 과정을 지켜봤다.
하지만 선사 관계자는 “출항 전 환경오염 우려가 있으면 출항하지 못한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이 유관 부처와 대응책을 긴밀히 협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주한 이란 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선박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했다. 국방부도 인근에 있던 청해부대 33진 최영함을 호르무즈해협으로 보내 상황에 대응하도록 지시했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