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하구 설치 하루 만에 철수
- 주민 "감염 위험 노출" 반대
- 지역 정치인마저 항의·압박
- 서부산권 2곳 뿐… 방역 구멍
코로나19의 ‘숨은 감염’을 찾기 위한 임시 선별진료소가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으로 설치 하루만에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민은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는 이들로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고 주장하지만, 공공의 안전을 위한 시설이 혐오로 낙인찍히는 데 대해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선별진료소 설치가 지연되면서 지역 내 방역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부산 사하구와 사하구보건소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4일 다대2동 통일아시아드공원 인근 다대항 배후부지 족구장에 설치됐던 선별진료소가 설치 하루 만에 철수됐다.
구는 이날부터 2주 동안 선별진료소를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발로 다른 곳을 찾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구는 대체 부지로 도시철도역과 버스정류장이 가까운 다대1동 쓰레기소각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을 우려해 다른 장소도 물색 중이다.
지난 4일 김태석 사하구청장이 막바지 설치 작업을 점검하러 현장을 찾자 주민 수십명이 몰려들어 항의했다. 선별진료소 위치가 아파트 단지와 200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도시철도 1호선 낫개역에서 선별진료소로 가는 길에 주민과 검사 대상자 간 동선이 겹친다는 것이다. 주민 A 씨는 “이 곳은 운동하는 곳인데,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면 어떻게 하나. 지역 주민이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주민 반발을 중재하고 설득해야 할 지역 정치인들마저 여야 가릴 것 없이 구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시설 철수를 압박했다. 조경태 국회의원(국민의힘)과 김정량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송샘 구의원(국민의힘) 등은 “주민 항의가 심하면 입지 재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다른 곳으로 알아봐 달라”고 항의했다. 결국 김 구청장은 이날 설치됐던 임시진료소 철수와 대체 장소 물색을 지시했다.
시설 설치가 지연되면서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인 선별진료소의 방역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16개 구·군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는 13곳이다. 서부산권에는 사상구 사상인디스테이션과 북구 도시철도 구포역 육교광장 2곳이다. 사하구 주민이 선별진료소를 찾기 위해서는 사상구나 북구, 영도구까지 가야해 자발적인 검사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선별진료소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 주거 밀집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돼 있다. 부산진구는 서면 상권의 놀이마루 운동장에 설치했고, 기장군은 주거 밀집지역인 정관보건지소에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선별진료소 설치에 대한 주민과 상인의 반발은 없었다.
동아대 한성호(가정의학과) 교수는 “임시 선별진료소는 혐오 시설이 아닌 복지시설과 다름없다.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기 때문에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진료소가 무산되면 다른 주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부산 임시선별진료소 위치 |
중구(용두산공원 광장), 서구(구덕운동장), 동구(KTX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 영도구(남항대교 하부 친수공간), 부산진구(놀이마루), 남구(백운포체육공원), 북구(지하철 구포역 앞 육교광장), 해운대구(옛 해운대역 광장), 금정구(장전역 1번출구 하단), 연제구(부산시청 녹음광장), 수영구(민락수변공원 어린이야구단연습장), 사상구(사상인디스테이션), 기장군(정관보건지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