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96> 화엄과 화랑 : 풍류도

  • 박기철 경성대 교수·광고홍보학과
  •  |   입력 : 2021-01-11 19:05:39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는 오래 전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이다. 고대사 상고사에 관해 기원 전에 쓰인 기록이 하나도 없다. 유대인들은 기원 전에 쓰인 모세5경 등의 역사서를, 그리스인들도 히스토리의 어원이 되는 히스토리아 등의 역사서를, 중국인들도 춘추 등의 역사서를 가지고 있다. 우리에겐 기원 전에 쓰인 역사서가 아예 없는 것도 안타깝지만 1145년 삼국사기 이전까지 기원 후 쓰인 역사서도 없다. 위서 논란이 있는 환단고기도 편찬연도가 1911년인지 1979년인지 확실치 않다. 일본은 712년과 720년에 편찬된 일본서기나 고사기와 같은 역사서를 가지고 있다.

   
화엄 세상에서 화랑들이 실천한 풍류도.
당시 우리 삼국시대에도 역사서가 확실히 있었다. 백제 서기, 고구려 유기, 신라 국사가 그것이다. 그러나 전란 중에 깡그리 불타 버리고 말았다. 고려실록마저도 불타 없어졌다. 이를 불태운 자들은 저승에서도 편치 않으리라! 고려시대 일연(1206~1289)이 삼국유사를 쓰지 않았더라면 고조선 역사는 통째로 사라질 뻔했다. 김부식(1075~1151)이 삼국사기를 쓰지 않았더라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정사(正史)는 없어질 뻔했다.

덕분에 통일신라시대 최치원(857~908?)이 쓴 난랑비 서문도 알게 되었다. 삼국사기에서 지금도 가장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다. 화랑이었던 난랑의 비에 썼던 머리글로 진흥왕 때의 기록이다. 최치원이 남긴 천부경 81자와 똑같이 딱 81자의 짧은 글이다. 앞부분을 요약하자면, “나라에 현묘지도가 있었으니 풍류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선(仙) 역사책에 있는데 유교 도교 불교인 삼교를 포함한다”. 엄청난 내용이다. 그런데 현묘지도인 풍류에 관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는 선사(仙史)가 없다. 마치 페르마(1607~1665)가 방정식 정리를 증명했지만 그 풀이법을 남겨놓지 않은 것과 똑같다. 이후 수많은 수학자들의 노력 끝에 350여 년 지나 1994년에 풀렸다. 마찬가지로 난랑비 서문에 모호하게 기록된 풍류에 관해 많은 이들이 풀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풀렸다. 물론 수학처럼 딱 풀린 건 아니다. 그래도 많이 풀렸다. 사료(史料)가 거의 부재한 상황에서 이를 푼 분들께 진정 경의를 표한다.

   
도대체 풍류가 무엇인지 여러 설들이 있다. 밝도의 밝(bright)인 부르를 비슷한 발음의 한자로 음차하여 풍류라 했다는 설이 있다. 나한텐 바람의 흐름인 큰 한님의 숨결이라는 설이 더 와닿는다. 원시불교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에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란 구절이 나온다. 그 바람의 흐름이 한자 뜻 그대로 풍류(風流)이며 그리 살아가는 도가 풍류도다. 천지만물은 장엄한 꽃인 화엄(華嚴)처럼 연기되어져 있다. 신라시대 꽃 같은 젊음들인 화랑(花郞)은 이 현묘한 화엄의 세상에서 풍류도를 실천했다. 우리가 당시의 역사서는 잃었지만 풍류도 정신은 잊지 말자. 풍류도 실천의 핵심인 접화군생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논하겠다.

박기철 경성대 교수·광고홍보학과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8. 8“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9. 9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10. 10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3. 3‘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4. 4[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5. 5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6. 6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7. 7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8. 8강신철 “DMZ 北지뢰제거작전은 역사상 처음…단호한 대응이라고 본다”
  9. 9조희대 “재제청 요구 헌법적 근거 없어" 거부 입장 재확인
  10. 10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7. 7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8. 8“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9. 9[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10. 10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8. 8[속보] 북항 상어 '부캉이', 체장 3m 흑상어 암컷으로 최종 확인
  9. 9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10. 10'활력의 섬' 통영 사량도서 100대 명산 오르는 등반 축제 열린다.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5. 5‘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6. 6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7. 7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8. 8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