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억류된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호’와 선원의 조기 석방을 위해 이란으로 갔던 정부 대표단이 13일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선박이 나포된 지 열흘째다. 이란은 표면적으로 해양 오염을 이유로 사법적 절차를 강조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자금 문제가 얽히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최종건 1차관의 이란 방문에 대해 “정부는 이란과 선박 억류 해제를 위한 논의를 지속하는 한편 금번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우리 선원들에 대한 영사 조력을 적극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이란에서 각계 지도층 인사들을 만나 선박 억류 사건과 동결 자금 문제 등을 협의했다. 카타르와 양자 협의를 마치면 14일 귀국한다.
이란과 정부 대표단은 팽팽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최 차관은 한국 선박과 선원 억류 사태를 항의하고 조속한 해제를 요구했다. 이에 이란 측은 “억류는 해양 오염과 관련된 기술적인 사안”이라며 “공정하고 신속한 사법 절차 진행과 선원들에 대한 인도적 대우, 영사 접견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이란 측이 해양 오염과 관련된 객관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으면서 한국에 묶인 동결 자금을 풀기 위해 선박을 나포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 2곳에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약 7조6000억 원)가 묶여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이란 측에 한국과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원화 자금 활용 극대화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협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