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구 "계약유지" 권고 무시
- 선의피해자 36세대 불안감 여전
- 재분양 이득 노리나 의구심 커져
국토교통부가 부산 해운대구 ‘마린자이 사태’(국제신문 지난달 15일 자 6면 등 보도)로 선의의 피해자가 된 입주민에 대해 시행사 측에 공급 계약을 유지할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 성격인 데다 시행사는 공급계획 취소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피해자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공급계약 취소에 직면한 마린자이 아파트 36세대에 대해 계약을 유지하도록 시행사에 요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해운대구가 계약 취소 통보를 받은 입주자들로부터 소명 자료를 확인한 뒤 국토부에 취소가 철회될 수 있도록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현재 시행사가 계약 취소 통보를 한 대상은 모두 41세대로, 이 중 부정청약을 통해 실제 거주하고 있는 것은 단 1세대다. 36세대는 부정청약 사실을 모르고 매수한 선의의 피해자임을 소명했고, 나머지 4세대는 소유주와 연락이 닿지 않아 아직 소명이 되지 않았다.
주택법상 부정청약에 따른 공급계약 취소 권한은 국토부 장관과 사업주체가 가진다. 국토부가 시행사에 계약 취소 철회를 요청할 수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한 피해 입주민은 “정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행사가 선의를 베풀어주길 바라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행사는 공급계약 취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애초 계약 취소를 통보한 이후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시행사는 앞서 제3자의 사익 보호보다 주택공급 거래질서 유지라는 공익을 우선시한 대법원 판례를 들어 계약 취소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부정청약으로 입주한 1세대에 대한 계약 취소는 당연하나 불법 사실을 모르고 아파트를 매수한 40세대가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시행사의 조처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도 많다. 공급가를 높인 재분양을 통해 이익을 남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가 계약 취소 중지를 요청하고, 해운대구가 취소된 공급분에 대한 재분양을 불허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재분양을 강행하려는 시행사의 조처에 이 같은 의구심은 더 커지고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 의견까지 무시한 채 취소를 강행하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현재 방침상 시행사가 재분양을 통한 이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