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 “편견 탓 과잉 지침”
부산시가 역학적 근거 없이 노숙인 등에게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도록 한 뒤 실제 검사 여부를 파악하라는 지침을 만든 것을 두고 일선에서는 ‘과잉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노숙인과 쪽방 주민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실시한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노숙인종합센터, 쪽방 상담소 등 4곳에 전달했다. 지역 내 확산세가 심상찮아 이들을 선제적으로 진단한다는 취지다. 쪽방 상담소 등에는 이들을 임시선별진료소 등으로 안내하고 실제 검사 여부를 확인해 매주 시에 보고하라고 당부했다.
현장에서는 실효성과 필요성에 의문을 드러낸다. 노숙인은 야외 생활을 하는 데다 대외 접촉이 적어 감염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쪽방 주민도 대다수가 1인 가구라 고위험 ‘집단’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시는 지난해 8월에도 노숙인 등을 검사했다. 당시에는 ‘서울 광화문 집회에 노숙인이 참여했다’는 정보를 근거로 시행했는데, 567명을 검사했지만 양성 판정은 ‘0명’이었다.
역학적 근거 없이 이뤄지는 검사를 두고 과잉 행동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범보건단체 ‘라포’ 김민수 대표는 “선제적으로 선별 검사를 하는 건 역학 조사에서 ‘이 집단은 반드시 검사해야 한다’는 판단이 설 때다. 근거 없이 ‘일단 받아보라’는 식으로 검사를 요구하는 건 편견에 따른 과잉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검진 대상자들도 불만이다. 한 쪽방 상담소 관계자는 “시의 지침을 상담소 이용자 50여 명에게 전했더니 대부분 ‘내가 왜?’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난처해했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협조가 어려운 이들 특성상 일선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보건소 직원 모두에게 난감한 일이다”며 “민선 7기 공약이던 시립의원 등 노숙인 무료진료소가 설립돼 노숙인 사례 관리가 이뤄졌다면 이런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정태효 복지정책과장은 “코로나19가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되는 상황이다. 거리 노숙인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지는 않겠지만, 쪽방 주민 등에게는 선제적으로 협조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