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절도사건 매뉴얼 어겨가며
- 도난품 등 수사 허위 처리 정황
- 전·현직 3명 불구속 입건돼 조사
지난해 3월 부산 해운대경찰서장 관사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과 관련해 전·현직 해운대경찰서 직원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상급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하직원이 사건 정보를 허위로 입력하는 등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1차 수사종결권 등 경찰 권한 확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경찰청은 해운대경찰서장 관사 절도 사건을 부정한 방식으로 처리한 혐의(공전자기록 위작 등)로 A 전 해운대경찰서장과 B 과장, C 팀장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3월 A 서장 관사에서 일어난 절도 사건을 처리하면서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도난품 등 수사 정보를 허위로 입력하고 이를 방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당시 절도범은 A 서장 관사에 침입해 현금 1300만 원과 치안정감 황금 계급장 등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청은 해운대 경찰이 정상적인 절도 사건 매뉴얼대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당시 A 서장 관사에서 사라진 황금 계급장과 현금의 출처도 확인 중이다.
현직 경찰이 입건되면서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한 경찰 내·외부의 관심이 높다. 경찰 내부에서는 사건 정보를 허위 입력한 혐의를 받는 C 팀장이 진술한 “윗선의 지시가 없었다”는 부분을 의심한다. A 서장이 직속상관으로 있던 상황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일선에서는 계급 중심의 상명하복 문화가 지배하는 조직 특성상 하급 직원이 임의로 이 같은 일을 벌일 순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 경찰은 “공무원 중에서도 위계질서가 뚜렷한 경찰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면 부하 직원이 관할 서장 관사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을 맘대로 처리할 순 없다”며 “앞으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경우 직원만 다칠 수 있다는 불만이 조직 내 팽배하다”고 전했다.
경찰이 내부 사건을 부정하게 처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는 등 권한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처럼 경찰 간부와 관련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를 무마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시민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 권력은 더 커졌는데 경찰이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일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다”며 “내부 사건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와 관련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