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97> 중생과 군생 : 커다란 차이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1-01-18 19:14:13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풍류라 하면 멋, 운치, 놀이, 유흥 등이 피상적으로 떠오른다.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과연 풍류의 정수는? 삼국사기에 기록된 풍류란 3교를 포함한다. 3교에 관해선 바로 전 496회 글에서 소개했던 최치원의 난랑비 서문에 정확하게 적혀 있다.

   
불교의 하화중생과 다른 선교의 접화군생.
공자의 충효, 노자의 무위, 부처의 선행 등이니 유교 도교 불교다. 그런데 최치원이 쓴 문장의 맥락으로 보아 풍류는 유불도 3교보다 더 근원적인 것같다. 우선 공자 노자 부처에 대한 호칭이 불온하기 때문이다.

12세에 당나라로 유학 가서 29세에 귀국한 최치원은 유교 도교 불교에 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공자를 노나라 사구(魯司寇), 노자를 주나라 주사(周柱史), 부처를 축나라 태자(竺乾太子)라고 썼다. 대단한 성인들을 강등시킨 최치원의 내심은? 당시 신라의 풍류가 유불도보다 더 심원한 것임을 강조하려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 풍류에 관해 선사(仙史)에 기록되었다 했으니 풍류는 곧 선(仙)이다. 그렇다면 풍류도는 선교라 할 수 있다.

삼국유사에서도 풍류에 관해 삼국사기보다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미륵선화 이야기를 통해서다. 풍류를 좋아했던 진흥왕은 나라를 흥성하게 하려면 반드시 풍월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화랑을 뽑았단다.

여기서 풍월도(風月道)는 풍류도(風流道)다. 미륵선화(仙花)가 신라의 선교(仙敎)를 책임지는 국선(國仙)이 되어 화랑도(花郞徒)인 국선도(國仙徒)와 어울리니 풍류가 세상에 빛났단다. 결국 삼국유사에서도 풍류는 곧 선(仙)이다.

그렇다면 풍류도인 선교란 어찌 실천되는 것일까? 최치원은 이에 관해 난랑비 서문에 아주 짧게 썼다. 접화군생(接化群生)! 함축된 의미가 엄청난 네 글자다. 최치원은 왜 불교에서처럼 중생이라 하지 않고 군생이라 했을까? 중생(衆生)과 군생(群生)의 차이는?

짐승의 어원이라는 설이 있는 중생은 인간을 포함하여 마음이 있는 유정(有情)한 생물이다. 중생보다 범위가 더 넓은 듯한 군생은 마음이 있는 생물은 물론 세상천지 모든 생명체를 망라하는 낱말인 듯하다. 불교의 하화중생(下化衆生)이나 요익중생(饒益衆生)이 수직적으로 내려가 중생을 교화하고 중생을 넉넉하고 이롭게 한다는 뜻이라면, 선교의 접화군생은 수평적으로 들어가 나 자신마저도 군생의 일부가 된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다면 매우 큰 차이다.

   
실제로 풍류도를 실천했던 화랑들은 접화군생하는 세 가지 교과목을 통해 조정에 천거되었다. 삼국사기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첫 번째, 도의(道義)를 서로 갈고 닦는 것이다. 두 번째, 노래와 음악인 가락(歌樂)을 서로 즐기는 것이다. 세 번째, 멀리까지 산수를 유람하는 것이다. 이 셋은 현대판 ‘국영수’로 추락하고 말았다. 화랑들은 이렇게 접화군생하며 훌륭한 인간으로 자라났을 것이다. 동남권 변방의 신라가 삼국통일한 원천에는 풍류의 정신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감히!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2. 2"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3. 3‘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4. 4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5. 5[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6. 6[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7. 7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8. 8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9. 9[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10. 10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1. 1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2. 2[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3. 3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4. 4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5. 5[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6. 6[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8. 8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9. 9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2. 2"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3. 3"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5. 5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6. 6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7. 7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8. 8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9. 9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0. 10‘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 1‘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2. 2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3. 3[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4. 4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5. 5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6. 6[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7. 7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8. 8광주서 승합차·시내버스·오토바이 추돌…2명 경상
  9. 9"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10. 10이태원 참사 유족, 4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촉구…"책임자 처벌" 외치기도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한 아이의 내일을 바꾸는 '부산의 힘'
“몸 불편한 엄마 화장실이라도 편히 사용했으면”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나노산단 분양률 50% 고무적…미래전략 앵커기업 유치 목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