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마산시가 ‘통합시’ 제안
- MB정부 행정체계 개편 나서자
- 정치권, 주민투표 없이 밀어붙여
- 합친 지 10년 지나도 갈등 잠복
- 창원시민 각종 비용 분담 반발
- 마산·진해시민은 소외감에 불만
- 재분리하자는 주장까지 나와
- SOC 등 대도시 토대 닦았지만
- 인구감소·재정난 등 어려움도
- 지자체 통합은 삶의 질과 직결
- 공론화 통한 공동체 합의 필요
경남 창원·마산·진해시가 통합 창원시로 탄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통합 창원시는 2010년 7월 1일 자로 인구 108만 명, 예산 2조2000억 원, 면적 737㎢인 광역시급 대도시로 출범했다.
창원·마산·진해 간 통합은 2008년 마산시장이 공식 제안하면서 지역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부상했다. 당시 한일합섬 공장 폐쇄, 수출자유지역 쇠락 등으로 도심이 쇠퇴하던 마산시로서는 도시 발전을 위한 돌파구로 창원시와의 통합이 절실했다. 반면 우수한 도시 인프라를 갖춘 창원시는 마산과의 통합이 오히려 도시 문제 해결 비용을 떠안는 부담이 있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도 3개 시의 행정 통합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행정체제 개편을 언급한 뒤 의견 수렴 절차인 주민 투표조차 거치지 않은 채 서둘러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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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1일 통합 10주년을 맞아 창원시청에서 허성무 창원시장과 시민 대표 10명이 ‘시민의 기억상자’로 명명한 타임캡슐 제막식을 진행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
■주민 동의 빠진 반쪽 통합 갈등 잠복
통합 과정에서 창원 시민의 반발은 컸다. 그러나 애초 통합에 반대하던 창원시의회가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통합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천을 염두에 둔 시의원들이 통합을 지지하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뜻을 받아들인 결정이었다는 지적이 따랐다.
주민 투표 없이 이뤄진 행정 통합은 주민이 통합의 주체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이후 책임 의식은 사라지고 남의 탓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행정 통합은 시청사도, 시명도 창원으로 정해지는 등 모든 것이 기존 창원 중심으로 흡수됐다. 행정의 중심이 창원으로 집중되자 마산·진해 시민은 마치 게임에서 진 패자처럼 물적·심적 공허감에 빠졌다. 창원 시민 또한 자신들이 피해자가 됐다고 생각했다. 도시 균형 발전을 이유로 창원보다는 마산·진해에 투자가 많이 이뤄진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7월 통합 10주년을 맞은 허성무 창원시장이 정례조례에서 ‘경계 없는 하나의 도시’를 강조할 만큼 마창진 3개 시민의 화학적 통합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합 10주년을 맞아 제시된 ‘창원비전 2030-경계 없는 하나의 도시 창원’이라는 슬로건이 현주소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처럼 통합시 명칭, 청사 소재지 선정 등 통합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이 잠복해 있을 뿐만 아니라 창원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홈으로 쓰일 새 야구장 입지 선정 및 변경 과정에서 불거진 감정 대립 등으로 마산·창원·진해로 다시 분리하자는 주장마저 나왔다.
2014년 9월 16일에는 진해 출신인 김성찬 시의원이 시의회에서 당시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계란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 시장이 NC 다이노스 새 야구장 입지를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에서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변경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지난해 5월에는 국민의힘 윤한홍(마산 회원) 의원이 마창진 재분리 주장까지 들고나왔다.
■행정 통합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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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대회의실에서 통합 창원시 10년을 되돌아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창원시 제공 |
통합 창원시는 다양한 자원과 기반 역량을 가지게 됨으로써 지속 가능한 대도시로 발전할 토대를 마련했다. 창원시정연구원은 지난 10년간 ▷대중교통 연계망 확충 ▷택시 요금 시계 외 할증요금 폐지 ▷주차공간 확대 등 시민 이동의 편리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또 창원NC파크 야구장 건립, 마산로봇랜드 개장 등으로 문화·관광·체육시설 등 도시 기반 역량도 개선됐다. 종합병원 병상 수 증가, 노인복지시설 확충, 저소득 지원 서비스 확대 등에 힘입어 전반적인 시민 만족도가 향상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내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통합 대가로 정부로부터 2011년부터 1년에 146억여 원씩 지난해까지 10년에 거쳐 1466억 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통합 당시 108만 명이던 인구는 103만 명대로 줄고, 경제산업 지표는 전국 평균을 하회하는 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5월 열린 ‘창원 통합 10년의 평가와 도약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대구대 행정학과 송건섭 교수는 ‘자율통합 창원시의 효율성 및 생산성 분석’이란 주제 발표에서 인구 100만 명 이상인 수원·고양·용인시 등 대도시 효율성에서 창원시의 공공서비스 역량 효율성이 평균 0.93점(기준 1점)에 못 미치는 0.82점을 받아 가장 낮다고 분석했다. 나머지 3개 시는 모두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또 명지대 행정학과 임승빈 교수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단체 통합의 과제’라는 주제 발표에서 창원시는 통합의 결과로 보조금 등 중앙정부에 대한 예속성이 늘어난 반면 교부세 등 통합 창원시의 자주 재원은 상대적으로 축소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처럼 통합 창원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사회복지비가 급증하고 재정 자립도 하락과 가용예산 감소 추세 등으로 충분한 통합재정을 확보하지 못해 안정적인 시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통합 창원시 사례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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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의창구 통합 창원시청사 전경. |
자치단체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의 통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문화·역사·경제·의식 등 시민 삶의 질을 결정한다. 그런데도 통합 신청 후 불과 10개월 만에 지방의회 의결로 통합이 전격 처리되는 등 시민 공론화 과정이 누락됨에 따라 후속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행정 사안마다 시민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채 정치권 의사대로 처리되면서 또 다른 문제와 갈등이 유발되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통합 창원시가 자주적인 재원 확보와 시민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해 말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에 부여하는 ‘특례시’ 지위를 얻었다. 특례시는 내년 1월 출범할 예정이다. 특례시 지위를 얻음으로써 통합 창원시는 도시 브랜드 강화는 물론 일반 시와 차별화된 자치 권한 확보 및 신속한 정책 결정, 질 높은 행정서비스 제공 등의 기반을 마련했다.
시는 중앙정부와 직접 교섭으로 국가자원 및 도시 경쟁력 강화, 지역발전 가속화, 국책사업 및 국가기관, 국제행사 유치 등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창원시정연구원 이자성 사회문화연구실장은 “자치단체 통합은 중앙 정부의 사후 관리 및 로드맵 등 전체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면서 “성공적인 행정구역 개편 및 자치단체 통합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jh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