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 줄폐업·실직 위기 속
- '착한임대인' 잇는 감동 선사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거리두기 강화와 완화가 되풀이되면서 일상의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은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넘어 ‘코로나 레드(분노)·블랙(좌절감)’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부산 북구 만덕1동의 사례처럼 많은 이들이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네며 ‘다함께 사는 사회’의 가치를 스스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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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부산 연제구 장수촌 국밥 교대점에서 최순화(가운데) 대표와 직영점포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장수촌 국밥 11개 직영점 직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최 대표에게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을 전달해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
들불처럼 번졌던 ‘착한 임대인 운동’은 코로나 장기화 속에서 퇴색되며 실망하기도 했지만, 장수촌 순대·돼지국밥 직원들의 온정어린 행동은 시민에게 ‘다함께 코로나를 이겨내자’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동구 범일동 장수촌 순대·돼지국밥 등 직영식당 11곳의 점장들은 지난 12일 최순화 대표에게 직원들이 모은 성금 550만 원을 전달했다. 성금 전달은 점장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했다. 함께 국밥집을 지켜 온 직원들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최 대표에 대한 작은 보답이다.
범일동점 손명숙 점장은 19일 “코로나19가 터진 지 꼭 1년이 됐다. 24시간 열던 점포의 운영시간이 제한되고, 매출이 이전에 비해 3분의 2 넘게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직영점포 11곳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며 “가능하면 직원들의 삶의 터전인 가게를 정리하지 않고 버텨내려는 최 대표의 노력을 직원이 대부분이 체감하고 있다. 큰 돈은 아니지만 고마운 마음과 응원을 전하고 싶어 성금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점장 11명은 휴무일 중 일부를 반납하고 가게에 나와 일하기로 했다.
강원도 출신인 최 대표는 1986년 결혼하며 부산에 정착했다. 1999년 연제구 연산동에서 처음 국밥집을 시작해 현재 부산 8곳과 양산 2곳, 창원 1곳 등 11곳의 매장을 직영 체계로 운영한다. 가게마다 점장을 포함해 직원 3~5명이 일한다. 최 대표는 24시간 운영되는 국밥집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월 5일의 직원 휴무와 중간 휴식 등을 보장하고 있다. 노무 관리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노무사를 따로 둘 정도로 복지를 살뜰히 챙겼다. 이 곳을 담당하는 양용남 노무사는 “최 대표는 직원이 다치거나 치료가 필요할 경우 묻거나 따지지 않고 치료비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에 성금을 고사했던 최 대표는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다. 지금까지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장 값진 응원이다. 어려운 자금난을 헤쳐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직원으로 거쳐 간 분 중에 식당에 대해 섭섭하거나 안 좋은 마음을 가진 분도 있지 않을까 되돌아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코로나19로 ‘착한 임대인’은 부각됐지만, 직원이 대표를 위해 모금한 경우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며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시민에게 사회적 소속감과 유대감을 제시한 바람직한 사례”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