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명품마을' 혁신을 찾아서 <27> 합천군 쌍책면 내촌마을

쓰레기 악취 내뿜던 ‘덤끝’(바위 동산)…꽃동산 만들어 행복마을 꽃 피우다

  •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  |   입력 : 2021-02-07 19:21:59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70, 80대 57명 거주 농촌 마을
- 동네 한쪽 황폐한 동산 해결위해
- 주민 뭉쳐 토지소유주 문중 설득
- 1년간 꽃밭 가꾸고 쉼터 만들어

- 매주 환경정화 나서며 마을 활기
- 황강 따라 해바라기 단지도 조성
- 대통령상 수상에 전국 벤치마킹

경남 합천군 쌍책면에 있는 내촌마을은 2017년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마을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받은 명품 마을이다. 여느 농촌 마을과 다를 바 없는 고즈넉한 마을이지만, 마을 구석구석 주민의 땀과 애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내촌마을은 30년 넘게 방치된 동산을 주민 스스로 정비하고, 마을의 비전을 새롭게 제시해 마을 자치의 표준모델로 평가받는다. 대부분 70, 80대인 주민의 노력으로 마을 일대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변신했지만, 주민은 가장 큰 성과로 마을의 변신보다 주민 스스로 행복해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남 합천군 쌍책면 내촌마을 전경. 사진 왼쪽 아래에 보이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작은 동산이 덤끝 꽃동산으로 바로 왼쪽에 황강이 흐른다. 합천군 제공
■황강에 맞닿은 덤끝마을의 변신

합천읍 소재지에서 17㎞ 떨어진 쌍책면 소재지의 내촌마을은 황강과 맞닿은 덤끝을 중심으로 150m 내 집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덤은 경남지역에서 바위를 일컫는 사투리로, 예로부터 내촌마을은 바위 끝 마을이라는 뜻의 ‘덤끝’마을로 불렸다.

마을 주민 대부분 70, 80대로 35가구 57명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내촌마을의 명성은 2015년 여름날 덤끝에서 시작됐다. 내촌마을에는 마을 한쪽에 나지막한 동산인 덤끝이 있다. 덤끝은 옛날부터 마을의 쉼터 역할을 했지만, 1970년대 산업화와 함께 주민이 줄면서 황폐해졌다. 여기에다 덤끝 토지 소유주인 문중은 묘지 보호를 위해 울타리를 치고 주민의 출입을 막았다. 이후 덤끝은 더는 고향의 옛 동산이 아니었다. 수풀이 우거져 사람의 출입이 불가능해졌다. 쓰레기는 덤끝 곳곳에서 악취를 풍겼다. 수풀이 우거지면서 주민이 뱀에 물리거나 말벌에 쏘이는 사고도 잦았다. 마을의 상징적 쉼터였던 덤끝은 어느새 마을의 골칫거리가 됐다.

주민은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대부분 마을 공공사업이 행정관청 주도였던 것과는 달리 내촌마을은 주민 스스로 팔을 걷어붙였다. 먼저 덤끝 토지 소유주인 문중의 토지 사용승낙이 관건이었다. 이장을 비롯한 주민은 문중을 찾아가 읍소하고, 외지에 사는 문중에는 편지를 보내 ‘덤끝 살리기’에 동참을 호소했다. 결국 주민의 열정에 감복한 문중은 덤끝 토지 사용을 승낙했다. 이어 주민은 청소에서부터 방역·제초작업, 꽃밭 가구기 등 1년의 노력 끝에 꽃과 평상 쉼터, 가로길 등으로 꾸며진‘ 덤끝 꽃동산’을 조성, 예전의 마을 동산 되찾기에 성공했다.

■자발적 환경정화, 전국 벤치마킹

내촌마을 주민이 마을가꾸기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해바라기 단지.
합천군과 쌍책면은 내촌마을의 사례를 작은 마을의 변화로만 삼기에는 아까웠다. 마침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행복마을 콘테스트’에 깨끗한 농촌 만들기 사업 부문이 신설됨에 따라 합천군은 내촌마을에 콘테스트 도전을 권유하게 된다.

우연히 시작된 마을 가꾸기로 전국 경쟁에 나선 마을주민은 도전 의지를 불태웠다. 합천군과 여러 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열고, 한국농어촌공사와 경상대 자문을 통해 체계적인 마을 사업 방향을 설정했다. 유명무실했던 마을 추진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고, 주민 회의를 거쳐 ‘깨끗한 농촌 만들기 3대 핵심 과제와 30대 실천 과제’를 도출했다.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깨끗한 내촌마을 만들기 캠페인의 날’로 지정해 환경정화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덤끝 꽃동산을 가꾸다 휴식 중인 주민.
한적했던 마을에 활기가 돌았다. 매주 두세 번씩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마을 곳곳의 폐비닐과 쓰레기 등을 치우고, 활동이 끝나면 마을회관에서 그날의 작업을 정리하고 다음 계획을 세웠다. 마을 청소에 적극적이었던 여성 주민에게는 ‘덤끝 깔끄미’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주민의 열정은 마을벽화 그리기, 담장 정비, 마을 입구 울타리 설치 등 마을 기반 시설물 확충으로 이어졌다.

마을 환경정비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여긴 주민은 한발 더 나아가 해바라기 단지 조성사업에 뛰어들었다. 마을 활성화를 위해 덤끝 꽃동산과 마을 부지를 활용해 해바라기 단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후 해바라기 단지 조성은 황강을 따라 쌍책면 일대 여러 마을이 참여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2017년 처음 열린 ‘덤끝 해바라기 축제’는 합천군과 지역 체육회가 참여하며 확대되면서 내촌마을을 출발해 관수마을, 박물관까지 약 4㎞에 조성된 해바라기 꽃길 걷기 행사로 발전했다. 해바라기로 만든 식용유도 마을 특산품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대통령상 수상 후 내촌마을의 성공 비결을 벤치마킹하려는 전국 지자체의 방문이 줄을 이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방문객이 끊기다시피 해 아쉬움이 많다. 그러나 주민은 언젠가 다시 마을을 찾을 방문객을 위해 약초와 꽃 심기, 1인 1화단 관리 등 마을 가꾸기에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이민용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3. 3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5. 5"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8. 8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9. 9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10. 10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내년 주목할 세계 여행지 톱10에 부산… 국내 유일
  6. 6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7. 7"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8. 8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9. 9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10. 10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7. 7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8. 8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9. 9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주 13.7시간 노동의 덫
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