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시효 지나 선거법 수사 못 해
- 죄목도 사기… ‘돈 회수’용 짙어
- 증거확보·자금추적 어려워 난감
지난해 치러진 부산 중구청장 재선거 당시에 일어난 매표 행위 의혹(국제신문 지난 7일 자 6면 등 보도)에 대해 수사 중인 경찰이 난감함과 자괴감을 호소하고 있다.
고발장에 ‘돈 선거’ 정황이 나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사해야 하지만, 고발장이 접수될 당시 이미 6개월의 공소시효가 지났다. 여기에 고발장에 적시된 죄목도 사기 혐의로 기재돼 애초부터 고발인이 불법 선거 엄단보다는 ‘떼인 돈’을 돌려받겠다는 압박용으로 사건을 접수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신창요양병원 A 실장은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현금 5억 원을 중구 한 예체능 단체 B 사무국장에게 전달했다’고 기재했다. 그는 재선거에 출마한 권혁란 신창요양병원장의 재산을 관리했다. 고발장 등에서 A 실장은 “권 원장의 재산 중에서 5억 원을 가져갔다. 그 뒤 승용차 안에서 B 사무국장에게 현금을 줬다”고 주장했다. 금품의 대가로 B 사무국장은 권 원장에게 8000표를 몰아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을 건넨 측으로부터 ‘돈 선거’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폭로가 제기된 셈이다. 그러나 중부서는 공직선거법상 금권 선거 정황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6개월로 짧다. 이번 고발은 중구청장 재선거가 열린 지난해 4월 15일로부터 9개월이 지난 지난달 4일 이뤄졌다.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불법행위의 당사자인 A 실장이 과감하게 ‘폭로’를 감행할 수 있었던 데는 이미 공선법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A 실장은 애초부터 고발 죄목을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사기로 설정했다.
경찰은 자괴감을 토로한다. 고발의 취지가 혼탁 선거를 엄정히 처벌해 달라는 것보단 ‘떼인 돈’을 돌려달라는 압박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을 수사해 달라고 들고 왔다. 금권 선거로 처벌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고발 취지도 자신의 돈을 돌려받게 해달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를 불법 자금 회수 기관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수사 자체도 난항이다. 금품이 현금으로 승용차 안에서 전달된 탓에 자금 추적이 어렵다. 고발 사안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경찰은 금품 전달과 관련해 B 사무국장과 통화했다는 A 실장의 진술을 근거로 B 사무국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B 사무국장은 선거 이후 휴대전화 단말기를 교체했다.
취재진은 이와 관련해 권 원장의 설명을 듣고자 전화 통화 등을 시도했지만 닿지 못했다. 해당 고발이 공개됐을 당시인 지난달 7일 권 원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선거 캠프의 자금 관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이 고발은 A, B 두 사람 간의 사적인 감정 다툼에 의해 일어난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