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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나누다 <7>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세계 첫 휴대용 발전기 개발 … 시작은 인도여행 전력난 경험

  • 국제신문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1-02-14 20:00:1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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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소년에 카메라 선물하려다
- 배터리 충전할 전기 없어 충격
- 에너지 소외층 위해 제작 꿈키워

- 투자자 “쓸데없다” 외면했지만
- 청계천 프로젝트로 세계적 관심
- 북미에 2만 여대 수출 성과도

- “전공·성별·업종 한계 짓지 않고
- 도전하니 의미있는 가치 창출”

누구나 한 번쯤은 환경오염이나 기아·빈부격차 같은 공공 어젠다를 마주하고 안타까워한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풀지 못한 ‘불가능한 임무’를 해결하려고 직접 나서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기적은 일어나는 법.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일에 도전해 성공한 이가 있다. 세계 최초로 휴대용 수력 발전기 개발에 성공해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겪는 ‘전기 소외’ 문제를 푸는 단초를 마련한 이노마드의 박혜린(여·36) 대표다. 그는 “한계를 짓지 말고 도전하면 그 경험이 연결돼 의미 있는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인생을 바꾼 인도 여행

   
부산대 경영학과 졸업 후 전기 인프라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노마드를 설립한 박혜린 대표가 휴대용 수력 발전기 우노의 활용법과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찬영 PD
박 대표는 부산대 경영학과 재학 중 떠난 인도 여행에서 인생을 바꿔놓은 경험을 했다. 디지털카메라를 신기해하는 시골 소년에게 자신의 카메라를 선물하려는 순간. 배터리를 충전할 전기가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보급이 안정적이라 정전이 아주 특별한 일인데 인도는 전기가 없는 곳도 많고 정전도 너무 자주 일어났어요. 우리는 당연하게 쓰는 전기의 혜택에서 벗어난 인구가 세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귀국한 그는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전기 발전시스템에서는 전력 소외 계층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 캐나다 빅토리아대학에서 MBA 과정을 마친 박 대표는 부산의 조류 발전 플랜트기업에 취업했다. 그곳에서도 한계에 부딪혔다. 신재생 에너지를 만들어도 송전망과 같은 전력 설비가 깔리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전기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그는 에너지 소비 주체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직접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2014년 기술 엔지니어와 함께 이노마드를 창업한 이유다. 이노마드는 에너지(Energy)와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Nomad)의 합성어. 박 대표가 뜻하는 바를 그대로 담았다.

이노마드는 전력 소비 형태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대량 생산된 전력을 실내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전력을 소량 생산해 적재적소에 쓰는 것을 미래의 전력 소비 형태로 봤다. 모바일 기기나 IOT 기술 발달로 공간에 제한받지 않고 쓸 수 있는 전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제 전력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현대 문명에서 소외된다는 뜻입니다. 제3세계 등 전력 소외 계층을 위해 휴대용 발전기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세계 최초 휴대용 수력발전기 개발

   
2014년 서울 청계천에서 소형 수력 발전기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모습. 연합뉴스

새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서울로 올라간 박 대표는 투자자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쓸데없는 일” “전기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야 하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자신을 의심하고 지칠만도 했지만 박 대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질문을 많이 합니다. 확신이 서면 고민 없이 행동합니다. 인도 여행을 계기로 여러 과정을 겪으며 공부하고 확신을 가진 상태였어요. 더욱이 도전하고자 하는 일이 지금껏 누구도 해보지도, 가보지도, 않은 길이었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성공은 확신하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다행히 임팩트 투자(수익과 함께 사회적·환경적 성과도 달성하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청계천에 소형 수력 발전기를 설치해 도심에서 전력 생산과 소비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자 미국 CNN이 관심을 갖고 소개했다. 유명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대표가 북미의 캠핑 아웃도어 시장을 겨냥해 상품을 제작하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노마드는 미국의 대형 캠핑장 60곳을 돌며 시장조사에 착수해 2016년 마침내 세계 최초의 휴대용 수력발전기 ‘우노’를 개발했다. 우노는 터빈을 갖춘 배터리 일체형 발전기다. 흐르는 물에서 충전할 수 있다. 4시간 정도 충전하면 휴대전화 완충이 2, 3번 가능하다. 가격은 30만 원으로 저렴하진 않지만 북미 캠핑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 현재까지 2만3000대 정도가 팔렸다. 이제는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에너지 소외 계층 해소라는 목표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예정이다. “발전기에 데이터 수집·통신 센서를 추가하려 합니다. 탄소 배출권이 필요한 기업이 우노를 구매해 개발도상국에 기부하면 탄소 배출 저감은 물론 전력 소외 해소에 기여할 수 있게 됩니다.”

■한계를 정하지 않는다

박 대표의 도전과 성공이 눈에 띄는 이유는 의외성에 있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들었다. 더구나 그 분야는 남성 중심적인 제조업이다. ‘30대 여자가 제조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은 박 대표가 투자를 유치하는 데 가장 큰 난관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편견을 이겨내고 오히려 여성이 가진 장점을 활용해 더 유리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전통적으로 남성중심 문화가 강한 제조업에서 젊은 여성이 뛰어다닌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이노마드가 가진 아이디어와 그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제조법을 융합하자고 설득했어요. 이제는 서로 많이 이해하게 됐습니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시장의 새로운 수요에 빨리 공감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듣게 됐습니다.”

올해로 이노마드를 운영한 지 8년 차에 접어든 박 대표는 “한계를 정하지 않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나는 경영을 전공했으니까, 부산 출신이니까, 여자니까 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해야 해’라고 저를 한정하지 않았어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다양하게 경험했습니다. 한계를 짓지 않고 경험하다 보면 각각의 경험이 연결되면서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제작지원 : B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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