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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01> 무극과 태극 : 무극이면서 태극

  • 박기철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1-02-15 19:21:4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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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태극기의 가운데는 모양이다. 그러니 태극의 모양은 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우리 한국인들에게 태극 마크는 이니 당연히 그렇다고 자신있게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게 그렇다고만 확정할 수 없다. 사실 이 문제는 아주, 매우, 무척 어려운 고난도의 철학적 논제다. 다분히 형이상학적인 주제다. 뜬 구름 잡는 공리공론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하며 따져 볼 만한 문제다. 너무 어려운 문제이기에 될수록 쉽게 따져볼까 하는데….

   
이 문제는 중국 북송 때 주돈이(周敦頣 1017~1073년)로부터 시발(始發)되었다. 주자(周子)로 불리는 그는 태극도설 첫 문장에 이렇게 썼다.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 무극은 곧 태극이라는 뜻이다. 태극은 무극이라는 뜻도 된다. 그렇다면 태극의 원래 모양은 극이 나뉜 만이 아니라 극이 없는 ○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다섯 자 짧은 문장을 놓고 두 학자들은 치열하게 논쟁했다. 주 씨와 육 씨가 벌인 주륙 논쟁이다. 주 씨는 주자(朱子)로 불리는 중국 남송 때 주희(朱熹 1130~1200년)다. 육 씨는 육구연(陸九淵 1139~1192년)이다. 주희는 무극이태극을 무극이면서 태극이라고 있는 그대로 해석했다. 반면에 육구연은 무극으로부터 태극이 나온다(自無極而爲太極)고 달리 해석했다. 고대 그리스의 아낙시만드로스가 거론했던 무한정자(無限定者, Aperion)와 엇비슷한 개념으로 본 것이다. 논쟁의 챔피언은 유학의 사유 체계를 정립했던 주희였다.

주희의 주자학은 고려 말에 직수입되며 소중화를 자처하던 조선의 지배적 절대적 이데올로기가 된다. 그러면서 더욱 형이상학적인 성리학 유교로 승화했다. 이황(1501~1570년)과 기대승(1527~1572년)이 벌인 이기이원론-이기일원론 논쟁은 ‘무극이태극’으로부터 촉발된 논쟁의 더욱 난해한 연장전이었다. 이(理)와 기(氣)는 본래 무극이나 태극과 본질적으로 엮여져 있다. 우리 지폐 1000원에 등장하는 대표적 유학자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가 ○으로 그려진 무극으로 시작하는 이유다.

   
무극이태극! 아직도 알쏭달쏭하다. 좀 더 와닿기 쉽게 해석할 수 있으려나? 기존 주륙 논쟁이나 이기론 논쟁을 비교하여 해석하는 일보다는 쉽겠다. 천지창조 때를 예로 들 수 있다. 가물거리는 혼돈체였던 지구는 극성 없는 무극이었다. 그러나 그 무극 안에 음과 양으로 나뉠 움직임이 본래부터 내재되어 있었다. 겉으로는 무극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태극이었다. 드디어 무극 속에 깃든 태극이 드러나며 하늘과 땅이 창조된 것이다. 이렇게 따진다면 무극 모양인 ○ 안에 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무극이태극이라는 주돈이의 문장과 무극이면서 태극인 주희의 해석이 와닿는다. 결국 태극 문양은 꼭 만은 아니다. ○으로도 그릴 수 있다. 다만 ○ 안에 음과 양으로 나뉠 태극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다고 꼭 부연설명해야 하겠다. 다음 글에 무극이태극의 기운으로 맺어진 음양으로 이어진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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