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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1> 부산 북구 ‘구포 밀’

트렌디하고 맛깔스럽게…밀 집산지 구포의 ‘맛있는 도전’

  •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   입력 : 2021-02-16 20:15:03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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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포역 광장 베리베리굿수집
- 국수 고정관념 깬 메뉴 화제
- 넓은 면에 된장·고추장쨈 올려
- 한국식 파스타로 이색 변신

- 양조장서 만든 ‘밀 맥주’부터 
- 카페 구포유 ‘밀싹 라떼’까지 
- 지역명물 상품화에 관심 집중

과거 부산 북구 구포동에는 제분·제면 공장이 가득했다. 해방 이후 구포시장 인근에 공장이 모여들면서 이곳에서 나는 구포 밀로 만든 밀가루와 국수가 부산을 넘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부산을 대표하는 여러 음식 중 지역 브랜드의 원조 격인 셈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수에 대한 선호가 줄고, 공장마저 하나둘 문을 닫으며 명맥을 잇기 어려워졌다.
   
16일 부산 북구 구포동 베리베리굿수집에서 오승현(왼쪽부터) 사장, 정명희 북구청장, 직원이 대표 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하지만 구포 밀이 새로운 옷을 입고 돌아왔다. 구포역 광장은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구포 밀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국수와 맥주, 커피까지. 지역 특색을 살린 로컬 크리에이터의 흥미로운 도전에 이목이 쏠린다.

■국수야? 파스타야? ‘베리베리굿수’

   
첫인상은 “이게 국수라고?”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파격적이다. 대개 기차역 앞 국숫집에서 볼 수 있는 국수는 기차 시간에 맞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이미지다. 구포국수도 뜨끈한 국물에 얇은 면이 풀어져 ‘후루룩’ 들이키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비튼 ‘베리베리굿(good)수’는 구포국수의 이미지를 확 바꿔놓았다.

베리베리굿수의 대표 메뉴는 ‘된장 쨈 국수’와 ‘불고추장 쨈 국수’다. 이름은 국수지만 소면이 아닌 두꺼운 칼국수 면이라 식감과 포만감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물론 지역 특산물인 구포 밀로 만든 구포국수를 사용한다. 또 다른 특징은 국물이 없는 비빔국수로 된장, 고추장과는 다른 ‘된장 쨈’ ‘고추장 쨈’이 양념으로 나온다. 조그마한 유리병에 담겨 나온 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양념을 많이 넣으셔야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원의 조언이 뒤따른다. ‘그래도 장 소스인데 짜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걱정했지만 웬걸. 천연 재료로 만들어 낸 쨈은 원래 된장이나 고추장이 가진 특유의 짠맛 없이 두꺼운 면과 곁들임 채소에 동화돼 오히려 상큼한 맛을 내는 데 일조한다. 우리가 흔히 알던 국수가 아니라 ‘한국식 파스타’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남은 양념을 비벼 먹을 수 있도록 밥도 제공돼 끝까지 그 맛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베리베리굿수는 지난해 11월 임시 개업 때부터 입소문을 타고 지금까지 SNS와 블로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승현 대표는 “맛깔스러운 구포국수로 쇠퇴한 구포역세권 일원에 유동인구를 늘려 지역 상권 활성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베리베리굿수는 코로나19에 대응해 집에서 먹을 수 있도록 된장 쨈과 고추장 쨈을 밀키트 상품으로 판매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

■역사와 현재를 담아낸 ‘구포 맥주’

구포 밀은 지역의 역사와도 맞닿아있다. 1919년 3월 29일 구포시장에서는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독립에 대한 열망과 머지않아 이뤄낸 독립의 환희가 약 100년이 지난 뒤 구포 맥주로 재현됐다. 북구와 부산 대표 수제맥주 업체 ‘갈매기브루잉’이 손잡고 만든 구포 맥주 ‘구포만세329’다. 

첫맛은 씁쓸하지만 이어지는 솔향이 시원하게 입속을 감싼다. 마지막에는 달콤한 열대 과일 향이 입맛을 돋운다. 구포만세거리에서 구포 맥주를 판매하는 ‘밀당브로이’ 이승훈 대표는 “이 맥주는 곧은 소나무로 대표되는 독립운동의 의지와 독립의 기쁨을 달콤한 과일 맛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붉은 노을이 지는 구포의 낙조를 형상화한 맥주도 입맛을 사로잡는다. 구포 맥주 ‘놀:구포’는 라즈베리 농축액을 사용해 붉은 노을의 강렬한 이미지를 시각화하면서 낮은 도수로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노을이 그대로 담긴 듯한 붉은 빛의 수제 맥주로 특히 ‘인증샷’이 잘 나와 여성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는 후문이다. 건물 2층에서 낙동강 쪽을 바라보고 실제 노을을 감상할 수도 있고 구포역과 맞닿은 특성상 기차가 지나가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최근 지자체별 대표 맥주가 경쟁 중인 가운데 구포 밀로 만든 맥주의 맛을 궁금해하는 이들의 문의도 이어진다. 코로나19로 매장 방문은 주춤하지만 구포 맥주를 활용한 관광콘텐츠 개발은 끊이지 않는다. 올해 매장 인근에 양조장 시설을 신설하고 게스트하우스와 연계해 체험 관광 콘텐츠로도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향긋한 밀싹 날 감싸네 ‘밀싹라떼’

식사와 맥주 한 잔으로 속을 채웠지만, 마지막 커피 한 잔이 아쉽다. 그때 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카페 구포유’가 붙잡는다. 

이곳은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밀싹라떼’와 ‘밀싹오곡라떼’다.

밀싹은 싹을 틔우기 직전 다양한 영양분을 가진 상태라 최근 ‘슈퍼푸드’ 대접을 받는다. 풍부한 항산화 물질과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 등으로 이미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구포유에서는 이 밀싹을 즙으로 만들어 음료에 첨가했다.

밀싹라떼와 밀싹오곡라떼 모두 현미 튀밥과 함께 녹아든 밀싹즙이 고소하고 깊은 맛을 낸다.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하고 달콤한 맛까지 갖춰 끊임없이 홀짝거리며 마시다 보면 어느새 비어 있는 잔을 발견한다. 밀싹오곡라떼에는 오곡 파우더도 추가돼 간단한 식사가 될 정도로 포만감도 느낄 수 있다. 

카페 구포유 전명호 대표는 “밀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는 밀싹 효소를 넣어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만들었다. 밀싹은 항산화 물질을 함유해 피부 아토피 등에 효능이 있다”고 소개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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