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양음이 아니라 음양(陰陽)이라 할까? 헤아릴 만하다. 먼저 음양이라는 한자를 살필 필요가 있다. 음(陰)에서 그 뜻을 나타내는 부수는? 사전에 언덕 부(阜)라고 되어 있다. 양(陽)도 똑같이 언덕 부(阜)라고 되어 있다. 정반대 뜻을 가진 한자가 똑같은 부수를 쓰다니? 높은 언덕 위로 음과 양을 결정하는 구름과 해가 걸쳐 있기에? 이 음과 양 한자의 공통 부수가 되는 건 이해된다. 다만 사전적 설명에만 의존하지 말고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陰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살피면 오른쪽 아래에 구름 운(云)이 보인다. 필자는 云(cloud)이 陰에서 뜻을 나타내는 제1의 부수라고 판단한다. 구름이 끼었으니 그림자가 생기며 어둡다는 뜻이다. 陽이라는 한자도 마찬가지다. 오른쪽 위에 해 일(日)이 보인다. 필자는 日(sun)이 陽이라는 한자에서 뜻을 나타내는 제1의 부수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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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양의 흐름으로 된 세상. |
음과 양 중에서 무엇이 먼저 나타났을까? 천자문과 성경에 천지창조 때는 가물거리듯 혼돈스러웠으며 어두웠다고 되어 있다. 커다란 아지랭이와 같은, 구름 같은 무언가도 떠다녔을 것이다. 즉 먼저 음의 세상이었다. 이후 하나님께서 빛이 있으라 하매 빛이 있었다(창세기 1:3). 양의 빛은 양인 해로부터 온다. 그러니 음 다음에 양이 나타났다. 그래서 창조의 순서에 맞게 양음이 아니라 음양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인지 음양 관련된 낱말들 중에 음이 먼저인 것들이 많다. 암수, 요철(凹凸), 암컷새&수컷새인 자웅(雌雄), 암소&숫소인 빈모(牝牡), 물불, 밤낮 등이 그렇다. 레디스&젠틀맨은 음이 먼저지만 남성이 여성을 배려하는 수사적 언어 표현이다. 물론 남녀, 신사숙녀, Bolt·Nut, Plus(+)·Minus(-), 천지(天地), 하늘땅, 일월(日月), 천하대(大)장군, 지하여(女)장군, 홀짝처럼 양이 먼저인 낱말들도 많지만 이는 남성 중심의 언어 습관에 따른 변화일 듯하다. 음양의 순리로 헤아린다면 음을 뜻하는 글자가 먼저 나와야 옳다.
무극이면서 태극(○=

)이던 혼돈체가 양의(兩儀)로 갈라지며 음양 형태가 드러났다. 음이 먼저 드러나며 그 안에 혼재되던 양도 나타났다. 그렇다고 음과 양은 따로가 아니다. 음양 간 흐름이 있다.

이 아니고

인 이유다. 5000여 년 전 복희씨는 두루(周) 바뀌는(易) 흐름을 간파해 --(음)━(양)으로 8괘를 그렸다. 주역인 역경(易經)의 기원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몽롱해진 무녀로부터 모호한 신탁(神託)을 받았다면, 고대 중국인들은 점을 치더라도 64괘(8괘×8괘)의 흐름을 따랐다. 세상만사 삼라만상 우주만유의 이치인 음양의 흐름을 헤아렸다. 시대가 변해도 음양의 흐름은 영원하다. 그런데 4차산업혁명이라며 현대인은 음양 흐름을 무시한 채 음인 0과 양인 1로 이루어진 온갖 디지털 세상에 빠져 있다. 움직임이 부족하니 음기가 강한 세상이다. 너무 움직여 양기가 과해도 문제지만 너무 안 움직여 음기가 과해도 문제다. 음양 조화가 괜한 말이 아니다. 최고지고 절대불변의 순리이자 진리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