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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2>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살롱’

카페야 강연장이야 … 마음 살찌우는 ‘바닷가 살롱’

  • 국제신문
  •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  입력 : 2021-02-23 20:05:32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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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서 IT회사 다녔던 대표
- 해리단길 끝자락 3층 주택에
- 복합문화공간 커피가게 열어
- 찾는이 일상의 즐거움 누리게
- 갤러리 등 해마다 콘셉트 바꿔

국내 관광지마다 ‘○리단길’로 된 테마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리단길은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될 수 있어 지자체 입장에선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기 좋다. 특히 ‘문화와 감성’으로 요약되는 ○리단길만의 특성과 잘 어우러진 지역일수록 그 길의 매력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부산 해운대구 해리단길은 이 같은 조건에 딱 맞아떨어진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 고층 빌딩이 밀집된 마린시티와 뜨거운 열정이 넘치는 해운대해수욕장을 끼고 있으면서도 옛 해운대역사 뒤편으로 오래된 일반 주택이 밀집해 있는 지리적 여건은 해리단길이 탄생하고 성공하는 배경이 됐다.
   
매년 다른 콘셉트로 꾸준히 변화를 이어가며 해리단길을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는 ‘내가즐거운해운대살롱’이 다시 변신을 준비 중이다. 해운대구가 진행하는 별밤학교 참여를 계기로 올해는 강연장으로써 공간을 활용할 계획이다. 김일화 대표(사진 왼쪽)와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독특한 콘셉트 무장 ‘해운대살롱’

옛 해운대역에서부터 시작하는 해리단길의 오름길을 걷다 보면 길의 끝자락 즈음 ‘내가즐거운해운대살롱’(해운대살롱)이 보인다. 외관상으로는 평범한 3층짜리 주택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분위기다.

해운대살롱은 매년 가게 콘셉트를 달리한다. 그래서 작년에 방문했던 기억만 안고 해가 바뀌어 다시 찾는다면 당황할 수 있다. 분명 가게 이름은 그대로지만 내부와 콘텐츠는 확연하게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살롱이라는 이름은 매년 콘셉트가 바뀌는 상점의 특성을 포괄하는 하나의 키워드인 셈이다. 김일화 대표는 이곳을 찾는 사람이 모두 주인공(나)이 돼 일상의 즐거움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 2017년 9월 처음 문을 연 해운대살롱은 김 대표가 아내와 함께 인생 제2막을 맞이하기 위해 선택했다. 서울에서 15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자신의 공간에서 이웃과 교류하며 살 수 있는 곳이 어디일지 고민한 끝에 고향인 부산을 택했다. 그중에서도 개성 있는 상점과 기존 동네 주민들이 조화를 이룬 해리단길이 제격이었다.

■커피숍, 전시공간…그리고 강연장

해운대살롱의 첫 번째 콘셉트는 커피숍이었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손님과 차 한잔 마시며 인생사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사람들은 처음에 가게 이름만 들어서는 이곳이 커피숍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과거 유럽에서 사람들이 일상의 담소와 사회적 담론을 나누던 ‘살롱’을 연상시키듯 어느덧 손님들이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가는 장소가 됐다.

카페에는 리빙 편집숍을 운영하는 김 대표 아내의 감각이 여실히 드러났다. 유럽풍의 모빌과 흡사 모래시계 같은 커피잔 등 크고 작은 소품이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인테리어가 ‘보는 맛’을 잡았다면 콜드브루 아메리카노와 아인슈페너 등 깊은 맛이 나는 향긋한 커피는 직접 ‘마시는 맛’을 안겨줬다.

이듬해 바뀐 콘셉트는 전시공간이었다. 재능은 있지만 아직 작품을 전시할 기회가 적은 신진 작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들의 전시회를 대신 열어준 셈이다. 단순히 전시만 한 것은 아니다. 1시간에 1팀 정도 예약을 받아 관람이 끝난 후에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배송까지 책임졌다. 신진 작가들을 초청해 전시도 하면서 참여자들과 함께 모빌을 만드는 수업도 진행했다. 유화와 모빌 같은 조형물이 내걸리면서 직전 해의 커피숍과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세 번째 콘셉트는 융합이었다. 기존 전시에 꽃과 강연을 더했다. 호주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한 해리단길 한 카페 업주 가족과 인연이 닿아 플라워 수업을 열었다. 가게 내부는 꽃과 양초, 그리고 작가들의 모빌 작품으로 가득 찼다. 작가 전시와 플라워 수업이 번갈아 열리고 여기에 강연까지 더해지자 여느 곳 부럽지 않은 복합문화공간이 탄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해운대구에서 마련한 열린 문화강좌 ‘별밤학교’가 함께 진행돼 더욱 인기를 끌었다. 별밤학교에서는 인문학과 면접 보는 방법, 그리고 인공지능과 재미있게 사는 방법 등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강연이 진행됐다. 자체 강연에서는 IT 회사에서 일하며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쇼핑몰 마케팅과 IT 컨설팅 등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주제로 했다.

■변화는 계속돼야 한다

현재는 네 번째 콘셉트를 위해 다시 인테리어를 바꾸는 중이다. 이번 콘셉트는 마케팅 컨설턴트를 양성하는 ‘강좌’에 집중할 계획이다. 강의를 시작한 뒤로 수요가 늘면서 정하게 됐다. 본인이 가진 지식을 전수하고 강좌를 들은 이들이 다시 다른 이들에게 지식을 전파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서울 KTH에서 10년간 일하며 올레tv 운영팀장을 맡았던 경험은 든든한 밑거름이다.

만 4년 차로 접어든 내가즐거운해운대살롱은 해리단길 내에서 보석 같은 상점으로 거듭났다. 많은 카페와 음식점 사이에서 매년 콘셉트를 바꾸는 새로운 형식의 공간으로 남다른 포지션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곳에선 누구나 커피를 마시고 전시를 감상하며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강의까지 들을 수 있어 흔한 ○리단길 속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내가 가진 재능과 서로 다른 분야에서 실력을 가진 분과 협업해서 만든 콘텐츠로 많은 분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며 “콘셉트가 자주 바뀌는 방식은 매번 비용과 노동이 재투입되지만, 그만큼 이 곳을 찾는 분들이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는 데다 좋아해 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역의 진정한 로컬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고 있는 이곳의 다음 콘셉트가 궁금해진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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