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진구, 백양터널 통행료 인하
- 市 사업으로 사실상 이행 불가능
- ‘무료건의’로 바꿔 공약달성 노려
- 금정구 도로 개통 → 개통 지원 등
- 16개 구·군 이름 수정 사례 여럿
부산 기초단체장들이 부산시의 사업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건 뒤 시간이 지난 후 공약 문구만 슬쩍 수정해 마치 약속을 지킨 것처럼 ‘실적 뻥튀기’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애초에 기초단체장이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버거운 사업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진구는 구청장 공약사업 중 하나인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의 통행료 인하 사업을 ‘통행료 무료 건의’로 변경한다고 28일 밝혔다. 부산시와 국회·광역의원에게 무료화를 추진해 달라는 건의안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두 터널은 지역의 대표적인 유료 도로다. 통행료를 무료화하겠다는 것은 민선 7기 부산시장의 공약사업이었다. 하지만 부산시가 무료화를 추진하기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시는 2018년부터 4회에 걸쳐 두 터널의 운영권 조기 환수를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이 때문에 통행료 인하는 구청장의 임기 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통행료 무료 건의는 언제든 지킬 수 있는 약속이다. 말 그대로 건의만 하면 된다. 원래대로라면 통행료 인하 공약은 구청장의 사업 평가에서 ‘임기 내 달성’으로 판단될 수 없다. 하지만 무료 건의로 계획을 바꾸면 임기 내 달성으로 평가된다. 공약 추진에 있어 ‘실적 뻥튀기’가 되는 셈이다. 부산진구는 공약 변경에 대해 “두 터널 관련 공약은 구의 약속인 만큼 어떻게든 이를 지키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사례가 비단 부산진구에서만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신문이 부산지역 16개 구·군 단체장의 공약사업 변경 사안을 분석한 결과, 시가 추진 중인 사업이라 애초부터 기초지자체는 역할을 할 수 없는 사업을 공약으로 건 뒤 시간이 지나면서 공약 이름만 슬쩍 바꾼 사례가 여럿 확인됐다.
금정구는 2018년 구청장 취임 당시 내걸었던 ‘산성터널 접속도로(금샘로) 개통’ 공약을 ‘개통을 위한 행정지원’으로 바꿨다. 이 역시 시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1993년 처음 계획이 합의됐지만 부산대 등의 반발로 오랫동안 정체됐다. 이에 대해 금정구는 “시 사업이라고 해서 아무 역할도 하지 않을 게 아니라, 도로 관리 등 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살펴보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사하구도 ‘을숙도대교 통행료 인하’ 공약을 ‘을숙도대교 통행료 할인 확대’로 변경했다.
시민사회는 기초단체장의 ‘말 바꾸기’가 반복되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시와 구·군의 사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의욕에 넘쳐 공약을 남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김민주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