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욱교 대표 등 청년 6명 모여
- 2017년부터 팟캐스트 운영
- ‘051초대석’‘인디음악방송’ 등
- 부산 특화 콘텐츠 제작 주목
- 목소리로 지역 생기 불어넣어
- 지속가능한 미디어가 목표
부산 청년 크리에이터들의 모임 ‘부산시민 팟캐스트 방송국 051FM’은 청취율에 목매지 않는 특이한 공동체 미디어다. 구성원 6명이 각자 직업을 유지하는 연대체일 뿐 방송 자체를 밥벌이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 이들은 청취자가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관심만큼이나 진행자와 게스트의 기호, 흥미를 중시한다. 다만 이들의 콘텐츠는 ‘지역성’의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진다. 명칭에 부산 지역번호 ‘051’을 포함한 데서도 이런 정체성이 드러난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보통 사람의 일상이 이들 방송의 주요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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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미영(왼쪽) 금정구청장이 051FM ‘051 초대석’ 특별 게스트로 출연해 진행자 정욱교 대표와 청년 정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붓싼청년의 지역특화 콘텐츠
2017년 12월 출범해 4년 차를 맞은 051FM은 현재 개편 절차를 밟고 있다. 이전까지 이들이 생산한 정기 콘텐츠는 4가지, 진행자는 정욱교(30) 대표를 포함한 ‘붓싼청년’ 6명이다. 현재까지 도합 500여 건의 콘텐츠를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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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1FM 녹음실에서 진행자와 게스트들의 기념사진. 051FM 제공 |
부산·경남에 사는 보통 시민을 격주로 인터뷰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051 초대석’(진행자 정욱교)은 90회를 넘긴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이 방송을 기획하고 직접 진행하는 정 대표는 “누구든 원하는 이들이 출연할 수 있다”며 “연예인, 정치인 같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이를 오디오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051 FM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방송”이라고 소개했다.
파일럿 방송을 앞둔 ‘센텀인 클럽’도 보통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정 대표는 “부산에서 취업에 성공한다는 것은 공무원이 되거나, ‘센텀시티로 출근하는 사람’이 되는 게 현실이다. 후자가 ‘센텀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번지르르한 센텀시티의 겉모습에 비해 실상 다른 지역에 못 미치는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부산에서 버티는 청년 직장인인 센텀인을 초청해 인터뷰하며 이들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해보자는 게 기획 취지다.
부산 인디밴드, 팬과 함께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부산인디음악방송’(진행자 주은영(28)·송영경(28)) 또한 051FM의 인기 콘텐츠다. 이 방송은 서울에 비해 여건이 열악하지만, 부산을 기반으로 꾸준히 활동한 인디밴드와 그들의 팬을 초청해 만들어진다. “부산 인디음악, 거의 방송이 없어서, 답답해서 내가 방송한다”는 게 이 방송의 공식 오프닝 멘트다. 지난해 11월까지 ‘프로젝트 반했나’ ‘해서웨이’ ‘의근’ ‘뜨락’ 등 뮤지션이 이 방송에 출연했다.
진행자인 송영경 씨 또한 ‘프루츠버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부산 솔로 인디뮤지션이다. 기타, 보컬 및 작사·작곡, 아트워킹까지 ‘셀프’로 해내는 그의 노래는 동화적인 가사, 아기자기한 사운드로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부산청년삼시세끼’(진행자 이지안(28))는 부산 문화계에서 활동하는 청년을 초청해 ‘밥벌이’를 비롯한 이들의 활동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연극배우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마음치료사 영화배급 협동조합 관계자 등이 초청 대상이다. 부산지역의 여러 동호회원을 불러다 취미를 공유하는 ‘다이나믹 부산 패밀리’(박인배(31)·송노진(31)) 또한 제작됐다.
■비영리단체, 어케 먹고 사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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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1FM이 맡아 진행하는 ‘영도소리기록단’ 활동 모습. 051FM 제공 |
051FM의 아지트는 금정구 부곡동에 있는 ‘아띠빌’ 건물 1층 사무실 겸 녹음실이다. 콘텐츠는 주로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에 업로드되고, 일부 영상 클립은 유튜브에 오른다.
051FM의 ‘밥줄’은 협찬이나 광고가 아니라 구성원 각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200만 원가량의 방송장비는 정 대표가 사비로 마련한 것이며, 현재 입주한 곳의 저렴한 월세도 그가 지인 소개로 친분 있는 건물주의 공간에 세를 들면서 가능했다. 별도의 출연료가 없는 만큼 월세 이외에 특별히 들어가는 유지 비용도 없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다만 지역특화 방송을 표방하며 업계에서는 제법 이름 난 플랫폼인 덕에 이를 매개로 한 ‘사업 수주’는 가능하다. 가령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영도소리기록단’ 사업은 051FM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16개 구·군 가운데 유일한 ‘섬마을’인 영도에서 가치 있는 풍경, 소리 등을 발굴해 기록으로 남기는 사업이다.
올해 051FM의 목표는 ‘생존’과 ‘실험’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실내에서 이뤄지는 녹음, 게스트 초청 등의 제약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정 대표는 “소수로 진행할 수 있는 여러 방송을 파일럿 형태로 실험하며 청취자 반응을 살피려 한다”며 “작정하고 조회수 올리기만을 목표로 한 콘텐츠 제작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 밖 로컬 콘텐츠의 해방구
출범 초기 이들의 목표는 ‘라디오 주파수를 할당받는 지역특화 방송’이었다. 팟캐스트, 유튜브뿐만 아니라 지상파 라디오에서의 콘텐츠 제공 권한을 공인받고자 했다. 하지만 4년 새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판세가 크게 변했다. 시들해지는 듯하던 팟캐스트 시장은 충성독자층을 중심으로 내실화하며 재편됐다. 유튜브는 방송사 손을 거칠 필요 없는 콘텐츠 제공 권역을 크게 신장시켰다. 두 플랫폼이 기성 주파수 제공 범위를 압도한다고 이들은 판단한다.
4년 차를 맞은 051FM은 스스로 생산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온·오프라인 로컬리티 거점으로 변모한 것으로 보인다. 기성 방송이 눈길을 주지 않는 시민의 일상으로 결과물을 빚어내는 로컬 콘텐츠의 해방구다. 정 대표는 “모든 구성원의 관심사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역 특화’를 공통 분모로 삼는 한 함께 작업을 지속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에 제약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