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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4> 영도 소셜벤처기업 RTBP

빈집·폐공장·실직자 부활 프로젝트로 ‘젊은 영도’ 부푼 꿈

  •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  |   입력 : 2021-03-09 20:06:21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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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여가·일 쇠락한 영도
- ‘섬·바다·조선업’ 특징 살려
- 新 비즈니스 문화공간 구상

- 빈집 고쳐 관광객에 빌려주고
- 독립서점·공유주방 꾸며 활용
- 바닷가 ‘끄티’ 외진 폐공장은
- 청년 찾는 갤러리·공연장 변신
- 일자리 잃은 조선업 기술자엔
- 해양·수산분야 스타트업 지원

영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섬’ ‘말’ ‘할매’다. 영도는 늙고 정체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한때 조선업의 부흥을 선도했으나 산업이 재편되면서 쇠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한 로컬 크리에이터가 기지개를 켜며 ‘회색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셜벤처기업인 ‘알티비피 얼라이언스(RTBP ALLIANCE)’가 돋보인다.

RTBP는 ‘Return To Busan Port’, 즉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뜻으로, 동명의 가요 제목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단순히 가요 제목을 기업명으로 정하기엔 너무 장난스럽게도 보이지만 RTBP 사명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 과거 부산 산업을 이끌고 근대화의 초석을 다졌던 이곳에서 ‘비탈’ ‘끄티’ ‘플랫폼135’라는 3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활기 넘치는 도시로 부활시킨다는 것이다.
   
부산 영도구에 있는 소셜벤처기업인 ‘알티비피 얼라이언스(RTBP ALLIANCE)’의 프로젝트 사업 현장. 서정빈 기자
■리빙랩 ‘비탈’ 프로젝트

과거 조선업의 불황과 뉴타운 해제로 침체에 빠진 봉산마을은 400여 채의 건물 중 빈집만 100채에 이를 정도로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RTBP는 빈집을 관광객이나 예술가를 위한 숙박 시설로 활용하는 ‘비탈’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마을 주민과 영도구, 청년 크리에이터가 도시재생 가능성을 모색한 끝에 방치되다시피 했던 4층짜리 빨간 건물에서 리빙랩 실험을 시작했다.

‘비탈’ 프로젝트는 층마다 각기 다른 주제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1층 ‘스쳐’는 지역 공유 주방으로 꾸며졌다. 2층 ‘올라서당’은 책방으로 만들었고 3층 ‘봉산마을 현장지원센터’는 도시재생뉴딜사업 운영진이 입주해서 운영하고 있다. 4층 ‘머물’에서는 로컬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도록 머무는 공간을 제공한다.

‘올라서당’에 들어서자 작은 도서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지역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을 만나볼 수 있으며 마을을 찬찬히 살펴보고 생각할 수 있는 사색의 여유도 가져다 준다. 특히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 보는 마을과 탁 트인 바다 조망은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 발굴의 원천이 되기에 충분했다.

■바닷가 폐공장이 축제의 장으로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지만 영도구 청학동 해양로의 한 공장은 지난해 초까지 부산항 대교를 배경으로 문화 축제가 정기적으로 열렸다. 영도의 옛 지명인 ‘절영(shadeless)’을 키워드로 한 오디오-비주얼 아트와 테크노 음악 공연에 젊은 남녀들이 어우러져 음악에 빠져 들었다. 늦은 밤까지 하나둘 모여든 100여 명의 젊은이가 공장 안을 메웠다.

RTBP는 이곳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끄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디오-비주얼 아트를 비롯해 카누교실과 건축설계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 나섰다. 영도지역 조선 항만업의 쇠퇴와 함께 노후화된 기반 시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공간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특히 일반적인 갤러리나 공연장에서 진행하기 힘든 작품을 많이 유치했다. 지역 문화공간의 대부분은 작가 및 제작자들의 작업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공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RTBP 김철우 대표는 “끄티에선 장소의 제약이 없어 대형 설치물이나 깊은 공간감이 필요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활발하다. 지금까지 미디어아트와 행위예술 등 총 32회의 공연과 전시, 워크숍을 진행했고 다수의 영화와 뮤직비디오도 촬영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영도를 다시 들썩이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잃은 조선업 기술자 ‘플랫폼135’로 오라

RTBP는 조선업 관련 분야에 종사하다가 일자리를 잃은 기술자들이 새롭게 일을 시작할 기회를 제공했다. 2015년 조선기자재 공장을 재구성해 플랫폼135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이곳에는 각종 스타트업이 입주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해양·수산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조선·기계업종 실직자들의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고 있다.

김 대표는 “연간 5~10개의 팀이 구성되어 조선폐자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가구, 가변식 태양광 발전시스템, 옥상 농장, 자율주행 시스템 등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중심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공유하고 있다. 현재 RTBP를 포함, 4개의 팀이 협업 중이며 조만간 새 아이템이 나올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런 비즈니스 활동으로 RTBP에 투자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RTBP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로컬 크리에이터의 생태계에 큰 임팩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RTBP는 투자 유치로 지역 컨텐츠 가치를 높이고 이는 곧 지역민의 만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도를 꿈꾼다.

김 대표는 “우리의 주변에 있는 것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세월과 이야기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일상의 소중함을 누릴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삭막하고 쇠락하던 마을이 점점 활기를 띠고 주민은 소통하며 웃음이 넘치는 마을로 변화시키고 싶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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